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불사조 1 꿈꾸는 불사조 1
전세훈 그림, 최신규 원작 / 해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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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꿈꾸는 불사조를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뜨거워졌다. 손오공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 그보다는 '초등학교 3학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으로 향했다'는 그 한 문장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 우리는 '성공 스토리'를 너무 쉽게 소비한다. 화려한 결과만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몇 줄로 압축된 성공담, 그 속에서 진짜 과정은 생략되곤 한다. 하지만 이 만화는 다르다. 주인공 신규가 겪은 결핍과 상처, 그가 무너졌던 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한 번 쪼개진 팽이는 다시 돌지 못한다"는 독백은 한 인간이 느꼈을 절망의 깊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신규가 또래 아이들처럼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대신 공장으로 향할 때,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교복이 부럽진 않아! 난 애송이들보다 먼저 출발한 것뿐이야!"라는 그의 외침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큰 결핍을 감추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대사를 읽으면서, 어쩌면 우리 사회 곳곳에 신규 같은 아이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만화가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규는 자신의 상황을 원망하거나 세상을 탓하는 대신, 작은 장난감 끈끈이에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게 바로 진짜 '불사조'의 모습이 아닐까. 재가 되어도 다시 날아오르는 존재. 환경이 아니라 태도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걸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최신규 대표의 철학이 특히 인상 깊었다. "100원짜리든 10원짜리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게 중요하지"라는 문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진짜 크리에이터의 자세가 아닐까.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자본주의 시대에 이런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냈다는 게 놀랍고, 또 감동적이다. 라젠카,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이 이름들을 들으면 지금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한 사람의 40년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만화는 그 시간을 보여준다. 무독성 끈끈이 개발부터 일본 업체와의 기술 경쟁, 변신 로봇 제작, 그리고 탑블레이드로 세계 시장을 흔들기까지. 이건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국형 콘텐츠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산업사이자, 한 사람이 어떻게 시대를 개척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요즘 웹툰 시장은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로 가득하다. 회귀물, 빙의물, 먼치킨… 재미있지만 금방 잊혀진다. 반면 <꿈꾸는 불사조>는 느리지만 묵직하다. 한 사람의 인생이 주는 무게감, 좌절과 재도전의 반복, 그리고 결국 이뤄낸 꿈. 이런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신규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피닉스 팽이'가 산산조각 나는 경험을 한다. 입시에서, 취업에서, 사업에서, 인간관계에서. 그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일어설 것인가. 신규는 일어섰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 만화는 청소년들에게 꿈꿀 용기를, 어른들에게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청소년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환경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걸 배울 수 있다. 학교를 못 갔어도, 가난했어도, 신규는 결국 자신의 길을 만들었다. 어른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신규가 수십 번 넘어졌지만 결국 일어선 것처럼, 우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팽이를 돌리며 살아간다. 때로는 깨지고, 멈추고, 다시 돌리기를 반복한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꿈도 포기하는 순간, 끝이야!"라는 신규의 말처럼. <꿈꾸는 불사조>는 손오공이라는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인간의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자리에서 팽이를 돌리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다시 돌려라. 한 번 더 일어서라. 네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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