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펙트
최강석 외 지음 / 와일드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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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조언을 듣는다. 부모님은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시고, 친구들은 "내 생각엔 이게 맞는 것 같아"라며 의견을 건넨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많은 조언들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왜 그럴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이 내 안에서 나온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칭 이펙트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군가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답을 발견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단순한 방법론의 차이만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과 깊이 연결된 원리다. 우리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보다, 스스로 선택한 일에 더 큰 책임감과 열정을 느낀다. 남이 준 지도보다 내가 그린 지도를 더 신뢰한다. 이번에 <코칭 이펙트>를 읽으며 코칭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았다.

전통적인 관계 구조는 명확하다. 부모는 가르치는 사람, 아이는 배우는 사람. 선생님은 알려주는 사람, 학생은 듣는 사람. 상사는 지시하는 사람, 부하는 따르는 사람. 이런 수직적 구조에서는 한쪽의 지혜와 경험이 다른 쪽으로 일방향으로 흐른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코칭 이펙트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다. 코칭 대화에서는 질문하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이 대등한 위치에 선다. 오히려 질문하는 사람이 더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나는 당신의 답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라는 믿음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권력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질문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공간을 얻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실질적인 자율성과 주체성의 회복이다.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더 이상 수동적인 훈육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적 주체가 된다. 부모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고 지원하는 동반자가 된다. 이것이 바로 "서로가 코치가 되어주는 관계"의 의미다.

코칭 이펙트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이론이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책에서 강조하듯, 핵심은 작은 말 습관의 변화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먼저 "잘 다녀와",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같은 표현을 생각해보자. 너무 평범해서 무시하기 쉽지만, 이 말들은 관계의 기본 토양을 만든다. 식물이 자라려면 비옥한 땅이 필요하듯, 깊은 대화가 오가려면 안전하고 따뜻한 정서적 환경이 필요하다. 이런 일상적 표현들이 바로 그 토양을 만든다. 특히 부모가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의 힘은 크다. 많은 부모들은 권위를 잃을까 봐 사과를 망설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실수를 인정하는 부모의 모습은 권위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쌓는다. 아이는 "어른도 틀릴 수 있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구나"를 배운다. 이것은 완벽함을 강요받는 대신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배우는 것이다.

I 메시지의 활용은 더욱 직접적인 코칭 이펙트를 만든다. "왜 그게 안 돼?"라는 질문은 사실 질문이 아니다. 비난을 질문의 형태로 포장한 것이다. 반면 "나는 네가 그렇게 할 때 걱정이 돼"라는 표현은 완전히 다른 대화의 문을 연다. 상대방은 방어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아, 부모님이 그런 감정을 느끼셨구나"를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I 메시지가 상대방의 기분만을 덜 상하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화자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내 감정을 I 메시지로 표현하려면, 먼저 내가 정확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나는 지금 화가 났다", "나는 불안하다", "나는 서운하다" - 이런 구체적인 감정 인식은 자기 이해의 출발점이다. 타인을 코칭하기 전에 자신을 코칭하는 셈이다.

코칭 이펙트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역시 질문이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왜 그렇게 했어?"는 질문이지만 추궁에 가깝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는 질문이지만 때로는 무책임한 회피처럼 들릴 수 있다. 진정한 코칭 질문은 상대방의 내면을 향한다.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뭐야?", "지금 가능한 선택지는 뭐가 있을까?", "그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아?" - 이런 질문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욕구, 자원, 그리고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돕는다. 부모들이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다. 첫째, 아이가 잘못된 답을 내놓을까 봐 두렵다. 둘째, 질문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둘 다 착각이다. 먼저, 아이가 내놓는 답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해서 낸 답이 실패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다음에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값진 경험이 된다. 반면 부모가 준 정답으로 실패하면, 아이는 "부모님 말을 들었는데도 안 됐다"는 무력감을 배운다. 직접 해결책을 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더 빠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비효율적이다. 매번 부모가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면, 점점 더 독립적이고 유능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처음 몇 번은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투자한 시간의 몇 배를 돌려받게 된다.

코칭 이펙트는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으며, 스스로 답을 찾을 능력이 있다는 믿음. 이 믿음을 가지고 질문하고 기다려줄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부모-자녀 관계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는 파동처럼 퍼져나간다. 가족 전체가 달라지고, 그 가족의 구성원들이 세상에 나가서 만나는 다른 관계들도 영향을 받는다. 한 사람이 코칭 대화를 경험하면, 그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코칭 이펙트의 진정한 힘이다. 개인을 바꾸고, 관계를 바꾸며,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특히 저자들이 제안해 주는 코칭 질문과 실행팁은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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