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를 여행해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 한 켠에 소망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짧은 기간 도시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여행만으로는 그 도시의 매력을 찬찬히 훑어보기에 시간이 모자라다. 저마다 어떤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미처 잘 알지 못했던 도시에 대해 하나의 주제를 정해 자세히 소개해주는 잡지가 있다면 어떨까. 흔히 있는 여행 도시의 맛집이나 교통편 등의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그 도시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장소에 대한 이미지로 도시 사람들의 삶과 도시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나우 매거진은 1년에 1회 발행하며 매년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의 도시를 선정해 특정 주제와 연결해 그곳의 장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새로운 느낌의 잡지이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지난해 발간된 4호 텔아비브였다.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기업들로 가득하고 더불어 독특한 바우하우스와 같은 건축물 그리고 개성 있는 예술과 최근 떠오르고 있는 채식 위주의 식문화까지 살펴볼 수 있어 굉장히 놀라웠다. 더불어 사이사이 인화지에 인쇄된 선명한 도시의 이미지들은 그 도시의 찰나의 순간을 보여주면서도 도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도시의 전체적이면서도 부분적인 장소들을 비추어 도시만의 이미지를 잘 전달해주어 인상적이었다.
올해 나우 매거진에 선정된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다. 낯설고 새로운 도시라기보단 우리에게 익숙하고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으로 책을 폈지만 여러 사람들의 서울에 대한 인터뷰들을 보며 오히려 더 공감이 되면서도 새롭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요즘 같을 때, 우리나라 밖으로 향해 있던 관심이 다시 국내를 돌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한번 다시 생각해보고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거 같다. 공통된 의견처럼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변화가 빠르면서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고 있으며 다양한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에 우리는 너무나 익숙해져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상을 또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번 호를 관통하는 주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서문에 편집자가 밝히듯, ‘시간 여행자의 환승역’ 같은 도시인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문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또한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행동반경이 달라지니까 삶이 풍요로워졌다. 도시를 이용하는 동선이 넓어지면서 얻는 효과를 경험하고 나니,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표현처럼 일상 속에서 우리는 답답한 건물 속에 갇혀 있어 잊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서울 곳곳의 공간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우리에게 활력소가 되어 줄 수 있다. 또한 서울이다보니 인터뷰이가 친숙한 분들이 계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는데, ‘이병률’ 시인의 말씀 중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정신적 공간으로 한강을 이야기하며 ‘사람이 요새 생각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데, 생각의 양을 늘리고 그것이 잘 흘러서 층이 두터워지면 결국 철학이 된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에 공감이 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하나의 지침을 묻는 질문에는 ’좋아하는 것을 늘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자신만의 색을 갖기 위해 내가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선택 장애는 일종의 질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분명 배고픈데 뭘 먹을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지?하는 질문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중략)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고 싶은 활력이 생긴다. 그 리스트가 한두 가지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바뀌거나 탈락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될 거다. 좋아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생명성을 풀 긴밀한 열쇠를 지니고 있다.‘ 로 자신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말해주셔서 다시금 그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인 폴킴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게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물건마다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방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방식이 이상적인 물건이라면 그렇게 가능하게 하는 것이, 디지털 방식이 효율적이라면 그에 맞게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하나가 좋은 게 아니라 더 좋은 게 좋다.‘ ’빨리 소비해버리고 완전히 절멸시켜서 메뚜기 떼처럼 휩쓸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보면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뭐랄까, 코로나19 이후로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을 거라 하지만 손님 많은 식당은 여전히 줄 서서 들어가고, 손님 없는 곳은 다 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모험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이런 게 좋아라는 말을 잘 하지 않고, 무언가의 권위에 기대는 것처럼 보인다. 아날로그도 마찬가지로 추억 팔이용으로 만들어서 우르르 소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본질은 진득함이라 말하는 이재민 그래픽디자이너의 말씀과 이를 살린 작품들을 보며 스스로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묻고 아날로그를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해내는 모습이 멋지게 다가왔다.
감각적인 장소들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서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라이프스타일을 고민하게 되고 서울이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라 더 의미있고 내용이 잘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진정되어 내년 나우 매거진에선 어떤 도시를 다루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