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독에 대하여
미키 기요시 지음, 이윤경 옮김 / B612 / 2020년 9월
평점 :

고독이라하면 흔히 외롭고 쓸쓸한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고독한 시간이야말로 자신과 마주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생각된다. 요즘의 우리에게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고독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생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임에도 실제로 행하다보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고독을 통해 사유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기보단 고독을 통해 삶의 통찰을 이끌어낸 저자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정념과 정념을 이끄는 행위에 대한 23가지의 고찰들을 담담하게 알려주는 철학서였다.
그 중 하나가 고독에 대한 것이었다.
‘고독이 두려운 이유는 고독 자체 때문이 아니라 고독의 조건 때문이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자체 때문이 아니라 죽음의 조건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다.’
‘고독은 산속이 아니라 거리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아닌, 다수의 인간 ’사이‘에 있다.’
감정은 많은 경우 객관적이고 사회화한 것이며, 지성이야말로 주관적이고 인격적인 것이다. 정말로 주관적인 감정은 지성적이다. 고독은 감정이 아닌 지성에 속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에서부터 니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의 사상을 배경으로 죽음, 행복, 회의, 습관, 허영, 희망 등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바를 풀어내는데,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다소 난해한 문장이 많았다. 친절하게 개념을 설명하는 도움이 없고 의미가 내포된 간결한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심오한 의미를 모두 이해하긴 어려웠다. 아직 삶을 보다 풍부하게 경험하거나 사유하지 못해서였을까. 그럼에도 과거와 현재의 윤리에 대해 우리들의 달라진 인식을 담아내는 부분은 흥미로웠고 몇몇 파트에서는 공감하거나 이해되는 문장들이 눈에 띄어 좋았다. 대략적으로 저자는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타인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을 개성 있는 사람으로 부르고 이는 허영이나 질투와 같은 정념에서 멀어질 수 있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듯하다.
’자기 개성을 확실히 이해한 사람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을 봐도 각자의 개성을 발견한다. 그러므로 개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획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중략) 가려서 선택하려는 이성을 버리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정을 통해 깨닫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성공에 대하여 파트와 오락에 대하여 파트였고, 허영심과 명예심을 구분하는 파트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고대와 중세 사람의 도덕의식에는 지금 우리가 아는 성공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들에게 도덕의 중심은 행복이었지만 현대인에게는 성공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하다. (중략) 성공과 행복을, 성공하지 못함과 불행을 동일시하면서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타인의 행복에 질투를 느끼는 사람은 행복을 성공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개인에 속하며 인격, 특질과 관련 있는데, 성공은 일반적이며 양적인 개념에 가깝다. 그러므로 성공은 그 본질상 타인의 질투가 따르는 경향이 있다.‘
물질이나 권력 등에서의 성공이 곧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요즘의 우리에게 행복은 개인적인 것으로 이를 개성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양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오락이란 삶을 즐기는 법을 망각한 인간이 그것을 대신하고자 궁리한 것이다. 즉, 근대의 행복 대용품이다. 근대인은 행복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면서 오락에 대해서는 생각한다.‘
’오락은 일하는 시간과 대비되며 노는 시간, 성실한 활동과 대비되는 향락 활동, 즉 ‘삶’과 별개의 것으로 여겼다. 즐거움은 삶 속에 없고 삶과 다른 면, 즉 오락에 있다고 봤다. 삶의 일부분인 오락을 삶의 반대 개념으로 여겼다. (중략) 이렇게 해서 근대적 삶은 비인간적으로 변했다.‘ 삶을 고통으로만 느끼는 사람은 삶과 별개로 오락을 추구하지만, 오락 또한 비인간적일 수 밖에 없다.’
행복이란 어떤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삶의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좋은 습관이 많아진다는 것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삶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얻고 타인과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발견해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밖에도 많은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깊은 통찰이 담은 책을 차근차근 읽어가다보면 이를 읽는 독자도 삶을 관통하는 각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