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다리 2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사랑의 힘, 보이지 않는 다리2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줄리 오린저의 장편소설『보이지 않는 다리』는 총 2권이다.  1편에서는 둘의 만남과 사랑이 주를 이루지만, 2편에서는 사랑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책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헝가리 출신 유대인 언드러시 레비와 그가 사랑한 여인 클러러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일본의 침략을 받아 지배받았던 아픈 과거가 있는 나라이기에, 독일 히틀러의 유대인들에 대한 폭력과 억압이 더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독일이 헝가리 유대인들에게, 아니 모든 유대인들에게 한 행동이 자꾸만 일본군이 우리 조상들에게 한 짓과 오버랩되어 머릿속에 파고들어 더욱 가슴이 아팠던 책이다.

클러러의 위험상황을 무릅쓰고 고향인 부다페스트로 돌아온 언드러시. 그녀와 가족들이 함께한 생각지도 못한 호사스런 결혼식을 올리게 되지만 이 행복도 잠깐, 전쟁이 터지고 징집대상이 된다. 헝가리 군대는 언드러시를 전부가 유대인인 노무부대원으로 보냈지만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예상치못한 추가 급여와 주거지원금을 받게 된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기에 노무부대의 분대장을 맡게 된다. 이 곳에서 만난 옛 친구 멘델과 흰기러기라는 허접한 신문을 만들며 부대원들의 사기를 돋구지만 이로 인해 중대장의 심기를 거스르고 새로운 중대로 배치받게 되면서 그의 삶에 대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소련이 함락된다면 유럽의 어느 나라도 결코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유대인에게는. 최근 헝가리의 모든 선거에서 화살십자당이 득세했으니 이곳 헝가리도 분명 안전하지 못한 곳이 될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불혹실성 속에서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p109

 

전쟁이 터지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언드러시와 클러러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태어난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군대에 입대하게 되지만, 그녀와 아이는 그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던져준다.

 

신문에 따르면, 페케테헐미 체이드라는 장군이 패주하는 티토 유격대로 보이는 유대인 수천 명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해당 지역에서 피신한 난민들이 부다페스트로 흘러들어 끔찍한 학살 이야기를 전하기 시작했다. 도나우 강에 대포로 구멍을 뚫고 수면에 다이빙대를 설치한 뒤 유대인들을 발가벗긴 채 네 줄로 세워 기관총을 쏘아 물속에 처넣었다는 이야기였다. p180

 

모든 공부와 프로젝트들, 클러러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 모든 비밀들, 돈과 학교와 일과 먹을 것에 대한 모든 걱정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다니. 모든 것이 맥락을 잃고 의미를 잃었다. 작아지고 불가능해졌으며, 너무도 좁아서 삶을 받아들일 수 없는 공간에 쑤셔 넣어졌다. 하지만 오늘 일터로 가서 흙을 파고 형편없는 음식을 먹고 진창을 지나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는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거의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십억 마리의 동물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p294

 

전쟁은 참혹하게도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안락한 집과 음식들, 부모와 형제 그리고 친구들마저 하나둘 잃게 되었다. 작은 저항이나마 하게 만들던 패기어린 청년은 온대간대 없고, 그저 먹고 자고 싸고 일하는 벌레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전쟁속에서도 그가 미치지 않고 지탱하게 되었던 등불은 아마도 그녀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한 나라의 시민들이 다른 나라의 시민들을 죽이고, 빼앗기 위해 전쟁을 하는걸까?  전쟁은 지역과 시대를 떠나 처참하고, 비극적이고 불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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