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에 대한 글은 아니다.
연필로 글을 쓰는 몸이 바라보고 살아낸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연필은 글을 만들어내는 형식이자 조건이고 몸이다.
그러한 몸을 자각하는 의식의 표상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연필은
이 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 아니다.
필압을 주지 않으면 흑연 입자는 종이 위에 밀착하지 못하고 달뜬다.
김훈 선생 문장의 밀도는 읽는 사람에게도 꾹꾹 눌러읽기를 요구한다.
느리고 느리다.
즐겁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고 단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를 고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