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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평점 :
감성마을의 “완전변태“
감성마을에 사는 완변변태? 이외수님의 소설. 9년 만에 만나는 신간소설 <완전변태>.
느이 아버지가 다리를 심하게 저는 이유는 절도죄로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가서 심하게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야. 얼마나 심하게 고문을 당했는지 지금도 날이 궂으면 제대로 굴신을 못하지 않니. 너는 반드시 판검사가 되어서 느이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려야 한다. 알겠니. p18
일찌감치 남자얼굴만 보고 시집간 큰누나, 가수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 집나간 작은 누나. 그렇기에 더욱 뼛속까지 남아선호사상이 깊은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자란, 여전히 기대주로 고시촌에 처박혀 사는 주인공. 고시촌으로 떠나던 날, 판검사가 되기 전에는 집에 발걸음조차 하지 말라며 고이 주신 작은 상자에는 아버지의 새끼손가락이 들어있었다.
세상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죄 지은 자를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을 가진 사람, 즉 죄 없는 자는 거의 전무하다. 그러니까 예수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세상은 죄인들투성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인간들이 예비죄인 아니면 현역죄인이거나 아니면 예비역죄인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공범에라도 해당한다. 단지 현역죄인은 감옥 안에 존재하고 예비죄인이나 예비역죄인은 감옥 밖에 존재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p93
아주 특별한 시감각을 소유한 노인이 있었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의 비색은 곧 마음의 비색이었나보다. 그의 유일한 취미가 있다면 날품팔이로 모은 푼돈으로 전국의 유명한 가마들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것이다.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미술평론가들이 존경하는 명장이던 도공의 가마가 열리는 날, 열띤 취재경쟁으로 방송기자와 신문기자들로 장사진을 이룬 상황. 깡! 도자기들이 모두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모든 백자들이 사라지고 마지막 한 점만이 살아남아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실력 없는 도공은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는 옛말이 있지. 동곡이 명장이라는 소문 듣고 왔다가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사실만 깨닫고 가네. 어찌 그리도 신묘하단 말인가. 명품은 모조리 장도리로 박살 내버리고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아집 한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겨놓는구만.” p135
자연과 아름다움을 즐기는 노인의 호연지기은 정작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면서, 무엇이 아름다움인지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타인들의 시선에만 의존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비꼰다.
청맹과니의 섬의 주인집 막내아들은 짝사랑하던 여인에 대한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자살한다. 눈이 높던 그녀는 고르고 고르던 남자와 마침내 결혼하고, 섬의 주인집 막내아들이 자살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던 다람쥐의 행방불명에 관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는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다람쥐들의 탈출사건을 말이다.
이렇게 10여 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는 <완전변태>의 마지막인 ‘대지주’편은 재미있다. 말 잘하고 낯짝 두꺼운 사람들이 모여 속고 속이며, 또 속고 속인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이래저래 굴러가는 한심하고 우스운 인간들의 이야기다. 예술과 교육, 현실의 곳곳에서 추악함이 드러나고, 이는 결혼이나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속의 이야기들을 책 속에서 신랄히 비판한다. 이외수의 내공만큼이나 넓고 방대하다. 소설속의 단편 하나하나가 원고지 위에서 한낱 노가리로 전락한다. 떡밥은 있지만 낚싯대에 걸리는 고기가 없는 그이의 낚싯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