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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클락댄스 (2019년 초판)
저자 - 앤 타일러
역자 - 장선하
출판사 - 미래지향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56p
째깍 째깍 인생은 흘러간다
헌책방에 가면 거의 빼놓지 않고 보게되는 책이 있는데 바로 '앤 타일러'의 [종이시계]다. 국내에 얼마나 팔렸는지 얼마나 읽혔는지는 모르지만 정말로 거짓말 안하고 헌책방에 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작품인지라 그저 대박 터진 작품이겠거니 예상만 했었는데, 역시나 [종이시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었다고 하니 이제서야 잦은 만남의 이유를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내놓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던 이력이 있는 만큼 미국 문단에서 대중적이고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의 신작 소설이 국내 출간되었다. [클락댄스]라....뭔가 시계로 일맥상통하는 제목 만큼이나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낼만한 작품일까? ㅎㅎ
거꾸로 가는 시계는 없듯 우리의 인생은 시계처럼 앞을 향해 흘러간다.
째깍 째깍 째깍....수많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최선의 길을 선택하지만...
되돌아보면 모든 선택이 최선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허나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늘어가는 것이 나이와 주름만은 아니리라.
아마도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를 마주한 노년의 여성 윌라의 이야기.
그녀의 결정에서 희망을 엿보고, 나를 되돌아 보게 된다.
1967년
엄마가 사라지던 날. 윌라는 동생 일레인과 아빠의 깜짝 선물을 준비한다.
1977년
대학교 2학년이던 윌라는 학업과 결혼의 갈림길에서고....
1997년
데릭이 운전하는 차에 탄 윌라는 생사의 기로에 놓이고....
2017년
장성한 두 아들은 집을 나가 독립하고, 윌라는 은퇴한 변호사 피터와 함께 생활한다. 어느날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윌라는 첫째 아들 션과 사귀었던 엑스걸프렌드 드니즈가 다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 입원했고 드니즈의 딸 셰릴과 강아지 에어플레인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드니즈의 이웃에게 전해 듣는다. 사실 이웃은 아들 션과 드니즈가 헤어진줄 모르고 전화를 걸었지만 윌라는 딱한 마음에 남편 피터와 비행기를 타고 볼티모어로 향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낙후되었고 위험해 보이는 마을에 난생 처음 만난 아홉살 꼬마 소녀 셰릴과 동거를 해야 하는 윌라와 피터. 그리고 마을사람들....윌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1부에서는 윌라의 앞선 인생을 짧막하게 소개하면서 그녀가 살아온 인생과 대강의 성격을 그려낸다. 그녀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에피소드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남친 데릭과 비행기를 탄 윌라는 옆자리의 남자가 느닷없이 권총을 윌라의 갈비뼈에 대고 조용히 하라고 명령한다. 물론 권총은 옷속에 숨겨 보이지 않지만 길고 단단한 감촉으로 권총이라 여긴 윌라는 숨죽인채 시키는대로 조용히 있고, 낌새를 전혀 모르던 남친 데릭은 윌라와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하여 자리를 바꾸고 그렇게 무사히 비행기에서 내린다. 그런데 그게 끝.....-_-;;; 비행기에서 내린뒤 남친에게 말했지만 남친은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고, 윌라 역시 신고나 클레임 없이 그냥 집으로 가버린다. 뭐랄까...상당히 수동적이고 전형적인 소극적 성격이랄까...그렇게 자신의 주장보다는 다른이에게 이끌리듯 살아온 그녀에게 드디어 가장 그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2부에서 말이다.
아직 어리지만 당차고 귀여운 아홉살 소녀 셰릴은 윌라에게 손녀가 되고 윌라의 도움 없인 화장실 조차도 가기 힘든 드니즈는 딸과 다름 없다. 누군가 자신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자신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 그 관계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진짜 가족보다 더없이 끈끈한 정으로 묶일 수 있는 안정을 선사하는 것이다. 차라리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윌라와 드니즈 가족의 관계는 이상적인 가족간의 정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만든다. 어찌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가/감독의 [좀도둑 가족](영화 '어느 가족' 원작)과 같은 정서를 갖는 작품이라 볼 수 있는데 [좀도둑 가족]과는 다른 빠다향 짙은 서양 정서의 가족관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어쨌던, 잔정 많은 윌라의 잔잔한 에피소드와 드니즈 총상 사건의 전말 같은 소소한 이벤트들로 꾸며져 가슴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분명 좋게 말하면 인정 넘치는, 나쁘게 말하면 오지랖 넘치는 윌라의 행동이 이해가 안갈 수도 있지만 잔정 많은 인자한 우리네 할머니를 떠올리면 그닥 말이 안되는 이야기는 아닌지라 작가가 들려주는 감동에 충분히 젖어들수 있는 작품이다. 시곗바늘 굴러가듯 챗바퀴 처럼 흘러가는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야 값지게 살 수 있는지를 말하는 교훈같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