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그렇대요! 생김새 이상해진 동물 이야기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8
이경혜 글, 신가영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 알려진 전래동화도 아니고 ‘멸치의 꿈’, ‘메뚜기의 허풍’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별 기대감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하지만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아이는 뒷전이고 혼자 낄낄거리며 뒤집어졌다. 재미있다. ‘멸치의 꿈’은 물고기들의 생김새에 대한 유례를 다루고 있고 ‘메뚜기의 허풍’은 주둥이가 뾰족해진 촉새와 머리가 벗겨진 메뚜기와 잘록한 허리를 갖게 된 개미의 생김새에 대한 유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멸치의 꿈’을 살펴보면 신기한 꿈을 꾼 칠백 살 먹은 동해바다 멸치가 병어와 꼴뚜기와 메기에게 꿈 풀이를 부탁하지만 꿈 풀이를 할 줄 아는 서해 바다 망둥이를 부르기로 한다. 머슴인 가자미가 서해 바다로 헤엄쳐 망둥이를 업고 오지만 지친 가자미의 노고는 본체만체 하고 도리어 술상을 내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화가 난 가자미는 멸치의 꿈 얘기를 듣고 멸치가 하늘로 올라가 용이 될 좋은 꿈이라는 망둥이의 의견과 정반대로 낚시에 걸려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꿈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화가 치솟은 멸치가 가자미의 뺨을 때려 가자미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이 광경을 지켜본 망둥이는 너무 놀라 눈이 툭 튀어나오게 되고, 꼴뚜기는 제 눈을 뽑아 꽁무니에 숨겼고, 메기는 크게 웃다가 입이 귀 뒤까지 찢어졌고, 병어는 제 입도 메기처럼 찢어질까봐 입을 꼭 잡고 웃다가 입이 뾰족해졌다는 얘기다. 아주 그럴 듯하다. 멸치의 꿈을 두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망둥이와 가자미의 꿈 풀이가 압권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자미의 꿈 풀이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안하무인 고약한 멸치가 바다동물들을 괴상하게 만들어 놓고 칠백 살을 넘어 오래도록 살아남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메뚜기의 허풍’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이런 식으로 생김새가 독특한 동물들이나 희한한 습성을 지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든다면 이야기 보따리 열 개를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멸치의 꿈을 옮겨본다.

“멸치가 하늘로 쑤욱 올라갔다가 땅 위로 뚝 떨어졌는데, 열 놈이 멸치를 메고 어딘가로 가더니, 갑자기 흰 눈이 펄펄 내리다가, 추우락더우락하다가, 붉은 고개로 꼴까닥 넘어갔다.” 

가자미의 해몽은 정말 제대로다.

“하늘로 오르니 낚시에 걸려 물 위로 오르는 거고, 땅에 떨어지니 땅바닥에 털썩 떨어지는 거죠. 열 놈이 메고 간 건 사람이 열 손가락으로 움켜진 거고, 흰 눈이 오는 건 소금을 솔솔 뿌리는 거예요. 추우락더우락한 건 숯불 위에 올려놓고 부채질을 하는 거고요. 붉은 고개로 넘어간 것은 사람의 목구멍이 빨갛잖아요. 그러니까 사람 입속으로 꼴깍 넘어가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