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과 싸우다>
김사인이라는 시인이 있다. 김사인이라는 시인을 좋아한다고 표명하고 다니는 것만으로 하느님이 날 쫌 좋게 봐주셨으면 싶은 마음이 드는, 내게는 그런 시인이다.
그의 시들은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가녀린 타자들을 나라는 존재 안쪽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그것은 결코 대상화될 수 없는 기이하게도 가까운 풍경이며, 눈물로 이루어진 숲의 아름다움이다.
그 눈물의 끝은 육체적 소진에서 오는 자포자기로 귀결되지 않는다. 이 가만한 존재들과 함께 나도 기어기 살아내 보자고 하는 윤리적 다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나는 감히 김사인의 시들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근래에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다가 기이한 제목의 시를 하나 발견했다.
「김사인과 싸우다」
도대체 어느 호로 시인(?)이 김사인과 싸우겠다고 덤볐단 말인가? 박신규라는 첫 시집을 낸 시인이다. (이런 하룻강아지 시인!)
“이 시집을 읽은 한나절 내내 겨드랑이가 몇 번이나 떨렸다”는 고은 시인의 추천 글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 추천 글이 아니더라도 김사인과 싸운 시인이라면 꼭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른, 우선,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박신규 시인님, 면담 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