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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 청조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인간성 실종의 시대... 위로가 필요한 날에는..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이기주 지음
"오늘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왠지 모를 공감의 멘트를 날려주는 책 제목 덕분에 눈길이 가게 된 책이다. 쓸쓸하게 낙엽떨어지는 가을도 아니고 봄이라 세상에는 초록잎의 새 생명들이 삐약삐약거리면서, 살자고 살아보자고 발버둥치며 올라오는데 왜이리 센치해지는지..
신문과 뉴스 그리고 인터넷을 온통 도배한 강간, 강도, 자살, 고발...고소...
삭막한 세상은 조정례작가의 소설[외면하는 벽]에서 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였지만, 요즘은 특히나 더 심한듯하다. 내가 나이가 들어 외로움과 쓸쓸함에 예민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기주 작가가 마주한 오늘은 내 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한때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소박한 삶의 흔적들을 남기고 싶었나보다. 수첩왕자라 불리던 경비아저씨,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이 자신의 몸에 문신을 그려가며 기억을 재구성하듯, 파편적인 기억을 그의 수첩 빼곡히 적어가며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로 여기기로 했지지.
다만 결심을 했다네.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 같은
소중한 것들은 절대로 잊지 말자고..."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행상을 하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할머니,
손자와 손녀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본인 쌈짓돈을 하시려나 생각했지만,
"할머니,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힘드시죠?
자녀분들은 용돈 안 줘요? 돈 모아서 다 뭐하세요?"
"응, 애들이 용돈 주기야 주는데, 내 힘으로 돈 많이 모아서 야채가게 하나 내고 싶어.
그래서 여기 나오는 거야.
죽기전에 사장 한 번 해보는 게 꿈이야. 꿈."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하루하루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할머니, 인생에 더 늦은 때란 없는 거다.
인생이란 오디션장에서 힘겨운 88만원 세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살아가는 한 청년은 어릴 적부터 가수가 꿈이었다. 그런 그의 꿈을 짓밟고 날려버린 것은 한 오디션장에서의 독설이었다.
"그 실력으로 가수가 되려고? 무대가 우습나요?"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심사위원들이 노래를 자르고 독설하는데 마치 로마시대의 검투사들 같더라고요."
"심사위원들은 저를 스타가 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불나방 중에 한 마리로 취급했어요.
곤충을 잡을 때 사용하는 잠자리채 같은 걸로,
제 꿈을 훔치고 낄낄거리며 조롱하는 것 같았어요."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지옥이 아닐까. 불행 뒤에 찾아온 행복이 더 가치있게 느껴지고, 서로를 믿지 못하고, 헐뜯고, 돈이 많거나 적거나, 지위가 높거나 낮거나 삶은 언제나 힘겨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