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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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최대의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제2차세계대전은 그 이전의 전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훨씬 더 쉽게 죽였던 사건으로 비극과 참상으로 얼룩져 인간성을 상실한 채 벌어졌떤 대규모의 전쟁이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독소전쟁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흔히 제2차세계대전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대표되는 유럽에서 서방 세계의 승전 소식이나 진주만 공습으로 벌어진 태평양 전쟁이 보다 익숙하지 않을까. 어느 전쟁이 끔찍하지 않고 처절하지 않을 수 있겠냐만은 유독 서로를 모두 증오하며 이른바 절멸의 길로 나아간 독소전쟁은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그 어떤 곳보다도 서로 각자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채 상대방을 말살하려 했던 대표적인 전쟁이었다. 독소전쟁은 최근에 이르기까지 사례를 넓혀보아도 국방력이 강력하면서도 비등한 두 세력 간의 전면적이면서도 현대식 무기와 전술을 활용한 전쟁이기에 군사적 측면을 살펴봄에 있어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음과 동시에 왜 그렇게까지 전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고 이 전쟁을 통해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나가야할 문제의식을 갖게 해주고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생각하게끔 해준다.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3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통사로서 독소전쟁의 역사적 기록이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게 된 1941년부터 소련의 베를린 입성하는 19455월까지 독소전쟁의 원인과 전개 과정 그리고 결말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승패를 가르는 주요 전투와 작전 및 전술을 상세히 접할 수 있어 독소전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에 좋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바르바로사 작전이나 스탈린그라드 전투뿐만 아니라 소련 남부를 겨냥한 독일의 청색 작전이나 반격에 나선 소련군의 동계 공세인 천왕성, 토성 작전 등의 전술이나 최대 규모의 전차가 투입된 전투 중 하나인 센노 전투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세부적인 정보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크다보니 전쟁 내에서 벌어진 군사 작전이나 계획도 기민하고 복잡한데다 주요 전장이 되는 동부유럽과 유럽 러시아쪽 지리와 명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보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에서 진격 방향이나 전쟁 계획, 전투 흐름을 제시한 지도들로 대략적인 전쟁의 양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독일의 전투력은 상당했다. 여러 번의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전술에 기반한 점이 매우 크다. 이를 뒷받침했던 신무기들로 그들의 전략은 대성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낙후된 교통으로 독일의 장기인 진격 속도를 늦췄고 드넓은 전선으로 인해 보급을 어렵게 했으며 기록적인 추위로 나폴레옹이 그러했듯 그들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려웠다. 이는 제2차세계대전을 끝내는 결정적인 두 가지 축 중 하나를 이해하는 것이기에 전쟁사, 특히 제2차세계대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독일이 왜 소련을 침공했는가에 대한 세부적 고찰, 3가지를 들고 있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소련 침공 전까지 독일은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굳이 불가침조약을 맺고 있는 소련을 먼저 공격해 수렁 속으로 빠지는 길을 택했을까.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저자는 독소전쟁이 전쟁 목적을 달성한 후 나라 간 강화를 맺고 종결하던 19세기적 전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세계관 전쟁이라고 표현한다. 권력을 잡은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자신들의 지지를 잃지 않고 전쟁 준비와 국민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독일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이 겪는 위기를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 한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군사적 전쟁에 더해 시작부터 제국주의적 수탈 전쟁의 성격을 띤 것이었다. 서구 각국에 대한 독일의 전쟁은 비교적이긴 하나 포로 대우의 국제법 준수나 비전투원 보호 등이 이루어지고 수탈 또한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소련과의 전쟁에 비할 데는 아니었다. 부족한 식량과 에너지 자원을 소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던 독일은 유럽 러시아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삼으려는 제국주의적 수탈 전쟁의 성격을 띄었다. 여기에서 독일은 나아가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로 기존 다른 민족들을 추방하고 식민지에 게르만계의 사람들을 이주해 게르만화하려 했다. 그러나 추방하는 과정과 격리 수용할 곳이 마땅찮아지자 효율화하기 위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말살하려는 절멸 전쟁에 이르기까지 나아간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이 점이 그 어떤 전쟁보다도 독소전쟁을 잔혹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라 볼 수 있겠다. 독소전쟁에서 독일만이 그러했던 건 아니다. 침공받은 소련 또한 자신의 국민들에게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이데올로기로 무장시킨 후 전쟁 과정에서 상대를 말살시키며 상대를 절멸해나가는 독일과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된다. 물론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었으나 그들 또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절멸전쟁을 수행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를 통해 내가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순 있었지만 그 답이 겨우 지독하게도 자기 중심적인 목적을 위해 다른 민족을 대상화삼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화하거나 절멸시켜버리겠다는 것. 즉 우리와는 다른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점에서 생각만으로도 끔찍한데 실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참상을 알기에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전쟁을 일으킨 범죄의 책임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가장 책에서도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싶다. 저자는 일관되게 주어를 독일이라 표현한다. 흔히 히틀러와 나치 정권을 전범으로 하고 참상을 겪은 독일 국민과 분리해 전쟁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시의 독일 국민들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모든 잘못의 원인을 히틀러의 개인적인 결함 등으로 돌린다면 범죄를 저지른 자신들에 대한 분노를 회피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이 그러했듯이.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히틀러 한 사람으로 인해 끔찍한 참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히틀러는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독재의 길로 나아갔으며 나치에 부역했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를 방관한 모두의 책임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만이 범죄의 책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이익을 함께 누린 국가의 국민 모두가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시는 인간성을 상실한 채 집단으로 광기에 사로잡히는 이데올로기에 모두가 현혹되어선 안되며 이런 일이 반복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독일은 현재에도 지도자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민 전체에 대한 교육을 행하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익을 함께 누린 공범자이기에. 이는 독일만의 사례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아시아에서도 수많은 침략과 수탈로 높은 국민 수준을 유지한 일본에게도 해당한다. 일본인인 저자가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으나 일본 정권 및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모두가 문제삼지 않는다면 잘못된 역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 점을 명확히 하고 객관적으로 제2차세계대전에서 벌어진 수탈과 침략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전쟁을 일으킨 범죄가 표백되어서는 안된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느끼며 교육을 통해 잘못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인간이 다른 인간을 수단화하고 그저 자신이 속한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한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와 지난 잘못을 되짚거나 반성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위험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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