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자키 준이치로 월드 세 번째, 첫 장편소설.

화자인 가와이 조지는 열세 살이나 어린 카페 종업원 나오미를 아내로 삼으려 한다. 후견인을 자처하며 그녀를 돌본다. 3년 정도 지나 사실혼 상태가 무르익었을 즈음, 가와이는 나오미와 그녀의 남사친들 간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채는데...

나오미의 사치와 바람기를 허락하면서 그녀를 곁에 두고 싶어하고, 제 등에 기꺼이 올라타라고 그녀에게 네발로 넙죽 엎드리는 ‘치인‘을 그린 이야기.

1924년에 쓴 작품이라는 점이 놀랍다. 섬세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묻어나는 소설. M 성향인 남자들이 경전으로 삼을만한 책. 히로인(이라 쓰고 팜므파탈이라 읽는다)의 이름을 딴 ‘나오미즘‘ 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이유를 알겠다. 지금은 아재가 된 분들이 학창시절 읽은 빨간책 ‘황홀한 사춘기‘의 여주인공 나오미도 이 작품에서 따온 캐릭터인 듯. 활자로만 만나도 나오미의 매력이 느껴진다. 겪고 싶진 않다ㅎㅎ나는 치인만도 못한 쫄보인가.

˝...여전히 나오미가 도망쳤던 시절의 그 끔찍했던 경험을 잊지 못합니다. ... 그녀의 바람기와 제멋대로인 성질은 예전부터 알았던 일이고, 그 결점이 없어지면 그녀의 값어치도 없어집니다. ‘바람둥이지. 제멋대로인 녀석이지.‘라고 생각할수록 점점 더 사랑스러이 느껴지고 그녀의 올가미에 걸려듭니다. 그러니까 저는 화를 내면 제 패배가 짙어질 것을 깨닫습니다.˝

˝저는 설혹 이 여자가 여우라고 해도 그 정체가 이렇게 요염하다면 기꺼이 매혹당하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녀는 들창코를 조금 치켜들고 득의양양하게 웃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그 시건방진 코웃음이 그녀의 버릇인데 제 눈에는 오히려 무척 영리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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