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가 생겼어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21
데이빗 섀논 글.그림,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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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자신의 욕구를 꾹꾹 눌러 담는 아이 카밀라. 친구들이 모두 먹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아욱콩을 절대 먹지 않는 아이 카밀라. 학교 가는 첫날이니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옷을 마흔두 번이나 갈아입었지만 아무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가장 이뻐 보이는 옷을 입고 거울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온몸에 온통 알록달록 줄무늬가 생긴 것이다. 나돌팔 의사선생님도 대충 연고 처방만 한 채 자연스레 없어질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다음날 카밀라의 학교생활은 끔찍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 때는 국기 문양으로 몸이 바뀌고 친구들이 장난스레 던지는 말에 따라 몸이 휙휙 바뀌니 말이다. 줄무늬 병이 전염병이 아닌지 의심하는 다른 학생 부모들의 항의 전화에 교장선생님은 카밀라의 병이 나을 때까지 등교를 삼가주길 권유하시고 카밀라는 다음날부터 전문가들의 실험대상이 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나돌팔 선생을 비롯해서 주저해 선생, 따라해 선생, 왕재잘 선생, 새파란 선생을 비롯한 의사진과 한머리 선생, 난천재 선생을 비롯한 과학자들의 방문을 받지만 카밀라의 증세는 점점 심각해지고 만다. 이제 카밀라의 이야기는 온 세상이 다 알게 되고 방송국 기자들까지 카밀라의 집 앞으로 모여든다. 카밀라를 치료해 주겠다는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카밀라의 모습은 꼬리가 나고 곰팡이가 피고 뿌리가 자라며 점점 더 이상해지더니 결국 거대한 방으로 녹아들어가는 끔찍한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상한 할머니의 아욱콩 처방은 카밀라를 다시 원래의 모습대로 돌려놓게 되고 카밀라는 ‘줄무늬 병’을 앓고 난 이후 예전과 다른 모습의 아이가 된다.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숨기던 카밀라는 결국 줄무늬가 생기는 희한한 병에 걸리게 되어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된다는 설정은 억눌린 욕구가 끔찍한 방식으로 표출됐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고의 메시지로는 정말 딱이다. 끔찍한 모습으로 변한 카밀라를 본다면 누구나 강하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남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연스럽게 표현하라는 의미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하는데 데이빗 세넌의 원색적인 그림은 그 효과가 탁월하다. 원색을 사용해서 강렬한 그림을 즐겨 그리는 데이빗 세넌에게 줄무늬 병에 걸린 카밀라는 더없이 즐거운 소재였을 것이다. 작가의 그림의 특색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의 리뷰를 쓰면서 교육적인 효과나 작가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옮기는 것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 책만큼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강하게 표현하는 책을 만나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앞표지의 알록달록한 줄무늬의 카밀라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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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윗감 찾아 나선 두더지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7
김향금 글, 이영원 그림 / 보림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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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부모에게나 자기 자식은 세상에서 최고로 잘난 존재다. 부모에게는 객관적인 잣대라는 것이 소용없다. 그렇게 천금 같은 자식이니 최고의 배우자와 짝 지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당연할 것이다. 두더지 딸처럼 두더지 마을의 총각들이 대문 밖까지 줄을 서서 구혼을 할 정도로 예쁜 딸을 둔 부모라면 사윗감에 대한 욕심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두더지 부부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의 짝으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위를 얻어주려고 길을 떠난다. 땅속에서 살아가는 두더지는 아예 제외시키고 땅 위로 올라가서 사윗감을 찾아다닌다. 아주까리 껍데기 신을 단단히 신고 봇짐 하나씩 둘러메고 아주 야무진 결심을 한 모양새다. 해님, 구름님, 바람님, 미륵님을 차례로 만나며 점점 최강자에게 다가가게 되는데 거센 바람의 위력에도 끄떡없어 보이던 돌부처 미륵도 발밑에서 땅을 뚫고 나오는 두더지를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가장 힘센 사윗감을 찾아 나선 먼 여정은 결국 두더지로 귀결되고 만다. 힘없고 나약한 존재로만 여겼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할까... 돌부처마저 쓰러뜨린 두더지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존재라는 생각에 사윗감을 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더지 가족은 사윗감을 찾아 나선 긴 여정 끝에 세상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해, 구름, 바람, 미륵을 네 귀퉁이에 넣어 장식한 테두리 그림이 그림에 세련됨을 더한다. 점점 강자에게 다가가면서 높은 산도 기어오르고 강도 건너고 암벽타기도 하면서 고초를 겪는 모습이 그림에 담겨 있다. 호랑이에게 쫓겨 달아나기도 하고 깎아지른 산비탈을 오르다 봇짐을 잃기도 하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산길을 오르다 나머지 봇짐들과 아빠 두더지의 갓마저 바람에 날려 잃어버리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처음과 끝부분의 땅속 장면에서는 두더지들뿐만 아니라 땅속에 본거지를 둔 곤충과 동물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 처음 장면에서 두더지 딸에게 청혼하러 왔다가 퇴짜를 당해서 줄지어 울고나가는 총각 두더지들과 마지막 부분에서 두더지 딸의 결혼식에서 결혼 못한 총각 두더지들이 통곡하는 위트 넘치는 장면까지 그림만 놓고 봤을 때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모 광고에 “착한 여자가 좋아, 섹시한 여자가 좋아?”라는 말을 듣고 대뜸 “섹시한 여자가 좋아”라고 대답해서 휴가지에서 좌중을 웃긴 아들 녀석은 아직까지는 나중에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한다. 조만간 착한 여자건 섹시한 여자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는 뒷전으로 미뤄둘 날이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내 아들의 이상형은 나다.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나  “엄마가 예뻐서..”하며 얼굴을 쓰다듬는 아들을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기분은 아무리 나중 일이라고해도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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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 마음 약한 늑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4
조프루아 드 페나르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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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등장하는 늑대 이야기의 총집합이다. ‘엄마 염소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형제’, ‘피터와 늑대’, ‘엄지 동자와 형제들’...‘엄지 동자와 형제들’은 외국에서는 유명한 모양이라 이 책 속에 등장하지만 내게는 좀 생소한 동화다.(나만 모르나??) 나머지는 다섯 살만 되는 아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늑대가 등장하는 대표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루카스라는 늑대가 차례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루카스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들과 함께 살다가 제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떠나 길을 나선다. 가족들의 인사와 선물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아빠에게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받게 된다. 길 가다가 허기를 느낀 루카스 앞에 엄마 염소와 아기염소들, 빨간 모자, 아기돼지 삼형제, 피터가 나타나지만 마음 약한 루카스는 먹을 수 있는 목록에 들어있는 것들을 여러 이유로 잡아먹지 못하게 된다. 결국 배고픈 루카스 앞에 동정의 여지도 없는 최적의 먹이가 나타난다. 루카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고약한 거인을 한입에 삼켜버리고 거인의 집 감옥에 갇힌 엄지동자와 형제들도 풀어준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진 루카스는 결국 아빠의 목록을 차례대로 지우고 마지막에 ‘사람 잡아먹는 거인’을 올린다. 뒷표지의 그림을 보니 루카스의 용감한 행동은 엄지동자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신문에도 실리게 되니 거인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 되지 않을까?

일본 그림책을 보면 앞 뒤 표지와 표지 안쪽에도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냥 흘려버릴 수 없게 만들어진 경우가 흔한데 이 책도 표지와 표지 안쪽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표지 안쪽에는 루카스가 거인의 집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등장인물들이 모두 수풀 속에 숨어서 거인의 집으로 향하는 루카스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루카스의 거실 풍경에 등장했던 아빠는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신문의 기사 제목이 ‘어린이 유괴범 수배’ 이었는데 바로 그 어린이 유괴범이 마지막에 루카스가 잡아먹은 거인과 이어지면서 뒷표지 그림에 또 한번 등장하는 루카스 아빠가 읽고 있는 신문의 ‘사람 잡아먹는 거인 사라지다’라는 기사와 연결된다. 가끔 그림책들을 읽다보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혹은 교묘하게 숨겨둔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맛볼 때가 있다. 나는 이런 재미까지 배려한 작품들에게 마음이 후한 편이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패러디 동화를 집중적으로 읽다가 발견한 책들이 하나같이 다 재미가 있다. 아직 소개하고 싶은 책들이 한두 권 더 남아있지만 루카스 이야기를 끝으로 당분간은 돼지와 늑대이야기와 거리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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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그렇대요! 생김새 이상해진 동물 이야기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8
이경혜 글, 신가영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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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진 전래동화도 아니고 ‘멸치의 꿈’, ‘메뚜기의 허풍’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별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하지만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아이는 뒷전이고 혼자 낄낄거리며 뒤집어졌다. 재미있다. ‘멸치의 꿈’은 물고기들의 생김새에 대한 유례를 다루고 있고 ‘메뚜기의 허풍’은 주둥이가 뾰족해진 촉새와 머리가 벗겨진 메뚜기와 잘록한 허리를 갖게 된 개미의 생김새에 대한 유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멸치의 꿈’을 살펴보면 신기한 꿈을 꾼 칠백 살 먹은 동해바다 멸치가 병어와 꼴뚜기와 메기에게 꿈 풀이를 부탁하지만 꿈 풀이를 할 줄 아는 서해 바다 망둥이를 부르기로 한다. 머슴인 가자미가 서해 바다로 헤엄쳐 망둥이를 업고 오지만 지친 가자미의 노고는 본체만체 하고 도리어 술상을 내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화가 난 가자미는 멸치의 꿈 얘기를 듣고 멸치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될 좋은 꿈이라는 망둥이의 의견과 정반대로 낚시에 걸려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꿈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화가 치솟은 멸치가 가자미의 뺨을 때려 가자미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이 광경을 지켜본 망둥이는 너무 놀라 눈이 툭 튀어나오게 되고, 꼴뚜기는 제 눈을 뽑아 꽁무니에 숨겼고, 메기는 크게 웃다가 입이 귀 뒤까지 찢어졌고, 병어는 제 입도 메기처럼 찢어질까봐 입을 꼭 잡고 웃다가 입이 뾰족해졌다는 얘기다. 아주 그럴 듯하다. 멸치의 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망둥이와 가자미의 꿈 풀이가 압권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자미의 꿈 풀이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안하무인 고약한 멸치가 바다동물들을 괴상하게 만들어 놓고 칠백 살을 넘어 오래도록 살아남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메뚜기의 허풍’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생김새가 독특한 동물들이나 희한한 습성을 지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든다면 이야기 보따리 열 개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멸치의 꿈을 옮겨본다.

“멸치가 하늘로 쑤욱 올라갔다가 땅 위로 뚝 떨어졌는데, 열 놈이 멸치를 메고 어딘가로 가더니, 갑자기 흰 눈이 펄펄 내리다가, 추우락더우락하다가, 붉은 고개로 꼴까닥 넘어갔다.” 

가자미의 해몽은 정말 제대로다.

“하늘로 오르니 낚시에 걸려 물 위로 오르는 거고, 땅에 떨어지니 땅바닥에 털썩 떨어지는 거죠. 열 놈이 메고 간 건 사람이 열 손가락으로 움켜진 거고, 흰 눈이 오는 건 소금을 솔솔 뿌리는 거예요. 추우락더우락한 건 숯불 위에 올려놓고 부채질을 하는 거고요. 붉은 고개로 넘어간 것은 사람의 목구멍이 빨갛잖아요. 그러니까 사람 입속으로 꼴깍 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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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 있는 거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178
페터 쉐소우 글.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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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쉐소우의 작품은 이 책이 두 번째다. 그의 작품 목록에 올라있는 쥐덫(Die mausefalle)이라는 작품으로 먼저 만났다. 이 책은 유명출판사의 전집으로 묶여 있으니 당분간 단행본으로 시중에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아서 아쉽다. 이 작가의 작품은 그림이 정말 독특하다. 사진 위에서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경은 얼핏 보면 사진으로 혼동하기 쉽다. 확 트인 들판이나 숲속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을 보면 이리저리 누운 풀잎들마저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고 하늘의 구름 모양새는 실제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서 어쩌면 흐릿한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배경 위에 테두리가 굵은 선으로 그려져서 배경과 경계를 이룬 인물들이 왔다 갔다 한다. 처음 이 책 <이럴 수 있는 거야?!!>를 발견했을 때 한눈에 같은 작가의 작품임을 알아볼 정도로 독특한 그림이다. 아마 다음 작품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참 독특한 일러스트다.

여자 아이 하나가 빨간 가죽 가방을 끌면서 공원에 나타난다. 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이럴 수 있는 거야”라고 외치는 여자 아이를 친구들이 뒤따른다. 호기심에 뒤따르던 친구들은 여자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그렇게 소리치고 돌아다니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여자 아이가 키우던 새가 죽어서 빨간 가방에 넣고 다녔던 것이다. 상실의 아픔과 절망과 분노를 “이럴 수 있는 거야”라는 말 속에 담아서 말이다. 엘비스가 죽었다는 아이의 말에 뒤따르던 여섯 친구는 팝가수 엘비스로 착각을 하지만 곧 아이가 키우던 새 이름이 엘비스였음을 알게 되고 함께 장례식을 치러주며 아이의 슬픔을 위로한다. 아마 천국에서 가수 엘비스와 함께 노래하고 있을 거라는 마음을 담은 농담을 나누며 분노와 절망감을 가라앉히고 슬픔을 위로받는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내 삶의 영역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을 때의 상실감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다.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갑작스런 이별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죽은 새를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이럴 수 있는 거야?”라고 외치는 아이의 마음...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허공에 붕 떠버린 듯 외딴 섬에 버려진 듯 허망한 기분도 들고 슬픔의 무게는 아이가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친구들의 위로로 슬픔을 덜어내고 장례식을 치르며 조금씩 이별을 준비한다.

올봄에 아이가 토미 드 파올라의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를 즐겨 읽었었다. 증조 할머니와 할머니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 그림책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죽음이란 의미를 그저 하늘나라로 이사 가는 정도로 여겼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두 분을 두고 위층 할아버지가 두 분 계신다고 싱겁게 얘기하던 녀석이었는데 그 사이 훌쩍 컸는지 죽음을 가까이 받아들인 모양이다. “엄마가 죽으면 뭐가 되는 거예요?” “엄마는 죽어서도 귀신이 안되고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아니, 엄마는 나이가 들어도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죽을 때가 되어도 계속 살아서 칠백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는 모습을 보니 죽음 뒤에 남겨질 두려움을 벌써 아는구나 싶다. 마음이 제대로 아리다. 하지만 어쩌겠나...언젠가 닥칠 그 순간에 슬픔을 위로할 따스한 마음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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