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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태어날 거야 ㅣ 웅진 세계그림책 135
존 버닝햄 글, 헬렌 옥슨버리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존 버닝햄의 최근작인 <동생이 태어날 거야>는 아내인 헬린 옥슨버리와의 첫 공동작품이라고 한다. 함께 만든 작품이 있었을 법도 한데 기억을 더듬어 봐도 신기하게 함께 한 작품이 없었다. 존 버닝햄과 헬린 옥슨버리 부부는 미술학교에서 처음 만나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서로가 서로를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존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헬린 옥슨버리는 무대디자인을 공부했다. 존 버닝햄을 만나 결혼한 이후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무대를 옮겼다고 한다. 존 버닝햄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머힐이라는 대안학교 출신에다 양심적 병역기피자였다. 부모님과 함께 트레일러를 타고 다니며 생활하면서 여러 학교를 전전했지만 기존의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다. 또 양심적 병역 기피자로 병역 대체 복무로 국제 평화봉사단을 비롯해서 여러 나라 여러 일들을 거쳤다. 이렇게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들을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부분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나 <지각대장 존>과 같은 작품은 그런 길에서 만나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물론 이 두 작품은 내가 존 버닝햄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미술 학교를 마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시기에는 철도 운송국과 같은 기관의 포스터를 그리는 일도 했고 띠 벽지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한다. 존 버닝햄이 디자인했던 띠 벽지를 그림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존 버닝햄이 디자인 했던 그 띠 벽지를 우리 아이 방에 붙여주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상상해 보기도 했었다.^^
이렇게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부부의 첫 공동 작품인 <동생이 태어날 거야>는 동생이 태어나길 기다리는 기대감과 설레임과 그러면서도 한쪽으로 불편해지는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남편이 후처를 들이는 것을 지켜보는 조강지처의 마음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소년도 동생이 생겨서 함께 놀아줄 친구가 생기고, 동생이 선원이 되면 가족이 다함께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동생이 커서 은행에서 일하게 된다면 나한테 돈을 잔뜩 줄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새로 산 양탄자에 토해서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을 테고, 온 집안에다 낙서를 할 수도 있고, 엉터리 요리로 주방을 지저분하게 할 수도 있을 거라며 동생을 기다리는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혹시 동생이 동물원의 사육사로 일하다가 호랑이한테 잡아 먹힐까봐 공원에서 일하다가 가을날 낙엽들을 다 쓸어 모으지 못할까봐 앞선 걱정과 염려도 늘어놓는다.
그 마음, 다 이해할만하다. 엄마를 나눠가져야 하는 서운함과 질투의 감정은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다가도 부정하고 싶어지고 괜한 심술도 부리고 싶어진다. 그러면서도 동생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도 살짝 생겨나는 그 복잡한 심경을 엄마와 아이의 따스한 대화체의 글과 단정하고 깔끔한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동생을 기다리며 오락가락하는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이다 보면 겨울부터 가을까지의 계절의 변화와 엄마의 배가 점점 불룩해지면서 어느새 동생과 만날 시간이 가까워온다. 동생을 만나러 병원으로 향하는 아이의 마음에는 기대감만이 잔뜩 담겨있다.
세상에 나올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책이다. 물론 ‘동생을 괴롭히는 101가지 방법’을 만들어놓고 철벽방어를 하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는 씨도 안 먹힌다. 그런데 이 녀석...요즘 좀 느슨해진 느낌이다. 동생 얘기에 예전처럼 펄쩍 뛰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어쩌누...나이 50에 첫 아이를 본 엄마도 있다지만 이 엄마는 다시 갓난아기를 키울 체력이 안 된단 말이다. 결론은 이런 책을 우리 아이와는 멀리 떨어뜨려놔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동생을 기다리는 준비를 하고 있다면 큰 도움을 줄 훌륭한 책 처방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