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적이야 그림책이 참 좋아 1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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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한동안 좋아했던 버지니아 리 버튼의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의 탄생과정에는 작가의 아들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한다. 만화에 빠져 사는 아들에게 읽히려고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아들에게 재미없다고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다 아들의 흥미를 이끌어낸 책이 바로 전 세계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다. 아들이 흥미 있어 하는 탈것들을 그림책 속으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만들었던 버지니아 리 버튼의 손끝에서 탄생한 증기기관차 치치, 증기삽차 메리 앤, 크롤러 트랙터 케이티는 색채의 단조로움만 제외한다면 1930~40년대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꾸준히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그림책<너는 기적이야>는 열일곱 번째 생일을 맞은 최숙희 작가의 아들 생일에 맞춰 세상에 나온 책이다. 개인적인 기념일에 의미를 보태고 그 기념작이 이렇게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놓았으니 작가에게는 의미 있는 작품이 되겠다. 책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책 서두의 헌사에 관심이 많다. 특히 『나의 아들 ○○○에게...』이런 헌사를 보면 엄마도 작가가 돼서 헌사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는 말을 빼먹지 않는다. 그 당황스러움에 네가 작가가 돼서 『나의 어머니께 바칩니다.』와 비슷한 헌사를 써주면 되지 않겠냐고 받아치기는 했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신의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책이나 동화 글을 쓰는 엄마 작가들의 재능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아들의 생일에 맞춰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작가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마는..^^

이 그림책은 아이가 처음 내게 온 날부터 첫 이가 돋던 날, 처음 ‘엄마’라고 부르던 날, 처음으로 걷던 날, 처음 학교 가던 날처럼 엄마에게 두 번 없을 감격적인 날들에 대한 감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슬픔을 위로하는 안정을 주는 목소리, 아픈 아이 옆에서 대신 아프게 해달라는 간절함과 오히려 지친 엄마를 위로하는 자그마한 손과 엄마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스스로 해결하려는 아이를 지켜보는 불안한 설렘처럼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낯설지 않은 감정들이 버무려져있다. 내 몸을 통해 세상에 나왔지만 매 순간순간마다 아이를 통해 힘을 얻는 수혜자는 오히려 엄마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엄마보다 예쁜 사람은 없다는 말과 엉덩이에 뽀뽀까지 해대면서 하루 종일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수시로 입 맞추는 이런 사랑스런 선물을 언제 또 받아볼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아이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이 기적이고 축복인 셈이다.


이 책은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엄마의 아이에 대한 기다림, 혹은 착착 감기며 예쁜 짓만 하던 아이가 징글징글하게 미운 짓만 골라하는 시점에 와 있는 아이 엄마의 자기최면의 주문, 질풍노도를 지나 안정을 찾아가는 아이 엄마들의 마음고생에 대한 치유의 선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말하자면 세상 모든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과 엘리슨 맥기의 글로 만난 <언젠가 너도>라는 책이 우선 떠오른다. 그밖에도 이 책과 비슷하게 사랑을 듬뿍 담은 성장일기를 보는 듯한 그림책들이 꽤 많이 나와 있다. 어떤 책들은 그저 잠깐의 공감을 주기만 할 뿐이고 어떤 책은 여운을 오래 남기며 목울대가 뻐근해지는 눈물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책도 있다. 아마도 비슷비슷한 진심이 담겨져 있겠지만 글이 주는 맛에서 느껴지는 차이일 것이다.  

 

<너는 기적이야>...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가슴 속에는 다들 이런 책 한권쯤은 품고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을 꺼내놓은 듯한 작가의 글은 그래서 많은 공감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신선하다거나 독창적인 맛은 부족해 보인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의 최숙희표 그림에 비하면 밋밋한 글맛이 늘 아쉽다. 최숙희 작가의 글은 늘 그림의 들러리인 느낌이 든다. 물론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니 단순하고 간결한 글이 그런 느낌을 부추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가끔씩 내 느낌과는 엇나가면서 이 작가의 신작들은 늘 떠들썩한 성공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인기작가의 작품이라고 혹은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무조건 선호하기 보다는 각각의 작품을 꼼꼼히 살펴서 골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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