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당신이 저지른 방관과 간접살인 <십자가>

 

사람을 비난하는 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나이프의 말과 십자가의 말이다.

나이프의 말은 찔린 순간에 가장 아프지만,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짊어져야 한다.

아무리 무거워도 내릴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다.

걷고 있는 한, 즉 살아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져야 하는 것이다. p357

 

자살한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십자가>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게가 상당하다. 매스컴에서 '제물자살'로 명명되어 이슈가 되었던 후지슌의 자살과 그가 남긴 유서로 주인공인 사나다 유는 자살한 친구 후지슌에게 느끼는 미안함으로 20년넘게 십자가를 짊어지고 살게 된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네 명의 이름이 남겨졌는데, 그 중 한 명의 이름이 바로 유짱. 사나다 유 그의 이름이다.


"사나다 유, 나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유짱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
중학교에 진학한 뒤,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않았는데도 그를 절친으로 생각하고 고마워한 그에게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그와 그의 마지막 전화를 매정하게 끊어버린 사유리는 더욱 미안한 마음에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미시마와 네모토라는 두 명의 불량한 소년의 제물로 선택된 후지슌은 오랜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가 정말 그들의 괴롭힘이 힘들었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으로 동급생들은 그들의 왕따를 방치한다. 오히려 그들의 왕따를 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왕따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할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으니까.

 

"너희는 평생 눈을 빤히 뜨고 사람을 죽게 내버려둔 죄를 등에 지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어." p56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 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p75

 

"후지슌이 유서에 이름을 제대로 썼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면 사카이도 미시마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
"다 마찬가지야. 슌스케를 왕따 시킨 사람도, 도와주지 않은 사람도 다 똑같아" p214

 

"생각해봐, 같은 반 학생이 죽었어. 더구나 자살이고, 더구나 왕따때문이야. 그런데 동요하지 않을 리가 없고, 동요하지 않는게 이상하잖아?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런 때는 동요해야 하는 거고, 동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안 그래? 인간은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동요하게 돼 있어. 충격을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그 고민과 괴로움을 가르쳐주는 게 학교가 아닐까? 그게 어른들의 역활이 아닐까?"p272

 

이제 아홉살 난 아들을 둔 아빠가 된 유군은 후지슌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용기를 가져라"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것은 최악이다"
"친구를 죽게 만들지 마라"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아니듯, 이런 일들이 비단 어린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너무 많은 것들이 공유되고, 익명을 무기로 타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쁜 일에도, 좋은 일에도 악성댓글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자신의 허물에는 관대하지만 타인의 일에는 두눈도 모자라 두손까지 들고 비난하기에 바쁘다. 그리고 악플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결국 이들도 칼로 직접 찌르진 않았지만 간접살인자들이다.

 

트윗이나 페이스북, 블로그들의 글을 보면 나와 생각이 다른 글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댓글을 달기전에 무척 소심해진다. 이 사람이 나로 인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때문이다. 그래서 속으로 댓글을 끄적일때도 있다. 비판이 무조건 나쁜것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비판은 절대적으로 나쁘다.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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