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반짝반짝 추억전당포 _ 추억 맡아드립니다.

 

 

반짝반짝 추억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절벽 아래, 앞다다에 자리한 구지라 섬의 한쪽 구석에는 빨간색의 반질반질 윤이 나는 지붕에 옅은 크림색의 돌벽으로 세워진 앙증맞은 가게가 있다. 그 곳에는 'ㅊ ㅜ ㅇ ㅓ ㄱ 전당포'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이 가게의 주인은 마법사인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법사와는 다르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뽀족한 검은 모자를 쓰고, 파마한 것처럼 푸석푸석하고 구불거리는 머릿결, 매부리코에, 등이 굽고 지팡이를 짚은 그런 마법사가 아니다. 우선 망토색은 로즈핑그에 모다는 반다나같고 머리칼의 대부분은 반다나 속에 감춰졌으며, 양 귀 옆으로 늘어뜨린 머리칼은 동글동글 말려 있고 결정적으로 머리칼의 색은 반질반질 윤기나는 은색이다. 오똑하게 솟은 코에, 엄마보다도 젊어보인다.

 

"전당포라는 건 말이지, 네가 맡기는 것의 보관료로 돈을 지불해. 네가 맡기는 설 전당품이라고 해. 어렵니?"
"네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돈을 갚으면 전당품은 돌려줘. 하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전당품은 내 게 되는거야. 다시 말해 너는 더 이상 전당품을 돌려받을 수 없어." p16

 

추억전당포에서는 기억이 아닌 아이들의 추억을 산다. 그리고 추억의 소중한 정도에 따라 돈으로 교환해준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부분은 교환한 추억을 되찾으러 오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서 추억보다는 돈이 소중해져 그 소중한 돈으로 추억따위는 되찾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20살이 넘으면 추억 전당포의 기억들을 모두 잊어버리는 때문이기도 하다.

추억 전당포에 추억을 맡기는 아이들 모두가 행복한 추억만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메이의 경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전날의 싫은 추억을 안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는게 싫어서 추억을 맡긴다. 그 아이들에게 매일 상납해야 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내가 인간을 재미있어하는 까닭은 서로 마주 보면서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야. 갖가지 오해를 해. 예를 들어 하루토군은 어머니를 정말 싫어하지만, 어머니가 똑같이 하루토 군을 싫어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게다가 있잖아, 네가 나를 취재했을 때도 선생님이 오해했지? 그렇게 좀처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라면 이 파일을 보고 사실을 알아버리면 더 이상 인간으로 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p202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 요시노 마리코. 그녀의 글은 마치 마법사의 마법처럼 기분좋은 리듬감으로 다가온다. 인간관계에 전혀 연연하지 않고 인간의 희노애락을 구경하며 긴 평생의 지루함을 달래는 마법사, 작은 추억도 소중히 생각할 줄 아는 소년과 소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나의 어린시절은 어떤 추억들이 잠자고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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