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잡아먹어도 될까요? - 마음 약한 늑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4
조프루아 드 페나르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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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등장하는 늑대 이야기의 총집합이다. ‘엄마 염소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빨간 모자’, ‘아기 돼지 삼형제’, ‘피터와 늑대’, ‘엄지 동자와 형제들’...‘엄지 동자와 형제들’은 외국에서는 유명한 모양이라 이 책 속에 등장하지만 내게는 좀 생소한 동화다.(나만 모르나??) 나머지는 다섯 살만 되는 아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늑대가 등장하는 대표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루카스라는 늑대가 차례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이다. 루카스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동생들과 함께 살다가 제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떠나 길을 나선다. 가족들의 인사와 선물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아빠에게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받게 된다. 길 가다가 허기를 느낀 루카스 앞에 엄마 염소와 아기염소들, 빨간 모자, 아기돼지 삼형제, 피터가 나타나지만 마음 약한 루카스는 먹을 수 있는 목록에 들어있는 것들을 여러 이유로 잡아먹지 못하게 된다. 결국 배고픈 루카스 앞에 동정의 여지도 없는 최적의 먹이가 나타난다. 루카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고약한 거인을 한입에 삼켜버리고 거인의 집 감옥에 갇힌 엄지동자와 형제들도 풀어준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진 루카스는 결국 아빠의 목록을 차례대로 지우고 마지막에 ‘사람 잡아먹는 거인’을 올린다. 뒷표지의 그림을 보니 루카스의 용감한 행동은 엄지동자의 생생한 증언과 함께 신문에도 실리게 되니 거인사냥꾼으로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 되지 않을까?

일본 그림책을 보면 앞 뒤 표지와 표지 안쪽에도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냥 흘려버릴 수 없게 만들어진 경우가 흔한데 이 책도 표지와 표지 안쪽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표지 안쪽에는 루카스가 거인의 집까지 오는 동안 만났던 등장인물들이 모두 수풀 속에 숨어서 거인의 집으로 향하는 루카스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루카스의 거실 풍경에 등장했던 아빠는 소파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신문의 기사 제목이 ‘어린이 유괴범 수배’ 이었는데 바로 그 어린이 유괴범이 마지막에 루카스가 잡아먹은 거인과 이어지면서 뒷표지 그림에 또 한번 등장하는 루카스 아빠가 읽고 있는 신문의 ‘사람 잡아먹는 거인 사라지다’라는 기사와 연결된다. 가끔 그림책들을 읽다보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혹은 교묘하게 숨겨둔 장치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맛볼 때가 있다. 나는 이런 재미까지 배려한 작품들에게 마음이 후한 편이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패러디 동화를 집중적으로 읽다가 발견한 책들이 하나같이 다 재미가 있다. 아직 소개하고 싶은 책들이 한두 권 더 남아있지만 루카스 이야기를 끝으로 당분간은 돼지와 늑대이야기와 거리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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