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에게 일독을 권함.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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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하거나 글 잘 쓰는 사람을 두고 ‘언어의 연금술사‘라 이름 붙이기도 한다. 소설가 김애란이라면 그 칭호를 얻을 자격이 충분하다. 가난과 남루도 그녀의 문장을 거치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헐렁하고 구멍난 메리야쓰 난닝구마저, 눈물 닦아주는 보송보송한 면 손수건으로 바꾸는 솜씨.

어머니가 오랫동안 꾸린 국수 가게에서 먹고, 자고, 자랐다는 김애란이 단편소설로 그 가게를 되살렸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나는 어머니가 해 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아버지는 웬 뜨내기 여자와 커플링을 하고 다녔다. 그녀는 나이 많고 몸매 좋은 때밀이였다. ... 이웃 여자는 말했다. 그 집 아저씨, 때밀이 여자 퇴근할 때마다 문 앞에서 ‘히야시‘된 바나나 우유를 들고 서 있는다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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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 월드 세 번째, 첫 장편소설.

화자인 가와이 조지는 열세 살이나 어린 카페 종업원 나오미를 아내로 삼으려 한다. 후견인을 자처하며 그녀를 돌본다. 3년 정도 지나 사실혼 상태가 무르익었을 즈음, 가와이는 나오미와 그녀의 남사친들 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채는데...

나오미의 사치와 바람기를 허락하면서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하고, 제 등에 기꺼이 올라타라고 그녀에게 네발로 넙죽 엎드리는 ‘치인‘을 그린 이야기.

1924년에 쓴 작품이라는 점이 놀랍다. 섬세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묻어나는 소설. M 성향인 남자들이 경전으로 삼을만한 책. 히로인(이라 쓰고 팜므파탈이라 읽는다)의 이름을 딴 ‘나오미즘‘ 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이유를 알겠다. 지금은 아재가 된 분들이 학창시절 읽은 빨간책 ‘황홀한 사춘기‘의 여주인공 나오미도 이 작품에서 따온 캐릭터인 듯. 활자로만 만나도 나오미의 매력이 느껴진다. 겪고 싶진 않다ㅎㅎ나는 치인만도 못한 쫄보인가.

˝...여전히 나오미가 도망쳤던 시절의 그 끔찍했던 경험을 잊지 못합니다. ... 그녀의 바람기와 제멋대로인 성질은 예전부터 알았던 일이고, 그 결점이 없어지면 그녀의 값어치도 없어집니다. ‘바람둥이지. 제멋대로인 녀석이지.‘라고 생각할수록 점점 더 사랑스러이 느껴지고 그녀의 올가미에 걸려듭니다. 그러니까 저는 화를 내면 제 패배가 짙어질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설혹 이 여자가 여우라고 해도 그 정체가 이렇게 요염하다면 기꺼이 매혹당하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녀는 들창코를 조금 치켜들고 득의양양하게 웃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그 시건방진 코웃음이 그녀의 버릇인데 제 눈에는 오히려 무척 영리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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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 월드 두 번째.

몸과 마음과 돈을 바쳐 자신의 기이한(?) 예술관 실현을 향해 돌진한 남자.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와 같은 생애를 보낸 사람을 과연 예술가로서 높이 평가해 줄까요?˝ 그럼 금빛 죽음을 맞이하는 것보다 먹빛 목숨을 이어가는 게 나을까?

다른 수록작은 ‘인어의 탄식‘,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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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눈이 멀고 단 한 사람만이 보게 된다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을 빌려 써본다.
갑작스레 모두가 눈멀었을 때 보이는 모습이 인간의 진짜 본성이다.

˝선을 행하다 보면 언제나 함정에 빠지기 마련이고 죄와 악을 행하는 자는 대체로 억세게 운이 좋다.˝

˝우리가 눈이 멀어서 더 착해졌다고 생각하지는 마. 더 악해진 것도 없잖아요. 하지만 악의 길로 가는 중이야.˝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거예요, ... 매일매일 연약한 삶을 보존해 가는 거예요, 삶은 눈이 멀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처럼 연약하니까˝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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