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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윗감 찾아 나선 두더지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7
김향금 글, 이영원 그림 / 보림 / 1997년 1월
평점 :
세상 어느 부모에게나 자기 자식은 세상에서 최고로 잘난 존재다. 부모에게는 객관적인 잣대라는 것이 소용없다. 그렇게 천금 같은 자식이니 최고의 배우자와 짝 지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당연할 것이다. 두더지 딸처럼 두더지 마을의 총각들이 대문 밖까지 줄을 서서 구혼을 할 정도로 예쁜 딸을 둔 부모라면 사윗감에 대한 욕심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두더지 부부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의 짝으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사위를 얻어주려고 길을 떠난다. 땅속에서 살아가는 두더지는 아예 제외시키고 땅 위로 올라가서 사윗감을 찾아다닌다. 아주까리 껍데기 신을 단단히 신고 봇짐 하나씩 둘러메고 아주 야무진 결심을 한 모양새다. 해님, 구름님, 바람님, 미륵님을 차례로 만나며 점점 최강자에게 다가가게 되는데 거센 바람의 위력에도 끄떡없어 보이던 돌부처 미륵도 발밑에서 땅을 뚫고 나오는 두더지를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가장 힘센 사윗감을 찾아 나선 먼 여정은 결국 두더지로 귀결되고 만다. 힘없고 나약한 존재로만 여겼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재발견이라고 할까... 돌부처마저 쓰러뜨린 두더지가 세상에서 가장 힘센 존재라는 생각에 사윗감을 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더지 가족은 사윗감을 찾아 나선 긴 여정 끝에 세상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해, 구름, 바람, 미륵을 네 귀퉁이에 넣어 장식한 테두리 그림이 그림에 세련됨을 더한다. 점점 강자에게 다가가면서 높은 산도 기어오르고 강도 건너고 암벽타기도 하면서 고초를 겪는 모습이 그림에 담겨 있다. 호랑이에게 쫓겨 달아나기도 하고 깎아지른 산비탈을 오르다 봇짐을 잃기도 하고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산길을 오르다 나머지 봇짐들과 아빠 두더지의 갓마저 바람에 날려 잃어버리게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처음과 끝부분의 땅속 장면에서는 두더지들뿐만 아니라 땅속에 본거지를 둔 곤충과 동물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 처음 장면에서 두더지 딸에게 청혼하러 왔다가 퇴짜를 당해서 줄지어 울고나가는 총각 두더지들과 마지막 부분에서 두더지 딸의 결혼식에서 결혼 못한 총각 두더지들이 통곡하는 위트 넘치는 장면까지 그림만 놓고 봤을 때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다.
모 광고에 “착한 여자가 좋아, 섹시한 여자가 좋아?”라는 말을 듣고 대뜸 “섹시한 여자가 좋아”라고 대답해서 휴가지에서 좌중을 웃긴 아들 녀석은 아직까지는 나중에 커서 엄마랑 결혼할 거라고 한다. 조만간 착한 여자건 섹시한 여자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는 뒷전으로 미뤄둘 날이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내 아들의 이상형은 나다.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나 “엄마가 예뻐서..”하며 얼굴을 쓰다듬는 아들을 누군가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기분은 아무리 나중 일이라고해도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