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5 : 서울 SEOUL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FFL 편집부 지음 / FFL(에프에프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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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5 : 서울 SEOUL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를 여행해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 켠에 소망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짧은 기간 도시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여행만으로는 그 도시의 매력을 찬찬히 훑어보기에 시간이 모자라다. 저마다 어떤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미처 잘 알지 못했던 도시에 대해 하나의 주제를 정해 자세히 소개해주는 잡지가 있다면 어떨까. 흔히 있는 여행 도시의 맛집이나 교통편 등의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 도시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장소에 대한 이미지로 도시 사람들의 삶과 도시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나우 매거진은 1년에 1회 발행하며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특정 주제와 연결해 그곳의 장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새로운 느낌의 잡지이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지난해 발간된 4호 텔아비브였다.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기업들로 가득하고 더불어 독특한 바우하우스와 같은 건축물 그리고 개성 있는 예술과 최근 떠오르고 있는 채식 위주의 식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어 굉장히 놀라웠다. 더불어 사이사이 인화지에 인쇄된 선명한 도시의 이미지들은 그 도시의 찰나의 순간을 보여주면서도 도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도시의 전체적이면서도 부분적인 장소들을 비추어 도시만의 이미지를 잘 전달해주어 인상적이었다.

 

  올해 나우 매거진에 선정된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낯설고 새로운 도시라기보단 우리에게 익숙하고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으로 책을 폈지만 여러 사람들의 서울에 대한 인터뷰들을 보며 오히려 더 공감이 되면서도 새롭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요즘 같을 때, 우리나라 밖으로 향해 있던 관심이 다시 국내를 돌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한번 다시 생각해보고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거 같다. 공통된 의견처럼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변화가 빠르면서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고 있으며 다양한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상을 또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번 호를 관통하는 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서문에 편집자가 밝히듯, ‘시간 여행자의 환승역같은 도시인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문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또한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행동반경이 달라지니까 삶이 풍요로워졌다. 도시를 이용하는 동선이 넓어지면서 얻는 효과를 경험하고 나니,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표현처럼 일상 속에서 우리는 답답한 건물 속에 갇혀 있어 잊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서울 곳곳의 공간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우리에게 활력소가 되어 줄 수 있다. 또한 서울이다보니 인터뷰이가 친숙한 분들이 계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는데, ‘이병률시인의 말씀 중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정신적 공간으로 한강을 이야기하며 사람이 요새 생각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생각의 양을 늘리고 그것이 잘 흘러서 층이 두터워지면 결국 철학이 된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에 공감이 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하나의 지침을 묻는 질문에는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자신만의 색을 갖기 위해 내가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선택 장애는 일종의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분명 배고픈데 뭘 먹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지?하는 질문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중략)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싶은 활력이 생긴다. 그 리스트가 한두 가지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바뀌거나 탈락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 거다. 좋아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생명성을 풀 긴밀한 열쇠를 지니고 있다.‘ 로 자신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말해주셔서 다시금 그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인 폴킴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물건마다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방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방식이 이상적인 물건이라면 그렇게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지털 방식이 효율적이라면 그에 맞게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가 좋은 게 아니라 더 좋은 게 좋다.‘ ’빨리 소비해버리고 완전히 절멸시켜서 메뚜기 떼처럼 휩쓸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보면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코로나19 이후로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을 거라 하지만 손님 많은 식당은 여전히 줄 서서 들어가고, 손님 없는 곳은 다 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모험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이런 게 좋아라는 말을 잘 하지 않고, 무언가의 권위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아날로그도 마찬가지로 추억 팔이용으로 만들어서 우르르 소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질은 진득함이라 말하는 이재민 그래픽디자이너의 말씀과 이를 살린 작품들을 보며 스스로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아날로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해내는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다.

 

  감각적인 장소들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게 되고 서울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라 더 의미있고 내용이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진정되어 내년 나우 매거진에선 어떤 도시를 다루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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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대하여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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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이라하면 흔히 외롭고 쓸쓸한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고독한 시간이야말로 자신과 마주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생각된다. 요즘의 우리에게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고독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임에도 실제로 행하다보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고독을 통해 사유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기보단 고독을 통해 삶의 통찰을 이끌어낸 저자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정념과 정념을 이끄는 행위에 대한 23가지의 고찰들을 담담하게 알려주는 철학서였다.

그 중 하나가 고독에 대한 것이었다.

 

고독이 두려운 이유는 고독 자체 때문이 아니라 고독의 조건 때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자체 때문이 아니라 죽음의 조건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고독은 산속이 아니라 거리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아닌, 다수의 인간 사이에 있다.’

 

  감정은 많은 경우 객관적이고 사회화한 것이며, 지성이야말로 주관적이고 인격적인 것이다. 정말로 주관적인 감정은 지성적이다. 고독은 감정이 아닌 지성에 속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에서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의 사상을 배경으로 죽음, 행복, 회의, 습관, 허영, 희망 등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바를 풀어내는데,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다소 난해한 문장이 많았다. 친절하게 개념을 설명하는 도움이 없고 의미가 내포된 간결한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심오한 의미를 모두 이해하긴 어려웠다. 아직 삶을 보다 풍부하게 경험하거나 사유하지 못해서였을까. 그럼에도 과거와 현재의 윤리에 대해 우리들의 달라진 인식을 담아내는 부분은 흥미로웠고 몇몇 파트에서는 공감하거나 이해되는 문장들이 눈에 띄어 좋았다. 대략적으로 저자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을 개성 있는 사람으로 부르고 이는 허영이나 질투와 같은 정념에서 멀어질 수 있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듯하다.

 

자기 개성을 확실히 이해한 사람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을 봐도 각자의 개성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개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중략) 가려서 선택하려는 이성을 버리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정을 통해 깨닫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성공에 대하여 파트와 오락에 대하여 파트였고, 허영심과 명예심을 구분하는 파트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고대와 중세 사람의 도덕의식에는 지금 우리가 아는 성공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들에게 도덕의 중심은 행복이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성공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하다. (중략) 성공과 행복을, 성공하지 못함과 불행을 동일시하면서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타인의 행복에 질투를 느끼는 사람은 행복을 성공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개인에 속하며 인격, 특질과 관련 있는데, 성공은 일반적이며 양적인 개념에 가깝다. 그러므로 성공은 그 본질상 타인의 질투가 따르는 경향이 있다.‘

 

물질이나 권력 등에서의 성공이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요즘의 우리에게 행복은 개인적인 것으로 이를 개성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양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오락이란 삶을 즐기는 법을 망각한 인간이 그것을 대신하고자 궁리한 것이다. , 근대의 행복 대용품이다. 근대인은 행복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면서 오락에 대해서는 생각한다.‘

 

오락은 일하는 시간과 대비되며 노는 시간, 성실한 활동과 대비되는 향락 활동, 과 별개의 것으로 여겼다. 즐거움은 삶 속에 없고 삶과 다른 면, 즉 오락에 있다고 봤다. 삶의 일부분인 오락을 삶의 반대 개념으로 여겼다. (중략) 이렇게 해서 근대적 삶은 비인간적으로 변했다.‘ 삶을 고통으로만 느끼는 사람은 삶과 별개로 오락을 추구하지만, 오락 또한 비인간적일 수 밖에 없다.’

 

  행복이란 어떤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삶의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좋은 습관이 많아진다는 것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삶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얻고 타인과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발견해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밖에도 많은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깊은 통찰이 담은 책을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면 이를 읽는 독자도 삶을 관통하는 각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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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 권으로 끝내는 JLPT N4 - 딱! 2주! 진짜 한 권으로 끝내는 JLPT N4 진짜 한 권으로 끝내는 JLPT
황선아.히야마쇼타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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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한 권으로 끝내는 JLPT N4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할 때 항상 초반에는 열심히 하다가 한자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포기하고 다시 또 새로 시작하기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JLPT를 목표로 삼아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문제집 중에서 어느 것을 골라야 좋을지 고민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중에서 기회가 닿아 시원스쿨에서 발간한 이 책을 접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건 2주로 자신있게 준비기간을 명확하게 제시했는데, 아무리 N4이지만 2주라는 짧은 시간 내에 학습을 충분히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면서도 책이 안내하는대로 따라가다보면 단기간이더라도 학습이 가능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의지가 되기도 했다. 책 초반부에 있는 2주의 학습 플랜을 문자와 어휘, 문법, 실전문제들로 구성된 파트들을 빼곡이 채워나가다보면서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처음에 아에 일본어를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다소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하다. JLPT N4에 관한 실전문제들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문제를 모두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초 문법에 관해 먼저 익힌 뒤, 이 책을 통해 실력을 다지는 편이 좋을 듯하다.

 

  시중에 다른 JLPT 책을 많이 살펴보지는 못해서 잘 모르지만 이 책은 긴급, 맞춤, 만점처방으로 총3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어휘를 읽힐 때 옆에 기출 연도를 숫자로 표현해 출제 빈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출제 유형에 따라 어휘를 구분해 한자를 먼저 제시하거나 읽는 법을 먼저 제시하는 형태로 구분해 익혀야 할 한자를 구분해 우선 순위를 두어 암기할 수 있도록 한 점이었다. 또한 실전 문제 유형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선택지를 체크해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부분에서 체계적으로 단계를 알려주고 주의해야 할 점과 적정한 소요 시간을 제시하는 등의 팁을 얻을 있는데 이는 후에 실전문제를 풀 때도 이를 끊임없이 떠올리며 참고할 수 있었다. 가령 언어지식 파트에 유의표현문제 유형의 경우, 보기의 공통된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을 체크해 시간을 단축하는데 가타가나 선택지와 부정형 선택지를 꼼꼼히 체크하고 주고받는 표현의 주체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며, 선택지도 전부 성립하는 문장이므로 오답 소거하기엔 힘들지만 먼저 확인할 요소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4분에 5문제 풀기라는 형태로 제시되어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각 파트별로 실전문제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공부한 내용을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많아 문제를 풀면서 실전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35문제 정도의 실전 문제가 5회에 걸쳐 파트별로 제시되어 추가로 별도의 문제풀이를 위한 문제집을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많아 좋았고, JLPT 시험을 앞두고 칠 수 있는 종합적인 내용을 담은 실전모의테스트로 최종 점검을 해보고 저자의 무료 해설 강의도 유튜브로 편리하게 들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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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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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인류사를 관통하는 여러 키워드를 중심으로 빅히스토리를 다룬 책을 읽는 건 언제나 흥미로웠다. 무엇이든 태초의 인간에서부터 시작해 농업혁명과 대항해시대와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산업혁명을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주제로 하느냐에 따라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다를 수 있었지만 언제나 주인공은 우리 인간이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눈부신 문명을 발전시켜나갔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물론 있었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모든 사건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발 디딛고 있는 지구에 대해선 역사적 흐름 속에서 배경으로만 다루어지기 쉬웠으나 우리 행동을 제약하거나 지정학적 위치에서의 유불리를 결정하는 정도로만 다루는 책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게 말한다. ‘지구가 우리를 만들어왔고,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힘을 지녔다고 여기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신체 능력을 넘어선 힘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 또한 지구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구가 어떻게 태초의 인류를 만들어왔고 이동하게 만들었으며 진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었는지 과학적으로 깊이 있으면서도 위트 있는 언어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각 지역의 지리적 특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실제 예시를 풍부하게 제시해 세계 지도에서 지역을 찾아가며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주로 지질학을 중심으로 역사를 다루고 있어 과학과 지리에 배경지식이 있다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직관적인 비유와 문장들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가령 석탄과 증기관이 우리를 지표면의 자원과 근육에 의존하던 작업 방식을 벗어나게 해주었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형태로 우리를 기다린 이 에너지 자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로 석탄이 만들어진 지질학적 배경을 깊이 있게 설명해나가는 방식이다. 작가의 말처럼 세계의 근본적인 본질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역사를 탐구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억년 동안 지구의 자연이 변하고 생명이 발달한 과정을, 지난 ’500년 동안 우리의 유인원 조상으로붙 인간이 진화한 과정을, 지난 수십만년 동안 인간의 능력이 발전하고 세계 곳곳으로 확산해간 과정을, 지난 ’1년 동안 문명이 발전한 과정을, 지난 년 동안 일어난 상업화, 산업화, 세계화 추세를, 마지막으로 지난 ’100‘년 동안 이 경이로운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훨씬 긴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환경 변화에 맞서 진화는 많은 세대가 지나는 동안 종의 신체나 생리를 적응시키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반면에 지능은 자연 선택이 신체를 적응시키는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가 내놓은 해결책이다.’

수많은 지역 중에서 왜 동아프리카 지구대에서 인간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지구의 기후 변동으로 설명하는데 지구의 궤도와 자전축의 기울기에 따른 우주적 변화로 인해 이 지역에서 살아간 모든 생물에게 강한 진화 압력을 가했다.‘ 하늘의 시계 장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지구의 궤도 이심률, 자전축의 기울기와 그 흔들림은 모두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며, 이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주기적으로 변한다.’ 이를 밀란코비치 주기라고 부른다. 이는 일년 동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지표면에 쏟아지는 햇빛의 전체 양에는 아무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하지만 태양열이 남반구와 북반구에 분포되는 양상에 변화를 가져오며, 따라서 계절의 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빙기를 촉발하는 핵심 요인은 극지방의 겨울철 기온 하강이 아니라 여름철 기온 하강이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는 기간은 지구 전체 역사에서 바라볼 때 기후가 안정되어 있는 간빙기의 잠깐 머무르고 있는 짧은 시간일 뿐이다. 해수면이 현재보다 300m나 더 높아 전세계 대륙 중 절반이 물에 잠겨 있을 때도 있었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대륙이 북극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결되기도 했다. 놀라운 건 이러한 대륙과 해양의 위치 변화에 따라 지구 전체의 기후가 변하고 반대로 지구의 움직임의 변화로 인해 지각이 변화해 생태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지구에 익숙한 나에게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고 상상력을 자극했다. 지구 차원에서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과거 수없이 사라져간 생물처럼 쉽사리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되면서도 우리가 일으킨 지표면의 변화로 지구 전체의 기후가 변화해 다시 우리에게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가축으로 인한 부산물 혁명, 속씨식물로 이뤄진 생식 혁명을 다루고 유라시아와 아메리카의 대륙 생김새에 따라 문명들의 발전 속도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으며 티베트 고원의 급수탑으로서 지정학적 중요성과 지중해의 북쪽 가장자리와 남쪽 가장자리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수많은 지리적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문명의 수와 발전 속도가 다른 점도 그 배경엔 우리 지구 차원에서 원인이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각 지리적 위치에 따라 어떤 자원이 왜 그곳에 많이 위치하고 언제 생성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으며 왜 유목 민족의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의 긴 스텝지역에서 세를 떨칠 수 있었는 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8, 해류와 바람으로 인해 인류의 대탐험 시대를 열었던 역사적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포르투갈의 신항로 개척이나 스페인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다룬 과정이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원리에 대해선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기존 해안가를 따라 연안으로만 항해를 하던 시대에서 위도에 따른 바람과 해류를 따라 항해하는 방법을 차츰 익혀나가 볼타 두 마르를 활용하게 되는 과정이 소개되어있는데, 유럽과 아프리카 해안가에서 얼마간 떨어진 대서양에 위치한 4개의 작은 제도를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이 지구의 대양과 대기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순환을 이해하고 해류와 바람의 패턴을 활용하는 법을 터득했는지 알아가면서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발견을 통해 이뤄나가는 것인지 과정을 함께 따라갈 수 있어 즐거웠다. 나아가 이를 확장해 스페인의 필리핀, 멕시코를 이은 마닐라 갤리언선 무역로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유럽을 이은 대서양 삼각 무역로가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가능하게 되었던 건지 알 수 있어 당시 역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보다 인류사를 새로운 각도로 살펴보고 지구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지만 매 챕터마다 인식의 새로운 창이 열리는 것처럼 읽는 즐거움을 주며 역사에 대해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또한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지구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왔고 우리의 역사는 보다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올해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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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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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세계사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재구성한 책은 언제나 흥미롭다. ‘,,가 그러했고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도 긴 세계사의 흐름을 통찰해 각 주제별로 연결된 하나의 갈래들을 만들어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경제사를 중심으로 세계사를 접근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국가 간의 무역 갈등을 중심으로 기존의 역사적 사건이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꽤나 신선했다. 더군다나 주류의 영미권 석학의 시점이 아니라 중국의 학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점도 새로웠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개별적 사건의 배경에 무역갈등이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들도 발견하고 상대 국가를 경제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에 있어서 흔히 알고 있는 관세보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역을 봉쇄하고 풀어내는 등 다양한 모습들이 있었던 역사적 사실도 알 수 있어 좋았다.

 

  200여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안에 다양한 무역전쟁의 사례들을 싣다보니 하나하나의 사건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기는 어렵지만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각 무역전쟁의 공통점을 살필 수 있고 이를 통해 무역전쟁의 원인과 양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사건이 세계사의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어 세계사를 이해하는 주요 갈래가 될 수 있다. 다만, 아무래도 이 책은 저자가 중국의 시각이 투영되어 현대의 무역전쟁에 이르러서는 미국이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는 시각으로 쓰이고 중국의 무역전쟁 및 보복사례는 실리지 않아 중립성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무역전쟁의 심화는 모두에게 손해라는 의견도 피력하고 있어 최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비판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나 중세 및 근대의 중국에서 발생한 무역전쟁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고 무역전쟁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그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인정하고 원인과 결과를 제시하고 있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물론 그만큼 무역 또한 국가 간 전세계 패권 다툼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에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가 일찌감치 서문에서 밝히듯 순수한 자유무역은 현실에서 결코 존재한 적이 없다. 어떤 의미에서 무역전쟁은 사실상 무역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상적 현상이고, 따라서 무역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론상에서 이상적으로 밝힌 순수한 자유무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교적 먼저 발전한 나라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덤핑을 무기 삼을 수 있고, 발전이 느린 나라는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무역전쟁의 근본적 원인이다. 나라마다 경제발전의 수준과 사회제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역으로 얻는 실제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외에도 정치경제적 이유로 국가 간의 적대적 관계’, ‘패권의 교체’, ‘이익집단의 입김등이 있는데, 무역전쟁은 지난 역사의 사건들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유효하고 피해는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나폴레옹의 유럽 정벌 시 대륙봉쇄령과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의 해상봉쇄를 다룬 2번째 챕터였다. 두 사건 모두 역사적으로 익히 유명한 사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봉쇄가 이루어졌고 왜 전의 시도는 실패했고 후의 시도는 성공했는지 다시 한번 무역에서 해상을 제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결국 이 무역전쟁으로 세계사의 판도에 거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고대 시대임에도 무역을 이용해 춘추시대를 제패한 제나라의 이야기와 남송과 북방 이민족의 전쟁에서 무력으로는 졌으나 경제적으로는 늘 우위에 있었던 모습, 규모도 작고 가장 먼저 대항해시대를 연 국가도 아니었던 네덜란드가 어떻게 바닷길을 장악해 무역전쟁의 패권을 지녔는지, 일본의 중국 침략 시 어떤 경제적 침략이 이루어졌고 부족하나마 이에 대응했던 근대 중국의 모습 등등 각 에피소드별로 시선을 끄는 이야기들이 많아 즐거웠다. 또한 일본을 잃어버린 10에 빠지게 만든 버블이 만들어지게 되는 배경인 플라자 합의와 미국의 통상법 301조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관여되었던 철강 문제까지.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고 미국의 패권이 도전받으며 무역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책이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례들을 다룬 책을 읽으며 확장된 사고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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