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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타임머신
김용철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타임머신으로 10년후 미래에 다녀올 수 있다면? <느닷없이 타임머신>
"만약 타임머신으로 10년후 미래에 다녀올 수 있다면 제일 알아보고 싶은 게 뭐야?"
"웬 타임머신?"
"그냥, 있다면....."
김용철의 장편소설 <느닷없이 타임머신>은 제목처럼 쌩뚱맞은 소설이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또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끌어앉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느닷없이 타임머신>은 신림동 고시촌 한 구석에 위치한 간판조차 없는 작은 하숙집의 고시생들의 이야기다.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볕도 들지 않는 작은 단칸방에서 하루 종일 책과 씨름하며 사투를 벌인다. 이 하숙집의 특징은 집주인의 남편과 아들이 연이어 사법고시에 합격을 한 '합격의 명소'로 불리우는 집으로 매번 새로운 전설이 회자되는 곳이기도 하다.
합격의 성지인 이 고시원에는 갓 서른을 넘긴 은철과 동미, 상태등 네 남자와 한 여자가 합숙하고 있다. 꼬질꼬질하고 촌스러운 파란색 추리닝과 기름진 머릿결, 두꺼운 뿔테안경, 푸석푸석한 얼굴, 군용 깔깔이 등의 화려한 복장으로 덜 익은 삼겹살을 서로 먹겠다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상태만으로도 하숙생들의 실상이 얼핏 보인다.
어느 날 등장한 택배 상자, 이 상자속의 타임머신으로 인해 가족같은 분위기의 하숙집은 쑥대밭이 된다. 그리고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타임머신 쟁탈전이 벌어진다.
"내가, 나한테 보낸거래."
"보냈으면 보낸 거지. '보낸 거래'는 또 뭐야?"
"뭐? 타임머신? 32년 후 미래에서 온 형이 형한테 보낸 거라고? 10년 후 미래로 가서 시간여행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나비효과를 막아달라고?" p25
어처구니없고 허무맹랑한 타임머신의 이야기라.. 허나 타임머신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무지 궁금해진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리고 이 타임머신으로 10년후로 갈수있다면?
"역겹고 지저준하다는 말로는 부족해. 지옥이다. 숨을 쉴 수가 없을 만큼 악취가 진동하는 똥밭이다. 룰도 없고 반칙도 없다. ~정치는 그런 지옥의 밑바닥에서 벌이는 처절한 싸움이다. 지금은 상대가 나 하나지만 그 지옥에서는 298명의 나와 질리도록 싸울 수 있다."
두근거렸다. 내부에서 무언가 불타올라 온몸의 피가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펼쳐진 지옥도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끌려가고 있었다. p210
힘들고 불안한 미래의 젊은이들을 잘 표현한 책이다. 생각했던 전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지만, 느닷없이 나타나 느닷없는 전개에 느닷없이 끝이나는 책이다. 그러나 깨알같은 유머와 반전아닌 반전이 숨어있었던 <느닷없이 타임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