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국제인신매매의 실체,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국제인신매매의 지옥 같은 현실과 소녀를 구하려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려낸 소설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저자인 코번 애디슨의 위험을 무릎쓴 끝에 만들어진 소설이다. 저자는 직접 인신매매의 희생자들을 만나기 위해 뭄바이 사창가에 잠입취재하여 현대판 성노예의 현실을 보고 듣고 현장의 실체를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에 국제인신매매에 대한  심각성을 널리 알린다.

 

 

"어떡해요! 딸을 잡아갔어요! 우리 애비를 잡아갔다고요! 도와주세요!"

도시 한복판에서 납치사건이 벌어진다. 빰에는 보기 흉한 멍이 들어있는 여인이 외치는 소리를 들은 토머스는 그 차를 열심히 따라가보지만 놓치고 만다.

 

"말 안 들으면 혼날 줄 알아. 너희는 이제 우리 거야. 수치르가 6만 루피나 주고 샀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서 빚을 갚아."

"빚은 어떻게 갚으라는 거죠?"

아힐리아가 조용히 묻자 젊은 남자는 능글맞게 웃었다.

"몰라서 물어? 남자들이랑 자야지. 설마 여기가 호텔인 줄 알았냐? 여긴 카마티푸라(붐바이의 사창가)야." p67

열일곱의 아힐리아와 열다섯의 시타, 아름다운 두 자매는 상위 중산계층이었지만 고아가 되어 지금은 인신매매단에게 팔려다니는 신세가 된다. 갑작스러운 해일로 집이 바닷물에 잠기고 부모님과 할머니를 여의고, 친척집으로 가던 중 납치되었다.

 

"저 집들에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숨겨져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토머스는 택시 기사를 겁줬던, 매춘 업소 주인인지 포주인기 모를 두남자를 떠올리며 말했다.

"수천 명은 됩니다. 열두 살, 열세 살짜리까지 있죠."p120

열두살, 열세살이라니, 소설이지만 소설밖에선 엄연히 현실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자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 어리고 힘없는 소녀들을 강제로 납치한 것도 모자라 돈을 벌기위해 팔아넘기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욕정을 푸는 도구로 이용하다니. 그런 것을 법이, 국가가 묵인하고 있고 그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도시 붐바이. 비단 붐바이 뿐이겠는가.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버젓이 어린아이들의 성을 돈으로 사고, 심지어는 아이들이 아이들을 팔아먹는 일까지 자행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참..요지경 속이다.

 

"누군가가 마더 테레사에게 세상의 빈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었죠. 마더 테레사가 뭐라고 대답한 줄 아세요? '내 앞에 놓인 일을 하는 겁니다.' 여기 일이 바로 그래요. 학자들은 통계를 떠들어 대지만, 우리는 실상을 이야기하죠. 어느 쪽이 더 끌리나요?" p124

 

“네가 왜 여기 있는 줄 알아?”
시타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질문에 답하고 싶었다. 카난이 트럭을 먼지투성이 길로 돌려 차코의 아파트로 몰고 가서 그녀를 노예로 팔아 버린 그날 이후 자신 안에 계속 쌓여온 비명을 밖으로 내지르고 싶었다.
“네가 여기 있는 건 내가 매춘 장사를 즐겨서가 아니야. 남자들이 성매매를 즐기니까 그런 거지. 난 그저 중개인에 불과해. 어떤 사업가는 물건을 팔고, 어떤 사업가는 지식을 팔지. 난 환상을 팔아. 다 똑같은 거야.”

 

전 세계적으로 뻗어있는 인신매매조직은 한 해 320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으며, 2,700만 명의 사람들이 강제 매춘과 노예 생활에 사로잡혀있다. 성노예로 착취당하는 아동의 숫자만 200만 명에 이른다. <태양을 건너는 아이들>은 이 소설을 통해 인신매매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인권유린과 참혹한 삶을 알리는 동시에, 성에 대한 올바른 윤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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