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공사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박종대 옮김 / 시공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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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주말> 

영화 '더리더'의 원작인 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한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 <주말>은 젊은 시절 급진적 혁명활동을 함께한 친구들이 20년만에 한 자리에 모여 주말을 보내면서 생긴 일들을 담은 소설이다.  

 

급진적 테러리스트인 주인공 외르크는 몇 차례의 테러을 일으키고 20년간 수감되었으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누나인 크리스티아네는 석방된 동생을 위해 옛 친구들을 교외에 마련한 별장으로 초대한다. 

 

크리스티아네의 옛 연인이자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하는 헤너, 사제가 된 카린, 사업가인 울리히, 교사인 일제, 젊은 시절 함께 혁명을 꿈꾸던 친구들은 이제 모두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자살한 친구인 얀의 죽음에 석연치않음을 느끼고 그의 흔적들을 소설로 써내려가는 일제, 그녀는 30년이라는 긴 세월의 교사생활속에서 언제나 소설을 쓰고 싶어했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소설을 써보기로 결심한다. 소설속의 미니소설같은 느낌으로 조금 색다르다.

 

"당신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어. 그렇지? 그래, 어머니와 아들 사이처럼 나한테 동생밖에 없다는 게 이해가 안되겠지. 물론 어머니들한테는 남편도 있어. 하지만 남편은 아들과 달라. 남편은 과거의 사람이고, 아들은 오늘의 사람이야. 내게 동생밖에 없다는 사실이 동생에게는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었어. 그래서 내가 당신 때문에 동생을 배신했을 때 동생은 세상밖으로 떨어져버렸어. 내가 달려갔지만, 더 이상 동생을 붙잡지 못했어. 너무 늦어버린 거지. 이후 난 내가 저지른 것을 다시 만회할 수 없었어." p103

 

아침은 고요하다. 그리고 멜랑콜리하다. 점심과 저녁, 오전과 오후처럼. 아침은 가을과 겨울뿐 아니라 봄과 여름에도 멜랑콜리하다. 나무와 교회탑, 전봇대의 전깃줄, 전신줄에는 시선을 붙잡을 만한 게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산은 없고, 근처에 도시도 없다. 경계를 그어 공간을 만들 만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선은 사라진다. p120

 

"당신들은 당신들 부모세대에게 살인자 세대라고 욕하면서 격분했어요. 하지만 당신들도 똑같았어요. 당신은 살인자의 자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도 당신 자신이 살인자 아버지가 되었어요. 내 아버지라는 사람이 말입니다.말하는 것을 지켜보니, 당신은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서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더군요. 다만 당신이 뜻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당신이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만 아쉬워하고 있어요. 남들한테는 미안해하지 않으면서 오직 자기 자신만 안타까워하고 있다고요." p210

 

"그쪽 인생에서는 그런 문제가 고민거리였어요? 내가 아는 남자애들 중에서는 자기 아버지가 노벨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라서 정말 사는게 힘들다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애도 있는데, 유명한 애술가나 정치인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그 부모의 그림자에 눌려 질식할 듯이 살아야하잖아요. 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인생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동성애자들도 많이 봤고." p219

 

20여 년전, 자신을 밀고한 사람이 친구들 중에 있다고 믿는 외르크와 외르크의 테러리스트로써의 행동에 대해 비판하는 친구, 그리고 동생을 동생이상으로 과잉보호하고 챙기는 누나 크리스티아네,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의 비밀마저 덮어주는 헤너, 과시욕으로 외르크와 잠자리를 가지려하는 울리히의 어린 딸, 수수께끼처럼 등장한 외르크의 아들 등 등장인물들의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심리묘사가 볼만하다.  또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엇갈리는 도덕적 관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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