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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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최대의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제2차세계대전은 그 이전의 전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훨씬 더 쉽게 죽였던 사건으로 비극과 참상으로 얼룩져 인간성을 상실한 채 벌어졌떤 대규모의 전쟁이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독소전쟁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제2차세계대전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대표되는 유럽에서 서방 세계의 승전 소식이나 진주만 공습으로 벌어진 태평양 전쟁이 보다 익숙하지 않을까. 어느 전쟁이 끔찍하지 않고 처절하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유독 서로를 모두 증오하며 이른바 절멸의 길로 나아간 독소전쟁은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 어떤 곳보다도 서로 각자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상대방을 말살하려 했던 대표적인 전쟁이었다. 독소전쟁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사례를 넓혀보아도 국방력이 강력하면서도 비등한 두 세력 간의 전면적이면서도 현대식 무기와 전술을 활용한 전쟁이기에 군사적 측면을 살펴봄에 있어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음과 동시에 왜 그렇게까지 전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고 이 전쟁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나가야할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고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생각하게끔 해준다.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3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통사로서 독소전쟁의 역사적 기록이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게 된 1941년부터 소련의 베를린 입성하는 19455월까지 독소전쟁의 원인과 전개 과정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주요 전투와 작전 및 전술을 상세히 접할 수 있어 독소전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에 좋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바르바로사 작전이나 스탈린그라드 전투뿐만 아니라 소련 남부를 겨냥한 독일의 청색 작전이나 반격에 나선 소련군의 동계 공세인 천왕성, 토성 작전 등의 전술이나 최대 규모의 전차가 투입된 전투 중 하나인 센노 전투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세부적인 정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크다보니 전쟁 내에서 벌어진 군사 작전이나 계획도 기민하고 복잡한데다 주요 전장이 되는 동부유럽과 유럽 러시아쪽 지리와 명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보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에서 진격 방향이나 전쟁 계획, 전투 흐름을 제시한 지도들로 대략적인 전쟁의 양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독일의 전투력은 상당했다. 여러 번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전술에 기반한 점이 매우 크다. 이를 뒷받침했던 신무기들로 그들의 전략은 대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낙후된 교통으로 독일의 장기인 진격 속도를 늦췄고 드넓은 전선으로 인해 보급을 어렵게 했으며 기록적인 추위로 나폴레옹이 그러했듯 그들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웠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을 끝내는 결정적인 두 가지 축 중 하나를 이해하는 것이기에 전쟁사, 특히 제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독일이 왜 소련을 침공했는가에 대한 세부적 고찰, 3가지를 들고 있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소련 침공 전까지 독일은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굳이 불가침조약을 맺고 있는 소련을 먼저 공격해 수렁 속으로 빠지는 길을 택했을까.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저자는 독소전쟁이 전쟁 목적을 달성한 후 나라 간 강화를 맺고 종결하던 19세기적 전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세계관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권력을 잡은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자신들의 지지를 잃지 않고 전쟁 준비와 국민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독일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겪는 위기를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 한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군사적 전쟁에 더해 시작부터 제국주의적 수탈 전쟁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서구 각국에 대한 독일의 전쟁은 비교적이긴 하나 포로 대우의 국제법 준수나 비전투원 보호 등이 이루어지고 수탈 또한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소련과의 전쟁에 비할 데는 아니었다. 부족한 식량과 에너지 자원을 소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던 독일은 유럽 러시아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삼으려는 제국주의적 수탈 전쟁의 성격을 띄었다. 여기에서 독일은 나아가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기존 다른 민족들을 추방하고 식민지에 게르만계의 사람들을 이주해 게르만화하려 했다. 그러나 추방하는 과정과 격리 수용할 곳이 마땅찮아지자 효율화하기 위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말살하려는 절멸 전쟁에 이르기까지 나아간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 점이 그 어떤 전쟁보다도 독소전쟁을 잔혹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 볼 수 있겠다. 독소전쟁에서 독일만이 그러했던 건 아니다. 침공받은 소련 또한 자신의 국민들에게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이데올로기로 무장시킨 후 전쟁 과정에서 상대를 말살시키며 상대를 절멸해나가는 독일과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된다. 물론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나 그들 또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절멸전쟁을 수행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를 통해 내가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순 있었지만 그 답이 겨우 지독하게도 자기 중심적인 목적을 위해 다른 민족을 대상화삼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화하거나 절멸시켜버리겠다는 것. 즉 우리와는 다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점에서 생각만으로도 끔찍한데 실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참상을 알기에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전쟁을 일으킨 범죄의 책임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가장 책에서도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싶다. 저자는 일관되게 주어를 독일이라 표현한다. 흔히 히틀러와 나치 정권을 전범으로 하고 참상을 겪은 독일 국민과 분리해 전쟁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시의 독일 국민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모든 잘못의 원인을 히틀러의 개인적인 결함 등으로 돌린다면 범죄를 저지른 자신들에 대한 분노를 회피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히틀러 한 사람으로 인해 끔찍한 참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히틀러는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독재의 길로 나아갔으며 나치에 부역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를 방관한 모두의 책임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만이 범죄의 책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이익을 함께 누린 국가의 국민 모두가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인간성을 상실한 채 집단으로 광기에 사로잡히는 이데올로기에 모두가 현혹되어선 안되며 이런 일이 반복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일은 현재에도 지도자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한 교육을 행하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익을 함께 누린 공범자이기에. 이는 독일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아시아에서도 수많은 침략과 수탈로 높은 국민 수준을 유지한 일본에게도 해당한다. 일본인인 저자가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으나 일본 정권 및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모두가 문제삼지 않는다면 잘못된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 점을 명확히 하고 객관적으로 제2차세계대전에서 벌어진 수탈과 침략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전쟁을 일으킨 범죄가 표백되어서는 안된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느끼며 교육을 통해 잘못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인간이 다른 인간을 수단화하고 그저 자신이 속한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한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와 지난 잘못을 되짚거나 반성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위험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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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법철학 - 상식에 대항하는 사고 수업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책/사/소 옮김 / 들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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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우리 인간과 사회를 살아가는 근본 원리와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법철학은 그 중에서도 법에 관해 철학적 사고를 하며 그 목적과 정의를 잘 실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이런 법철학을 저자는 왜 ‘위험하다’고 표현했을까. 더불어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도 표현한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지키고 있는 법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 사고할 법철학에 대해서 왜 그런 비유를 했는지 의문을 가졌으나 책을 읽어가면서 법에 대한 굳건한 신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의도한 바대로 책을 읽고 법률에 대해 회의감이나 의문이 처음으로 들게 된 것이다. 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법률에 대한 회의심을 갖게 하는데서 시작하기에 성공한 셈이다. 법률을 지키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성격을 이야기하며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질문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으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거듭해서 묻고 이래도 괜찮은 지를 확인한다. 현대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사고를 흔들어 놓는 점이 좋았고 법률은 도덕과 달리 그 내용의 도덕성보다 제정의 절차성만 정당하게 확보된다면 문제가 없는 점은 우리가 간혹 마주하게 되는 법 정서와 실제 법 집행 간의 괴리감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교육과정 속에서 법을 배우며 법의 배경이 되는 정신을 살펴보다보면 대부분 ‘천사의 얼굴’을 한 형태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또는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법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책은 다루고 있는 내용에 비해서 보다 쉽게 독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다소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일상 속 사례와 권위를 내려놓은 친근한 화법, (비록 일본 내에서 보다 이해하기 쉬운) 문화적 밈들을 활용해 법철학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사고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흔치 않게 ‘악마의 얼굴’을 하며 우리가 사회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아니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의존하고 있었던 상식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이 책을 읽어보며 많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



p326-327

  법률 자체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드는 1장과 마지막으로 자유의 범위에 대한 담론을 제외하면 크게 순서에 상관없이 인상적인 느낌이 오는대로 책을 읽어도 좋을 듯하다. 각 챕터 내에서는 가벼운 사례를 통한 의문에서부터 점차 질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그에 걸맞는 개념과 이를 나타내는 다양한 사례 그리고 의문의 다양한 답이 될 수 있는 철학적 이론들을 살펴보다보면 어느새 혼란스러워지고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에 대해 확실한 답을 할 수 없게 된다. 가령 ‘나의 목숨, 팔 수 있습니까?’ 당연히 안되지만 왜 되지 않는가에 대해서 다양한 이유로 토론할 수 있겠으나 책에서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말해본다면 안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에게 자신의 신체에 대한 지배력을 완전히 인정한다면 다음 수순은 개인이 자신의 신체의 자유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가이다. 가령 매춘이나 장기매매 등의 합법성에 관한 의제가 이에 해당하겠다. 다만, 자유인 것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따라가면 노동이나 다른 요소들에 비해 매춘이나 장기매매의 경우 자신의 결정에 타인의 개인이나 강제를 받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에서 첫 번째 이유를 침해받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완전한 자유의지였다하더라도 현재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다는 자유의 두 번째 정의에서 벗어나기 쉽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것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인상적이었던 점은 ‘평등’을 다루는 파트 중에서 현재의 대부분의 민주 국가에서는 롤스의 정의론을 근거로 삼아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소득 재분배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무지의 베일’에 싸인 사람들이 최대한 리스크를 피하고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안전 장치를 설정하는데 합의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나 또한 학창 시절 윤리 시간에 롤스의 정의론만 배웠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나 보다 자연권을 강조하고 어디까지나 호의에 의한 분배에만 동의하는 노직의 의견을 듣고 서로 대립하는 주장과 근거를 함께 읽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고 새로운 사고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럼에도 아직은 롤스의 정의론에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절대적인 하나의 생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더불어 많은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가 편의에 의해 사람들을 선별해버리는 방법을 너무나 쉽게 변질되어 이용되는 과정은 끔찍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같은 인격체를 지닌 사람을 대상화하기 쉽게 만든다. 최대 다수의 행복을 규정하는 것이 어려워 불행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결국 소수자들을 선별해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는 모양새가 되기 쉽다. 이로 인한 끔찍한 피해는 우리가 이미 수없이 보아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는 어쩌면 우리에게도 전조현상처럼 이미 찾아온 건 아닐까. 어제 EBS다큐프라임 포스트 코로나 3부를 잠시 보며 알게 된 ‘위생독재’라는 표현처럼 우리도 코로나 초기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익을 위해 너무나 상세하게 제공한 것에 대해 쉽게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고 문제삼지 않은 건 아닐까. 다행히 지금은 개인정보 제공이 필요한 부분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소수자가 되는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그제야 서늘한 공리주의의 위험성을 절감하더라도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자유만을 강조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동하는 것을 옹호해서는 당연히 안될 일이다. 효율과 공익이라는 미명 아래 정작 인간의 행복을 도외시하는 건 아닐지 경계하며 균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p170-171

  개인적으로 교육심리학을 공부할 때 알게 된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이론의 6단계 중 4단계인 ‘법과 질서지향의 도덕성’을 나의 도덕성 발달의 목표 지점으로 지향했다. 궁극의 단계인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단계까지는 언감생심이고 적어도 타인에 따라 휘둘리지 않고 사회 내에서 합의된 법과 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주로 나의 도덕적 판단과 행동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인정에 따라 나의 행동이 좌지우지되는 단계에서 머물고 어쩌면 그보다 낮은 욕구 충족, 벌과 복종 단계까지 내려갈 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향점만은 법과 규칙을 존중하는 것을 목표료 했다. 하지만 책에서 밝힌 대로 법을 지킨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우리의 도덕적 의무이자 절대적 선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당한 절차를 밟고 제정된 법이라 하더라도 법을 따를지 판단하는 건 개인의 몫이라는 것. 사고 없이 법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잘못의 책임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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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사 수준 교육과정인가
박진수 지음 / 더블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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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안목을 가진 전문가이다.-

 

  저자가 강조한대로 교사의 전문성은 자신의 교육관을 담아 스스로 교육과정을 특색 있게 계획할 수 있고 이를 실제 수업과 평가가 일체화되도록 실천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고 큰 틀로서 학교 수준의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 즉 학급 수준의 교육과정을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교사가 교육과정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실제적인 팁, 도움을 바란 것이었다. 책의 의도와 읽고 싶었던 이유가 일치하지 않았던 탓인지는 모르나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한 번 더 새 학년도를 앞두고 교육과정 분석 및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수립하기 위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로서 감사히 읽을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은 크게 3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 교육과정과 관련한 교사들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다. 저자의 이야기 중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특히 신규교사나 임용을 앞두고 계신 분들에게는 학교의 교육과정이 월별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학년말이나 새 학년 준비 기간 등에 대한 생각을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또한 교육과정을 대하는 교사에 대한 시선을 설명하며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을 알 수 있다. 사실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지 않는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정도나 깊이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이 교사들은 어느 정도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차시를 일부 수정하고 학생이나 학교, 학급의 특징에 맞춰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이며 우열을 가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해야할 필요성이나 그 효과에 대해 보다 강조하기 위한 대조군을 설정해 비교하며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을 보다 불러일으키고 재구성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또한 두 번째 챕터에서는 교육과정 그 자체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는데, 이미 교대에서나 임용을 준비하며 모두 익숙한 내용들이겠지만 정확히 알고 있기란 쉽지 않기에 찬찬히 살펴보면 좋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취기준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성취기준을 분석할 줄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교육과정 문해력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우선 교과별로 성취기준과 각 단원을 맵핑한 뒤 성취기준별로 내용 요소와 행동 요소를 구분해 분석하고 이를 평가 기준과 평가 방법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 교사 수준 교육과정을 실제적으로 짤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팁들을 안내해주는데, 역시 가장 먼저 해야하면서도 어려운 것이 교사 자신만의 교육관을 확립하는 것이다. 특히 개성 있고 창의적인 교사 수준 교육과정 만들기소주제에서 진행되는 열걸음은 책에서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동시에 매년 담임이라면 교사가 늘 해야 하는 것들이다. 새롭거나 자세한 자료를 안내해주진 않지만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를 생각해보게끔 하고 매 걸음마다 독자가 생각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어볼 수 있는 부분을 할애해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주제로 마무리가 되는데 이 부분이 책에서 사실 가장 기대가 컸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이 전하고 싶은 주제는 교사가 교육과정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과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재구조화해서 수립한다는 건 많은 품이 드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교육과정 재구성을 왜 해야하는지 그 당위성과 장점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실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나 이를 학교 수업 현장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단계별로 큰 흐름을 제시해주고 예시도 간간히 들어주셔서 큰 방향성과 줄기는 잡히지만 그에 걸맞도록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활동으로 함께할 세부 활동을 구상하는 건 굉장히 많은 아이디어와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그런 구체적인 활동들을 어떻게 만들었고 수집할 수 있었는지 그것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교육과정 재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신규교사나 거부감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드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필요로 하는 독자에게는 큰 도움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과 관련된 자료, 구체적인 절차, 세부 활동을 짤 때 도움을 받았던 사이트나 예시자료가 담긴 내용도 함께 제시된 책이 추가로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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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발명 - 건축을 있게 한 작지만 위대한 시작
김예상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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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발명



  건축 양식의 흐름을 시대순으로 정리하거나 특정 시기의 건축물의 특징들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주로 건축에 대한 서적은 건축물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 저술된 경우가 많았다. 완성된 건축물의 미적 요소나 공법 등을 다루는 점도 물론 흥미롭지만 오늘 읽은 건축의 발명은 건축사에서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필수적인 건축물의 구성 요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새로웠고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매일 유용함을 누리고 살고 있지만 알지 못했던 건축의 구성 요소들의 작동 원리나 발전해온 세세한 역사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살펴보고 싶었다.


  건축물을 이루는 대표적인 구성 요소 18가지를 소개하며 크게 집을 짓는 과정, 내부와 외부를 구별하면서도 소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문과 창, 집을 보다 튼튼하면서도 높게 지을 수 있는 건축재료와 구조물 그리고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돕는 기계와 집 속에서 인간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들에 관한 4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각 파트별로 진행하는 흐름은 비슷한데, 이를테면 가장 먼저 각 구성 요소가 발명된 기원 또는 단어에 담겨진 어원을 소개한다. 그 다음으로 발명품의 발전된 양상을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크게 재료를 가공하거나 발견함으로서 보다 튼튼하고 안전해지면서도 대량으로 생산하기 편한 방법으로 발전해오며 보다 무거운 하중을 견디거나 들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뒷받침되는 등 기술이 발전된 모습을 주로 살펴볼 수 있다. 주로 고대에는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최초의 기록이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이후 그리스, 로마에 이르러 기술이 크게 발전하였다가 중세 암흑기를 거쳐 근대의 산업혁명과 20세기 과학 기술의 진보에 맞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역사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서양 중심의 서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과 우리나라의 예시를 비교해보며 챕터를 마무리하는 식으로 서술되어있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가령 화폐단위로 알고 있는 페니(penny)는 못100개를 의미하는 단위로 당시 매우 유용한 물건이면서도 만드는데 품이 많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흔히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는 시멘트와 콘크리트, 철근콘크리트와의 차이, 흔히 사용하고 있는 포크레인이 사실 프랑스 회사 포클랭이 생산한 굴착기를 영어식으로 발음해 부르다 굳어진 명칭이라는 것 등 우리가 평소 혼동하거나 잘못 사용하고 있던 용어의 뜻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유리의 발견과 기술 발전의 한계로 인한 스테인드글라스, 근현대의 수정궁 등 유리의 발전상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차이에서 주는 큰 의미와 더불어 화려한 기둥의 장식이 사라지게 된 이유, 엘리베이터의 발명과 원리 등 흔히 일상 속에서 건축물 속에서 살아가지만 알지 못했던 다양하면서도 간단한 의문들을 해결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전공자가 아니라 대중을 위한 교양서이며 현대에 올수록 복잡해지고 정교해질 수 밖에 없는 건축 요소들의 구조적, 기술적 설명들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었고 겉으로만 보이는 건축물의 외형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있던 건축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필수적 소재들에 대해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건축의 발명품들에 대한 기원을 살펴보다보면 근현대에 비해 고대 역사에 관한 정확한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에둘러 서술된 부분들이 있으며 아무래도 하나의 책에 많은 소재들을 다루고 교양서이기 때문에 파트별로 자세하고 깊은 내용을 다루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해를 돕는 풍부한 사진자료와 설명이 담긴 그림을 접할 수 있어 건축이나 기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나하나 사료를 찾아볼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다양한 건축의 소재와 도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밝히듯이 이런 유형의 다양한 주제의 건축 관련 서적들이 많이 나오고 특히 우리나라의 건축 요소들의 발전 요소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 책들도 출간된다면 더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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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재발견
윤여철 지음 / 박영스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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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재발견



  이집트는 세계 역사에서도 가장 오래된 문명이 탄생한 곳이며 지정학적으로도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로 대표되는 주요 관광대국으로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지리적으로 우리와 멀리 떨어져있는 만큼 우리나라와 접점이 많지는 않은 곳이라 생각했고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과거의 이집트가 아닌 현재의 이집트에 대해선 아랍의 봄 이후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현재의 이집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책인데다 저자가 올해 퇴임한 주이집트 대사라는 점에서 생소한 외교관의 스토리와 더불어 현재의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가까운 이집트의 생생한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충분히 매력적이다. 개인적으로 한때 외교관을 동경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외교관의 핵심업무라 부를 수 있는 외국에 주재한 대사의 역할과 하는 일은 무엇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해야하는지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기대되었다.

 

  책은 이집트의 고대 역사에서부터 현재까지 어떤 역사를 겪어왔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부터 시작한다. 왜 이집트는 오랜 기간 동안 문명을 지속하면서도 타 문명과 달리 관료조직과 신앙 체계가 큰 변화 없이 지속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이집트의 고대 역사나 문화는 유럽에서 더 큰 관심을 갖고 훨씬 더 많이 연구되어 전문적인 반면 대부분의 인구가 믿어온 이슬람 왕조의 경우엔 그것에 대해 관심이 없고 이집트의 전문 연구인력마저 오히려 유럽으로 가 배움을 전수받고 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또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강대국들에 의해 둘러싸인 근세 이래 이집트의 상황이 우리나라와 유사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피지배의 역사를 겪었으며 우리나라의 31운동처럼 이집트에서도 민족자결주의의 영향을 받은 식민지 해방 운동과 동도서기와 같은 태도를 같다가 열강들에 의해 경제권을 상실한 점도 비슷했다. 실제 이집트가 주요 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독립이 공식적으로 약속된 카이로 선언이 퍼진 연결 지점도 반가웠다. 저자의 표현처럼 혁명을 통한 건국, 그리고 국가의 안정과 내실을 다지는 점에서 이집트의 나사르와 사다트를 중국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빗대어 설명해준 점도 좋았다.

 

  더불어 주이집트 대사로서 부임부터 이임까지 기본적인 대사관의 조직 구성도와 관저, 사무실에서부터 이집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업무를 지원하고 교민들을 보살피는 업무, 이집트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공공외교와 대사로서 만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나간 외교관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굉장히 좋았다. 간혹 들려오는 외교관의 추문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고 도우며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앞장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교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저자 자신의 에세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담백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솔직한 문체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몰입해 금방 읽을 수 있었으며 이집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주재 대사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을 만큼 좋은 기록물이자 책이 아닐까싶다. 외교관을 꿈꾸는 분들에게 훌륭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자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이야기인 동시에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에 대한 정보와 외교관의 업무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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