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엄마와 함께 가는 미술관 여행 - 아이와 꼭 한 번 가봐야 할 미술관 12
최미연(미대엄마) 지음 / 로그인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서평단 모집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책이 있었는데, ‘아이와 미술관 여행’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던 걸까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물론 아이도 없지만, 전시회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언젠가 아빠가 된다면 아이와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로망(?)이 있었던 터라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고, 선정되어 도서를 받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꼼꼼하고 다정한 책이었습니다.


2. 책은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술관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로,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가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현장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를 차근차근 짚어줍니다. 미술관 에티켓이라든가, 아이가 질문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주면 좋을지 같은 세세한 팁이 담겨 있어서, 처음 미술관을 찾는 부모나 보호자에게 매우 유용합니다. ‘미술관 노트’ 작성법이나 감상 후 아이와 나눌 대화 거리까지 제안해주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게 도와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작가가 직접 아이 손을 잡고 다녀온 12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소개하는 구성입니다. 단순히 위치나 전시 정보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특징,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 대화의 포인트 등을 함께 정리해두었습니다. 글과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생생하게 느껴졌고, 책에 실린 QR코드로 사전 정보를 검색해보기도 쉬워서 실제 계획을 세울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습니다. ‘미술관 노트’가 함께 수록된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 역시 전시를 자주 보는 편인데, 아이와 동행하지 않더라도 전시 감상 기록을 정리할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지역별 미술관과 박물관 목록이 정리되어 있고, QR코드가 함께 실려 있어 원하는 장소를 직접 탐색하고 계획을 세우기에 실용적입니다.

3. 개인적으로는 “미술은 꼭 어렵거나 거창할 필요 없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와 주고받는 대화, 함께 웃었던 장면, 작품을 바라보던 그때의 감정들이 결국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 책은 ‘무엇을 보여줄까’보다 ‘어떻게 바라볼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단지 ‘작품을 보는 곳’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장소로 다시 보게 해주었습니다.

4.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낯설거나, 아이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이 좋은 준비물이 되어줄 것입니다. 부모뿐 아니라 교사, 교육 관계자, 그리고 미술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든 편하게 권할 수 있는 책입니다. 미술이 삶 가까이에 있다는 걸, 이 책은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이는 임신기를 위한 슬기로운 남편생활 - 임신공감 에세이, 개정판
김진태 지음 / 박영스토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저는 아직 미혼이고, 아이도 없지만,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남편이자 아빠가 되는 삶을 상상하곤 합니다. <반짝이는 임신기를 위한 슬기로운 남편생활>은 그런 제게 ‘임신’이라는 시간에 남편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그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2.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유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니, 유쾌함 뒤에 있는 깊고 진지한 고백들이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미화하거나 정답을 주려고 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의 모자람과 후회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좋은 남편이 되는 길이 ‘완벽’이 아닌 ‘기꺼운 참여와 태도’라는 사실을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3. 각 주차별로 임신 중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남편으로서 어떤 역할과 마음이 필요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입덧, 초음파, 태명, 부부싸움, 커피 전쟁, 태동 같은 주제들이 담백한 문장 속에서 생생하게 전해지면서도, 아내의 마음과 남편의 반응 사이에서 우리가 자주 놓치는 감정의 틈도 놓치지 않습니다. 저도 종종 기록을 하는 편이지만, 와우.. 틈틈히 썼을 저자의 모습을 떠올리다보면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4. 책을 읽으며, ‘남자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기보다는, 아내 옆에서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진하게 남습니다. 사실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조심히 추천하건데, 아내의 고통과 변화, 감정을 이해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남편들에게, 또는 이제 막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5.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결국 ‘좋은’이라는 수식어는 가꾸어지고 다듬어져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Long Run을 위해 Long Learn 해야한다는 말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너 (리커버 특별판)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은 너무도 손쉽게 삶을 성공과 실패로 나눈다. 더 많은 연봉, 더 높은 자리, 더 화려한 성취가 없으면 실패한 인생이라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 역시 그런 기준 아래선 실패한 인물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평생을 조교수로 지냈고, 가정에서는 소외되었으며, 세상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 존 윌리엄스는 이 삶을 그런 식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놀라울 만큼 섬세한 문장으로,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인생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그려낸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그의 문장에는 인간을 향한 애정과 연민이 고요히 배어 있다.

첫 문장부터 이 소설은 묵직하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처럼 단 한 문장으로 소설 전체를 예고한다. 그 한 줄을 써내기 위해, 작가는 아마 오랜 시간을 머물렀을 것이다. 그렇게 조밀하게 설계된 감정과 구조는 소설 전체를 견고하게 지탱하며, 독자를 스토너의 세계로 부드럽게 끌어들인다.

스토너는 평범함 그 자체다. 시대는 세계대전과 정치적 격변으로 요동치지만, 그는 한 대학 강단에 조용히 머문다. 눈에 띄는 재능도 없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서툴다. 그럼에도 그는 문학을 만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지켜간다. 부당한 평가를 견디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며, 끝내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스토너의 인생은 거창한 사건 없이 흘러가지만, 작가는 그 흐름 안에 세심하게 감정의 결을 새겨 넣는다.

주인공의 결혼 생활은 감정의 단절로 가득하다. 아내 이디스는 불안정하고, 딸 그레이스는 그 틈에서 상처받는다. 이 관계는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다. 외로움, 오해, 기대의 실패가 엉켜 만들어낸 복잡한 결이다. 작가는 그 모든 것을 냉정하게 바라보지만, 결코 냉소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에는 슬픔이 있고, 슬픔 속에는 사랑이 있다. 그런 내밀한 감정의 층위가 스토너의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 피어난 유일한 사랑,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관계는 짧은 환기 같은 순간이었다. 문학과 감정을 나눈 단 한 사람. 그러나 그 사랑조차 그는 스스로 놓는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붙잡기보다,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을 택한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다. 그는 그 선택마저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다. 이 모든 관계와 감정이 오롯이 그의 인생을 이루는 구성요소로 다가온다.

스토너의 죽음은 조용히 찾아온다. 병든 몸을 이끌고, 자신이 쓴 책에 손을 얹은 채 삶을 마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인생. 하지만 그는 끝까지 스스로의 신념을 놓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 그는 자신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그 질문은 독자의 마음을 깊이 찌른다. 우리는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대부분의 문학이 극적인 성공과 몰락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조명하려 한다면, <스토너>는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작고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더 길고, 더 오래 남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과 싸움이 있었는지를 기억하게 만든다.

<스토너>는 바로 그 조용한 싸움에 대한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지털 미래영재학교 생성형 AI반 1 - 생성형 AI로 그린 세계 최초 디지털 교육 만화 디미영 (디지털 미래영재학교) 2
김종훈.최일훈 지음 / 이케이북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치자마자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요즘 어린이용 만화책은 스토리도 정교하고 캐릭터도 자연스러운데, 이 책은 대사나 전개가 다소 투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니,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분명했다.

표지에 적힌 부제처럼, “생성형 AI로 그린 세계 최초 디지털 교육 만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갔다. 그리고 읽을수록, 이 책이 가진 교육적 실험과 구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책은 AI를 주제로 한 이야기책이라기보다는 실습형 교육 콘텐츠에 가깝다. 뤼튼으로 글을 쓰고, Canva로 이미지를 편집하고, Suno로 음악을 만들고, Vrew로 오디오북까지 제작해보는 과정을 차례대로 담고 있다.

각 장은 하나의 도구에 집중해 따라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AI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나 초보자들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다. 덕분에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동기가 생기고, 창작 과정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읽으면서 좋았던 건, 이 책이 막연했던 버킷리스트에 작은 길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동화책을 만들고, 시집을 출간하고, 그 속의 글과 그림, 디자인까지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오래 있었다. 찬양을 작사하고 작곡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 그동안은 막연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시작할 수 있겠다’는 구체적인 길이 생겼다.


유튜브를 운영하면서도 꽤나 긴 시간동안 콘텐츠 제작 방식에 고민이 있었는데, 이 책이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생각했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거, 의외의 수확이다.


<디지털 미래영재학교>는 시리즈로 기획된 교육 콘텐츠다. 과학교사상을 연속 수상한 이 책의 이력은 이 시리즈에 대한 신뢰를 더했고, 다른 책들도 기대하게 만든다.


AI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가? 아이들과 함께 즐기며 배울 콘텐츠를 찾는 부모나 교사인가? 이 책을 가볍게 보시라. ‘시작’을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자인 컨셉 사전 - 죽은 콘텐츠도 살리는 크리에이터의 말
테오 잉글리스 지음, 이희수 옮김 / 윌북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질문 앞에 멈춰 선 적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생각보다 선명한 길을 보여줄 것이다. 애매했던 개념이 분명해지고, 추상적인 감각이 언어로 바뀌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디자인이 단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책은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부터 실무, 타이포그래피, 매체까지 82개의 개념을 폭넓게 다룬다. 바우하우스, 포스트모더니즘처럼 익숙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용어부터, 디폴트나 트롱프뢰유 같은 다소 생소한 개념까지 하나하나 정리해준다. 단어를 정의하는 걸 넘어, 어떤 시대에서 왜 그런 사조가 등장했는지, 지금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를 함께 짚어준다. 페이지를 따라가다 보면 디자인 언어의 체계가 머릿속에 조금씩 자리 잡는 느낌이 든다.

읽으면서 특별히 마음에 남았던 건,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 기술’로 보지 않는 태도이다. 이 책은 디자인이 감정을 담고, 사고를 표현하고, 때로는 저항의 도구가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정치적 메시지, 젠더와 인종의 문제, 접근성과 윤리 같은 주제를 함께 다루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 디자인은 결국 시대와 사람을 연결하는 시각적 언어라는 말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디자인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감각이다. AI 툴이 발전하고 협업이 일상화된 지금, ‘느낌적으로 이런 거’라고만 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피드백을 줄 때도, 기획 의도를 정리할 때도, 그 언어가 필요한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단순히 “더 예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과 “계층 구조가 흐려졌어요”, “버내큘러적 감성을 살려볼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는 사람의 대화 밀도는 분명히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디자이너는 물론이고, 디자인과의 거리감에 막막함을 느끼는 기획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브랜드 담당자 모두에게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한다. 디자인이 점점 더 소통의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시대, 감각을 개념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연습은 분명 가치 있다. 감각을 언어로 바꾸고, 이미지를 사유하게 만드는 책. 책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변의 시각 세계를 다르게 보게 되는 경험이 기다리고 있음을 경험해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