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스파이소설로 알려진 이 책을 드디어 읽었다. 영화 감독 박찬욱 씨가 이 소설을 좋아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는데 최근 그의 추천사를 접한 뒤 이 책을 빌렸다.

냉전시기, 영국인 정보요원 앨릭 리머스는 명령을 받고 적진으로 뛰어든다. 그는 자기도 알아채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작전을 수행하게 되는데......

국가의 수족인 정보기관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게 그들이 추구하는 방식이다. 속임수와 배신을 서슴지 않으며, 불리하다 싶으면 적에게도 손 내밀고, 국가를 앞세워 개인을 희생시킨다.

그런데 이게 악마 취급 받는 한 진영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동독 정보기관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영국 정보부처도 다르지 않았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리즈 골드가 가입한 공산당의 연대체에서도 이와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과연 스파이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왔을까.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대에도 집단이라는 거대 장벽 앞에서 숨진 자들의 유령이 따뜻한 곳으로 가지 못한 채 떠도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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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린 작가 “지는 순간의 아름다움 말하고 싶다”
(경향신문, 2019.01.08.)

http://naver.me/xbBFda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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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논어> (주대환, 나무나무)

필명 ‘김철순‘, 노동운동계의 브레인 주대환 씨가 쓴 논어 해설서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 오래 몸담은 그는 고 노회찬과 80년대에 인민노련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활동을 했고 2000년대 들어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을 역임했다.

제목이 세다. 튀어서 눈에 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글쓴이의 이념 정체성에서 따온 것 같다. 주대환 씨는 지금은 사회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것 같던데 이걸 두고 좌파라고 이름 붙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긴 대한민국에서는 자한당을 기준으로 왼쪽에 서있으면 모두 좌파, 북쪽으로 고개만 돌려도 다 종북이니 안될 건 없다고 본다.

주대환 씨는 논어의 가르침이 정계진출도 못하는 궁색한 정파 유가에 지침, 에너지 제공수단으로 활용되었으리라고 가정한다. 가까운 사람끼리 잘 지내기 위한 매뉴얼, 공부와 인격수양을 내려놓지 않도록 하는 신조였다는 것이다. 유가는 이를 지켜 제자백가 가운데 으뜸이 되었다.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사상으로 살아남았다.

˝논어는 연대다.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는 연대의 언어다.

공자는 당을 만든 사람이다. 그 당의 강령은 인이고 전략은 예와 악이다.

그 당원은 군자다.˝

좌파논어는 논어라는 고전을 개성 있게 해석한 책이다. 그 해석은 주대환 씨의 과거 운동에 대한 회상, 옛 동지들과 맺었던 관계에 관한 성찰과 이어지기도 한다. 논어를 두고 흐리멍덩하게 해설하는 다른 대중교양서들에 비해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아쉽게도 절판되었다. 그래서 나도 도서관에서 겨우 빌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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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로 풀무질을 운영할 청년들이 앞으로 또 분투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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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김영하, 문학동네)

여행에 대한 김영하의 사담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가 학생운동 하던 시절 ‘몇몇 기업가와 정치가가 구상했던 우스꽝스런 사회주의 제대로 알기 패키지여행‘ 참가대상이 되어 ‘중공‘에 다녀온 이야기, 유럽 배낭여행 중 백인여성 두 명이 밤기차 이등칸의 컴파트먼트에서 같이 자면서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에피소드, 군인인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다니느라 초등학교 때 영호남을 거쳐 경기권까지 도합 여섯 번 전학 다닌 일...

여행과 소설(이야기)을 비교한 부분은 작법서처럼 읽혔다. 여행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형식이며 주인공은 늘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난다, ‘추구의 플롯‘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플롯이라고 한다.

‘여행의 이유‘를 읽으니 여행 떠나고 싶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언젠가 상쾌하게 떠날 수 있도록 지금은 일상에 좀 더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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