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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일본 사상 최악의 항공기 추락사고 [클라이머즈 하이]

1985년에 일어난 사상 최악의 항공기 추락 사고 JAL 123편의 비극 실화를 바탕으로한 <클라이머즈 하이>. 524명의 사상자를 내고 시체조차 찾기 어려웠던 그 현장과는 비교되지 않겠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아시아나 비행기 추락사고가 터져서 비행기 사고의 끔찍함이 더 현실감있게 와닿았다.
주인공 유키가 지금까지 800여명에 가까운 등반가를 죽음으로 내몬, 악마의 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내려가기 위해서 오르는 거지' 친구의 수수께끼 같은 답을 얻으려 그의 아들과 함께 유키는 산을 오른다.
'늦게 핀 클라이머' 정신없이 바위를 오르는 유키를 안자이는 그렇게 부르며 놀렸다. 두 사람 사이에 막연히 통하는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러나 마음을 터놓는 것과는 달랐다. 어떤 의미에서 유키는 안자이를 이용해 고독과 무심의 상태를 손에 넣고 있었다. p26
유키는 고개를 갸웃했다.
"클라이머즈..하이?"
"말 안했었나?"
"처음 듣는 말인데."
"흥분상태가 극한까지 달해 공포감이 마비되어버렸지."
"마비?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 그런건가?" p29
세계 최고의 항공기 사고. 순식간에 메달색이 퇴색했다. 아니, 금보다 반짝이는 메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적당할 것이다. p49
그들은 무언가에 화가 나거나 감동을 받아서 펜을 드는 것이 아니다. 항상 펜을 붙잡고 있으면서 먹이를 찾듯 번득이는 눈으로 '쓸 재료'를 찾고 있다. 주위들은 의견과 문장을 구사하여 모든 것을 '사랑'과 '정의'로 매듭짓는다. 항공기 사고는 쓰기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다. 520명의 죽음. 그 몇 배가 되는 유족들의 슬픔. 그들은 정말로 순수하게 선의의 펜을 들었던 것일까. p184
스무 살. 유키의 절반 밖에 살지 않은 여자아이가 미디어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생명의 무게. 어떤 생명도 모두 소중하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미디어는 인간을 선별하고 차별하고 생명의 경중을 판단해서 그 가치관을 세상 속에 밀어붙인다. p381
실제 일어난 초유의 사건을 배경으로 기자 특유의 본능을 발휘하면서 빠른 전개를 보여주어 책읽는 속도감이 빠르다. 작가 최고의 출세작이자 일본 소설마니아들사이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는 이름값도 톡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