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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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스릴러 [야간시력]

 

 

책의 시작은 한 중년 남성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그의 시선에 펼쳐진 사람들은 아홉이나 열 살쯤 되는 휠체어에 갇혀 제 몸하나 가누지 못하는 어린소녀와 그녀 때문에 울고 있는 그녀의 젊은 엄마, 직업도 가정도 없어보이는 술에 찌든 늙은 노인 등등...

그는 공원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감상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길 좋아한다. 그의 시선에서 본 그들의 눈빛은 모두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도움을 요청한다. 모두 우울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 지루한 장면들이 지나가고, 직장으로 돌아온 그의 행동에 두 눈이 번쩍 뜨인다.

그가 병원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정말 놀랍다. 수 년간 요양병원의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릭토르는 겉으로 보기엔 점잖고 예의바르다. 하지만 그는 심리적으로 불완전한 인간이다. 요양원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중증의 환자에게 남몰래 겨드랑이사이를 꼬집는가 하면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을 몰래 버리면서 그들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면서 오래 살기 싫어할거라 짐작한다. 언제나 자신에게 여자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한다. 여자만 있었다면...

 

그녀는 40킬로그램이나 나갈까 말까하고, 종잇장처럼 연약한 회색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자기를 찾아온 사람이 누군지 볼 수 없다. , 릭토르를. 나는 침대 위에 몸을 숙이고 길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의 귀 뒤 섬세한 피부를 집어, 할 수 있는 한 세게 꼬집는다. 얇고 건조한 피부엔 구멍이 난다. 그녀에겐 비명을 지를 목소리도, 나를 피할 힘도 없다. p31

 

그의 사투 또한 내안에서 펼쳐졌다. 나는 몸을, 호흡과 심장을 진정하려고 애썼다. 나밖에는 아무도 내가 본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 영원한 시간 동안 나는 응시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 후에 몸을 돌려 재빨리 집으로 걸어갔다. 남자가 빨간 스키복을 입은 채로 심연에서 다시 나올까 두려워 이따금 어깨 너머를 흘끔거렸다. p37

 

우리 인간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는 문제라면 대부분 일에 변명을 찾아내곤 하지. 그게 우리가 사는 방식이오. 그밖에 이것저것.

그렇지 않소, ? 릭토르? 우리는 변명을 찾아내기 않느냐고? p90

 

소설<야간시력>은 은밀한 행동을 즐기면서 외로움과 고독에 젖은 한 중년 남성의 관찰을 눈에 보이듯이 상세히 보여준다. 스스로를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람들을 결핍으로 치부하는 것이 부족한 자신을 견디게 하는 유일함인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들을 정당화한다. 마치 예견된 것 같은 그의 파국은 인간의 본성과 결핍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야간시력>은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적인가?

고독이 인간에게 주는 것은 외로움 뿐이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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