트레이딩의 전설 - 실전투자대회 수상자 9인을 만나다
키움증권 채널K 지음 / 넥스트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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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커피를 내리고, 해외 선물 지수를 확인한다. 어제의 손실을 복기하고, 오늘의 전략을 세운다. 9시 정각, 장이 열리면 호가창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십만 원이 1초 만에 증발하고, 때로는 수백만 원이 순식간에 쌓인다. 이것이 트레이더의 하루다.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이 있다. <트레이딩의 전설>은 이 싸움에서 이긴 사람들의 기록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긴'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은 한국 실전투자대회에서 검증받은 9명의 트레이더를 소개하며, 그들의 매매 기법보다 더 깊은 곳을 파고든다. 어떻게 무너지지 않았는가. 어떻게 계좌를 지켰는가. 어떻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들은 모두 '자기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그 원칙을 절대 배신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큰 손실을 입었을 때가 아니다. 원칙이 흔들릴 때다. "이번 한 번만"이라는 생각으로 손절 기준을 어기는 순간,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쓰는 순간, 트레이더는 도박꾼이 된다. 책 속 9인의 트레이더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매매했지만, 단 하나, 원칙만큼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불개미는 "깨끗한 자리에서만 매수한다"는 철칙을 세웠다. 차트가 복잡하고, 방향성이 불분명하면 절대 진입하지 않았다. 4주 만에 816%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가 강조한 것은 수익률이 아니었다. 손절을 '행운'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손실을 회피의 대상이 아닌, 더 큰 리스크를 막아준 방어막으로 여긴 것이다. 이 태도의 전환이야말로 그를 살아남게 한 핵심이었다. 신정재는 장 마감 30분을 '골든타임'으로 정의했다. 하루의 변동성이 수렴되고, 기관과 외국인의 의도가 드러나는 시간. 그는 이 시간에 집중하며 종가매매의 달인이 되었다. "하루의 끝을 통제하는 자가 시장의 방향을 잡는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기법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시간을 선택하고, 에너지를 집중하며,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는 전략적 사고방식이었다. 청사진은 루틴의 힘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매일 아침 뉴스를 읽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테마와 흐름을 매칭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수익의 절반은 반드시 출금했다. 이 습관은 단순해 보이지만, 감정의 폭주를 막는 강력한 장치였다. "습관은 해자다"라는 그의 표현처럼, 일상의 반복이 계좌를 지키는 방어벽이 되었다. 트레이딩은 단 한 번의 판단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결국 생존 여부를 가른다.


트레이딩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술이 아니다. 감정이다. 손실을 보면 당장 만회하고 싶은 충동이 일고, 수익이 나면 더 많이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 감정의 롤러코스터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진짜 실력이다. 방배동선수는 눌림목 매수 전략을 고수했다. 급등한 종목을 쫓아가지 않고, 조정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조급함을 참아내는 이 '기다림'이 그의 무기였다. 시장은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하지만, 모든 기회를 잡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잘 아는, 확률이 높은 자리에서만 싸우는 것. 그것이 스윙 트레이더로서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만쥬는 초단타의 세계에서 속도가 아닌 '냉정의 근육'을 단련했다. 매수 후 1분 안에 흐름이 나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손절했다. 이 원칙은 기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엄청난 심리적 훈련을 요구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이라는 생각이 계좌를 녹이는 가장 흔한 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유혹을 단호히 끊어냈고, 그 결과 초단타 시장에서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바른다른은 "아무 데서나 매수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그는 기다림을 전략으로 승화시켰다. 차트가 명확한 신호를 보낼 때까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이 인내심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을 존중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확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문가적 태도다.

감정을 통제하는 또 다른 방법은 시스템화다. 캐리와 월억언제해보나는 이 접근법의 대표적 사례다. 캐리는 호가창만으로 시장을 읽는 천재였다. 체결 속도, 잔량 변화, 호가 두께를 순간적으로 판단하며 매매했다. 이 스타일은 극도의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그가 진짜 강조한 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감정 삭제'였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만큼, 감정적 흔들림은 치명적이다. 그는 자신의 매매를 철저히 기계화했고, 그 결과 수천 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월억언제해보나는 HTS를 완벽히 자동화한 시스템 트레이더다. 원클릭 매매 환경을 구축하고, 모든 설정을 최적화했다. 그의 매매는 마치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정교했다. 이 시스템화는 단순히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매 순간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복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는 이를 완벽히 구현했다. 뭐라도되겠지는 상한가 매매라는 고위험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단 하나, "손절 원칙만 지키면 상따도 최고의 매매법"이라는 믿음이었다. 상한가 직전 진입은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한 번의 실수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는 이 리스크를 철저한 손절 원칙으로 관리했다. 공격적인 매매와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고수익 전략도 지속 가능해진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트레이딩의 본질은 기법이 아니라 자기 관리다. 차트를 읽는 능력, 호가를 해석하는 기술, 타이밍을 잡는 감각, 이 모든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다. 시장은 매일 당신의 약점을 시험한다. 탐욕스러운가? 두려운가? 조급한가? 오만한가? 이 질문들 앞에서 얼마나 솔직하고, 얼마나 단단한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9명의 트레이더들은 모두 이 진실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시장을 이기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먼저 이겼다. 책은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루틴도 제시한다. 첫째, 관찰 루틴. 매일 10분, 뉴스와 테마, 호가를 비교하며 시장 감각을 유지한다. 둘째, 복기 루틴. 특히 손실일수록 반드시 기록하고 분석한다. 셋째, 출금 루틴. 수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인출하여 심리적 안정을 확보한다. 넷째, 정서 루틴. 감정이 흔들리면 즉시 매매를 멈추고 거리를 둔다. 이 루틴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지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로 이 '지속'이 평범한 투자자와 살아남는 트레이더를 가르는 경계선이다. 트레이딩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한 번의 큰 수익보다, 꾸준히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이 전하는 가장 깊은 통찰은 이것이다. 시장은 거울이다. 당신의 욕심, 두려움, 인내심, 오만함이 모두 계좌 잔고로 나타난다. 차트는 거짓말하지 않고, 손익 곡선은 당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반영한다. 트레이딩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돈 버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는가. 어떤 유혹에 약한가. 어떤 실수를 반복하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고, 개선하고, 또 시험받는 과정. 그것이 트레이딩이다. 책 속 9인의 트레이더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과정을 통과했다. 그들은 완벽하지 않았고, 지금도 실수를 한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원칙을 지켰으며, 스스로를 개선해왔다. 그 결과 계좌뿐 아니라 삶 전체가 단단해졌다.


직장과 가정, 투자를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평범한 투자자에게 이 책은 현실적인 지침서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검증된 살아있는 지혜를 전한다. 매매 스타일은 달라도 좋다. 단타든 스윙이든, 기술적 분석이든 테마 분석이든, 중요한 것은 '내 원칙'을 세우고 지켜내는 것이다. 시장은 오늘도 묻는다.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돈을 원하는가, 아니면 성장을 원하는가? 『트레이딩의 전설』은 후자를 택한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는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트레이더가 되고 싶은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가. 답은 언제나 자신의 안에 있다. 시장은 그저 그것을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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