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준비활동을 그렸다. 경쾌하고 발랄한 인물들이 나온다. 젊음과 청춘도 느껴진다.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SNS 게시글을 드러내는 점도 재미있다.

하지만 이 작가의 주특기는 그러한 청년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갈등, 불안, 엇갈림을 잘 그린다는 것. 인물의 미묘한 내면을 잘 포착한다. 친한 친구의 취업활동을 응원하면서도 본인보다 앞서가는 것을 신경쓰는 모습, 취업 따위는 관심 없다고 허세를 부리지만 몰래 광고회사 필기시험을 보러 가는 친구, 같은 전형에 지원한 사실을 숨기는 룸메이트를 보고 있으면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샤방샤방한 장면이 가득하지만 메시지는 의외로 서늘하다. 지난 날의 부끄러움을 떠올리게 하며 이불킥하게 만드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전화 너머에서 미즈키가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 P36

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순간을 본 적이 있다. - P90

막상 둘만 있으니 여자의 집에 둘만 있는 상황이 짙게 느껴져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 P156

진짜 이야기가 묻혀 간다. 가볍게, 간단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늘어난 만큼,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지 못하게 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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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독
~p116

사회주의 체제가 수백만 개의 허깨비 프롤레타리아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것과 똑같이 자본주의 체제는 수백만 개의 허깨비 화이트칼라 직업을 만들어 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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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베껴쓰기로 했다.

출판사 창비에서 나온 책을 샀다. 왼쪽 페이지에는 엄선한 시가 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공책처럼 빈 공간이 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 직후나 퇴근 전 쯤 한 대목 필사하려 한다.

시를 통해 한국어의 속살을 더듬을 수 있을 것이다. 옮겨쓰며 문장력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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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2-1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이 쓴 노래(시)를 베껴쓰거나 옮겨써도 우리 나름대로 말맛을 느끼고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수하거나 늘 비슷해 보이는 우리 삶을 그저 투박하다 싶은 우리 손길로 가만히 적어 본다면, ‘우리 삶’을 ‘우리 손’으로 적은 ‘수수하 글’ 몇 줄이 오히려 빛나는 노래씨앗으로 번진다고 느낍니다. 이제 다들 잊어버리고 말지만, ‘번지’라는 흙살림이 있습니다. 논삶이를 하면서 흙을 고를 적에 쓰는 ‘번지’인데, ‘번지다’란 낱말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엿볼 만합니다. 반반하게 다루는 길인 ‘번지(번디)·번지다’이듯, 판판하게 펴는 길은 ‘퍼지다(퍼디다)’예요. 노래지기가 쓴 글을 한 자락 옮겨 본다면, 살림지기인 우리가 스스로 노래 한 자락을 새롭게 써 볼 만하지 싶습니다.
 

˝자료를 조사하는 일은 사랑을 찾고 키우는 과정이다. 자신이 느낀 감동을 탐색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하며, 그 감동을 뿌리내리게 하고, 가지를 싹 틔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한다.˝

이제껏 글쓰기 요령을 알려주는 책을 여럿 읽어왔다. 그 책들 모두가 도움이 되었다. 숨은 비결을 가르쳐준 것은 아니고 동기를 부여한 면이 컸다. 글쓰기를 하는 데 당연하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부분을 다시 한번 짚고, 의욕을 솟게 했다. 이 책도 그런 점에서 나에게 비슷하게 작용했다.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할 때는 무책임한 인터넷 정보 말고 ‘도서관‘을 이용하라는 ‘아껴온 간단한 비밀‘을 밝히며 충고한다. 그만큼 글 쓸 대상, 소재를 아끼고 소중히 대하라는 뜻일 것이다.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재치있고 기발한 저자의 생각이 여러군데서 나타난다. 책 전체에 개성과 유머가 깔려있다.

자료를 조사하는 일은 사랑을 찾고 키우는 과정이다. 자신이 느낀 감동을 탐색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명확하게 하며, 그 감동을 뿌리내리게 하고, 가지를 싹 틔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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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승태는 극한직업을 체험하고 나서 생생한 글을 남기는 데 특화된 르포 작가다. 이 책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날이 머지않은 직업 네 가지를 소개한다. 건조한 안내가 아니다. 행간마다 피 땀 눈물이 흐른다.

책 표지에 나타난 것처럼 멸종할지도 모르는 일, 콜센터 상담, 물류센터 까대기, 주방 요리, 청소 현장에 저자가 뛰어들어 웃픈 사연을 전한다. 저자는 묘비 이름 옆에 딱 이렇게 적을 거라고 농친다.
˝콜센터가 제일 힘들었다.˝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이들에게 무작정 모질게 구는 진상 고객들이 밉다.

일하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인사 한마디 건네고 싶다. 다들 고생 많으십니다.

끝내 일을 그만두게 만드는 건 사람이지만 참고 버티게 하는 것 역시 사람일 때가 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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