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를 사랑해주세요 <모성>

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엄마, 나를 사랑해주세요 <모성> 

“불이 나던 그날, 아무래도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생존본능에는 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동물적인 본능이 존재했다. 힘든 고난이 닥치더라도 부모는 자식을 보호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처럼 모성에 대한 강렬한 보호본능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자식을 버리는 파렴치한 부모도 존재한다. 또 부모를 버리는 자식도 존재한다.
부모와 자식, 특히나 엄마와 딸의 가깝고도 먼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작가 특유의 냉철한 시선으로 심리적인 부분들이 잘 짜여져 있다.

주인공인 그녀는 어머니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다. 그녀가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받고 자랐다는 것을 누가 보아도 한 눈에 알아볼 정도이다. 그녀도 그녀의 어머니를 지나치게 사랑한다. 소소한 일까지 그녀는 어머니에게 이야기하고 공유한다.

학교에서 만난 그녀와는 정반대의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게 된다. 어느 날, 그녀의 딸이 자살을 시도하면서 그녀는 주변사람들에게 딸을 자살로 이끌었다며 비난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모성가득한 엄마로써 딸을 소중히 키웠다. 그녀와 그녀의 딸의 회상장면들로 이 책은 이어진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에게는, 틈이 없다.
틈.... 융통성, 여유라는 단어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빈틈없는 성격은 다른 사람이 볼 때 '성실'이라는 평범한 칭찬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본인은 자기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그 결핍을 감지해도 필요없다고 단정 지어버린다. p37

모두 그것을 알았고, 나만 몰랐다. 당연한 일을 스스로 깨우칠 능력이 없었던 걸까. 아니, 조금 옳지 않은 행동을 해도 세상이 받아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용서받지 못하는 걸 두려워했으니까.
용서받는다-사랑받는다 p41

"농사일이랑 할머니 시중들게 하려고 그런 거지? 자기 편하려고 그저 일만 시켜놓고 자기는 다른 여자랑 노닥거리다니.. 인간쓰레기야. 그럴거면 이혼하고 엄마를 그 집에서 해방시켜줘. 나는 엄마하고 이 집에서 살 거야. 아빠는 저 사람하고 아빠 집에서 살면 되잖아." p266

자신의 엄마를 지나치게 사랑한 나머지 딸에게는 애정을 못 느끼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딸, 방관적인 아빠, 그녀를 모질게 괴롭히는 시어머니...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을수록 빠져들게 되어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