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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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럽게도 울어 댄다. 그냥 ‘운다’는 정도를 넘어서 ‘울어 댄다’가 정확하다. 잦아들 만하면 또 울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제 끝이 보인다 싶은데 또 운다. 그 길고 서러운 울음이 끝나고 아주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엄마인 나는 2차로 밀려오는 안쓰러움과 아이가 숙제처럼 내게 안긴 걱정으로 한참을 내려다본다. 지난 봄 우리 집 밤 풍경이었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유치원 버스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집에 올 때까지 기본적으로 열 번은 운다는 얘기를 들었다. 매일 오늘은 몇 번 안 울었다고, 열 번에서 우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면서 씩씩한 척 하다가도 밤이 돼서 불을 끄고 엄마와 나란히 누워 하루일과를 얘기하고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만 들어도 어김없이 훌쩍거리는 거다. 불을 켜보면 그때부터 눈물을 펑펑 쏟아내면서 서러운 마음을 토해놓는 거다. 엄마가 너무 좋아서 엄마와 한 순간도 떨어져 있기 싫은데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이 길어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자꾸 눈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엄마가 보고 싶은데 못 봐서 슬픈 것부터 시작한 얘기는 혼자서 뭐든 다 알아서 해야 하는 것도 실수할까봐 겁나고, 유치원 버스를 놓쳐서 집에 못 올까봐 겁나고, 유치원 안에서 길을 잃을까봐 겁나고...하루 종일 꾹꾹 눌러 담아놨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것이다. 

 

<눈물바다>의 이 밤톨머리 소년에게도 오늘 하루가 그랬다. 시험을 망쳤다. 점심밥도 너무 맛이 없었고 짝꿍이 약을 올려서 대응한 것뿐인데 선생님께 걸려서 야단을 맞았다. 게다가 하굣길에는 비가 내려서 우산을 받쳐 들고 가는 친구들 틈에서 박스를 뒤집어쓰고 그 비를 다 맞고 집에 왔다. 학교에서의 불운을 위로받고 싶었던 집에 도착했지만 설상가상으로 엄마와 아빠는 공룡 두 마리가 싸우듯 악악대며 싸우고 있다. 싸움의 불똥은 이 소년에게로 튀어서 저녁밥을 남겼다고 여자 공룡(엄마)한테 혼이 났다.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우울하고 짜증나고 그래서 울고 싶은 날이다. 불을 끄고 누우니 서러움이 밀려온다.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똑똑 떨어지던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서 방 안의 물건들을 죄다 집어 삼키고 집 안 전체를 점령하더니 마을 전체로 흘러나간다. 눈물바다다.

밤톨머리 소년은 처음엔 이 상황을 살짝 당황스럽게 받아들였지만 곧 신나는 모험으로 즐기게 된다. 방송국에서 취재가 한창이다. 소년의 눈물바다에는 그 동안 쓸어버리고 싶은 인물들과 감정들이 파도에 휩쓸린다. 빵점 맞은 시험지, 맛없는 식판, 자신만을 혼내던 선생님, 먼저 약 올려놓고 시침 뚝 떼고 있었던 짝꿍, 맛없는 점심밥을 내놓은 조리사, 자신을 비웃던 친구들, 악악대며 싸우는 게 일이었던 엄마와 아빠... 그러다 이 소년은 눈물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이들 곁에 재미난 상상을 끌어다놓는다. 눈물바다에서 헤엄치는 인어공주, 때 목욕하는 선녀, 인당수가 아닌 눈물바다에 뛰어들려는 심청, 고래의 입속으로 들어가려는 피노키오, 토끼의 간을 갖고 용궁으로 향하는 토끼와 자라,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수영선수 박태환, 굴뚝에 끼여 있는 산타 할아버지까지 이 소년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이유들과 한바탕 뒤섞여있다. 어느새 바닷가로 밀려와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은 침대보 한가득 부모님과 선생님과 친구들을 구해낸다.

 

눈물바다에서 건져낸 부모님과 선생님과 친구들을 빨랫줄에 나란히 널어놓고(이건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의 패러디’인가?^^) 특히 짝꿍친구를 드라이어로 말려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그래, 30점 맞은 시험지도 엄한 선생님도 가끔씩 짓궂은 친구들도 의견이 맞지 않아 가끔 다투는 부모님도 다 내게 속한 것들이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미울 때도 가끔 있지만 그래도 눈물바다에 떠내려가게 놔둘 수 없는 애증이 공존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 선생님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상처가 더 아픈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한바탕 속 시원하게 울고 나니 이 밤톨머리 녀석이 환하게 웃는다. 그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속이 후련해지도록 실컷 울어보렴. 그리고 다시 씩씩해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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