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 - 2천 년을 관통한 부의 공식
존 캠프너 지음, 김수안 옮김 / 모멘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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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엔 부자인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듯 하다. 주위에 세무직 공무원 친구가 몇 있는데 말을 들어보면 세금을 잘못 내서 환급받으러 온 사람들 중에는 억 소리 날만큼 환급받아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얘길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세금을 억 이상 내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이런 걸 봤을 때 예전에 비해 부자들이 많이 생긴 건 사실이다.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부자들이 많은데 세계적으로 봤을 때 부자들은 얼마나 많을까? 부자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부자의 단계를 넘어서 권력 위에 존재한다는 슈퍼리치들이 얼마나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의 규모와 함께 경제활동도 늘어남에 따라 세상 속에 존재하는 슈퍼 리치들이 권력 위에 올라서서 자신의 신분을 철처히 숨긴 채 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이 앞에서 언급한 슈퍼 리치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 이 책 《권력 위의 권력 슈퍼리치》에 모두 들어있다. 과거와 현재로 구분해서 과거 카이사르, 폼페이우스와 함께 로마 공화정 시대의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끈 크라수스 장군이 역사상 최초의 부동산 투자가였다는 사실부터 그리스 귀족을 지칭하던 말이던 ‘올리가르히’가 러시아의 신흥부호를 일컫는 말로 변하면서 세계의 슈퍼 리치 집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웃긴건 보리스 옐친의 비호를 받던 러시아 1세대 올리가르히(베레좁스키, 미하일 호도롭스키, 로만 블라디미르 구신스키)들이 옐친의 몰락과 푸틴의 등장으로 몰락되기에 이르고, 푸틴의 비호를 받는 2세대 올리가르히(푸틴의 지인들로 구성)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러시아의 정계를 장악해서 러시아를 계속 통치하려는 푸틴의 움직임이 얼마나 발 빠른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지금의 실리콘밸리을 만들어낸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등 IT계의 영웅들과 말 그대로 세계의 금융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과 ‘워런 버핏’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CEO들까지 세계의 슈퍼 리치들이 이 책에 모조리 등장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부자들은 자신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지만, 세계의 슈퍼 리치들은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권력의 도움 없이는 슈퍼 리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권력의 힘을 등에 업어야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슈퍼 리치들, 그렇다면 악의 근원처럼 보이는 슈퍼 리치들이 이 세상에 없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에서는 부호가 생겨나는 것은 경제적인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고, 슈퍼 리치들은 한 나라의 정부와 은행이 펼치는 정책과 철학에 따라 철새처럼 옮겨다니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런던과 싱가프로, 취리히에 슈퍼 리치들이 모여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자가 늘 승자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는 사라지고 왕조는 소멸되지만, 슈퍼 리치는 경제적.정치적 권력 보존과 평판 세탁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축재 방법에 관계없이, 분에 넘치는 업적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본문 35쪽 中)


2천 년 전부터 시작되온 부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부의 역사 속에서 슈퍼 리치들이 탄생했고, 앞으로도 많은 부호들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 하지만 권력을 좋아하고, 탈세를 즐기는 슈퍼 리치들의 탄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슈퍼 리치들이 탄생하는 걸 막을 순 없겠지만 권력과 결탁해서 경제를 뒤흔들고, 세금을 탈세하기 위해 조세회피처로 옮겨다니는 슈퍼 리치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슈퍼 리치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강화해서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슈퍼 리치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의 평행이론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새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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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 기이하거나 별나거나 지혜로운 괴짜들의 한살이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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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실에 화분을 키워서인지 거실 주위는 온통 톡토기들 세상이다. 잡으려고 치면 톡톡 튀면서 도망을 가는데 그 모습이 웃기기까지 한다. 썪은 나무를 좋아해서 화분 밑이나 화분 속 흙이 톡토기들이 사는 공동주택인 셈인데 처음엔 해충인 줄 알고 식겁했다가 나중에 인간에게는 해를 주지 않는 생물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지금은 본인과 같이 아파트에서 동거를 하고 있다. 한때는 이 톡토기들을 전부 잡으려고 꽤나 노력을 했었는데 지금은 화분의 낙엽들을 잘게 부숴서 화분 속에 있는 미생물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말을 들으니 요즘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살아가는 톡토기들이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 주변엔 인간과 공생하는 생물들이 참! 많다. 쌀 속에는 쌀바구미가, 책꽂이의 책들엔 책벌레인 먼지다듬이벌레가, 우리가 덮고 자는 이불엔 집먼지진드기가, 그리고 사람들의 피부에는 옴진드기가 피부 속에 알을 낳기 위해 피부 속으로 들어올 기회만 엿보고 있으니 정말 발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발칙해도 인간과 옛날부터 같이 살아왔기에 내보낼 수도, 그렇다고 내쫓는다고 해도 쫓겨나갈 녀석들이 아니다. 이런 발칙하고도 염치없는 녀석들을 속담과 버무려서 접시에 올려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에피타이저가 됐다. 권오길 셰프의 메인요리인 《발칙한 생물들》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 책《발칙한 생물들》이 우리말과 관련된 속담 책인 줄 알았을 만큼 책에서는 속담, 사투리, 우리말이 많이 나온다. 그러고 보면 책에서 권오길 선생의 말을 만들어내는 솜씨와 생물들의 특징을 잡아내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어쩜 이렇게 적시적소에 저런 속담과 방언을 쓸 수 있는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이 책 여기 저기에 실린, 그림으로 그린 삽화들도 이 책을 읽는데 즐거움을 준다. 옴진드기를 삽화로는 처음 봤는데 꼭 영화에서 나올법한 생김새에, 저런 모양을 가진 진드기가 인간의 몸에 기생하면서 알을 낳은다고 생각하니... 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들도 바로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상하게 하는 건 책벌레가 아니고 곰팡이란 사실, 고로 책방의 습기를 없애주면 책벌레는 자연적으로 없어진다는 중요한 정보를 알았고, 살인진드기로 알려진 작은소참진드기엔 0.5퍼센트만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서 걸려도 독감의 치사율(6%)과 비슷하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그리고 문어나 낙지에 달려 있는 동그란 것을 우리는 머리로 알고 있는데 내장이 든 몸통이니 다들 오해하지 마시길. 여기에 난폭하다고 생각했던 오소리의 재발견이라던지, 옛날 시조에 종종 등장하는 자규는 뻐꾸기가 아닌 올빼미를 닮은 소쩍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책치고 값지고 의미 없는 것은 없다 하지 않는가. 생물을 전공한 사람으로 나만 알고 넘어가기란 아쉽고, 죄스러운 일이라 낙명(落命)할 때까지 줄기차게 쓰고 또 쓸 참이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고, 많이 읽히지 않아도 좋다. 열렬히 읽어 주는 독자 한 사람만 있어도 써야 한다. 누에는 죽어서 실뽑기를 그친다고 하지.(10쪽, 책 머리말 中)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세상에 나쁜 생물은 없고 별난 생물만 있다는 권오길 선생의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생물들도 인간들처럼 살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음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내 주변의 생물들도 무심하게 지나칠 것이 아니라 자세히 관찰하면서 인간들과 공생하는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그들이 살 수 없는 세상이 오면 인간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갔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권오길 선생님의 바람처럼 건강 챙기시면서 오랫동안 우리들 곁에서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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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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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을 넘어서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하는 기형도의 시, 발람함 속에 감춰진 슬픔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신현림의 시, 시골소년의 순수함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는 김용택의 시...짧은 문장 속에서 강렬한 느낌을 주고, 그 느낌을 되새김질하면서 얻은 영감을 곱씹을 수 있다는 게 시가 주는 매력이자 본인이 시를 좋아하는 이유다. 많은 시인의 시를 읽어보진 않았지만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절망의 메시지가 좋고, 마지막에 가서 내 마음을 흔드는 울림이 좋다. ‘즐거움’이라는 가면을 쓰고 슬픔이나 공허함은 숨긴 채 행복하게 노래하는 삐에로를 보면 시인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의 몸속에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데 갈 조국은 없고, 말하고 싶은데 그의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다. 저 바다만 건나면 갈 수 있는 곳을 그는 갈 수 없다. 내 조국을 총과 칼로 짓밟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고통 또한 그가 짊어지고 가야할 역사이고, 삶이다. 재일조선인의 2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을 서경식 시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책의 글들엔 이산(離散)의 아픔을 간직한 디아스포라의 슬픔도 있고, 조국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들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늬만 조선인이라는 슬픔을 간직하면서 살아온 그를 지탱해준 것은 시와 문학이었다. 시를 통해 저항했고, 시를 통해 그리워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리움이 《시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루쉰의 절망에 가득찬 시들 속에는 앞이 보이지 않은 암흑이 우릴 가로막을지라도 그 깜깜한 어둠을 향해 걸어가게끔 만드는 희망이 들어 있고, 정치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도 그 갈등 너머에 있는 경험을 통해 시를 쓰고자 하는 열정이 시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렇다. 시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희망이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줄기의 빛을 찾고, 루쉰의 시에서 감동을 받은 나카노 시게하루처럼 나라마다 정치적으로 얽혀있는 문제들이 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안중근 의사의 마음을 헤아린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코코아 한 스푼>이라는 시에서 한 테러리스트의 마음을 헤아린 것처럼 말이다.


시란 무엇인가? “서정시 형태의 정치적 태도 결정”이란 무엇인가? 지금도 나는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 길이 그곳으로 뻗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아무 데로도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걷는다는 것.(...중략) 생각하면 이것이 시의 힘이다. 말하자면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다.(본문  109~110쪽 中)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그 역사적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 그 역사적 진실 속에 많은 것들이 희생됐지만 시詩 만큼은 시대의 폭력에 저항하면서 절망의 시대에 희망의 빛을 안겨준 고마운 존재였고, 지금도 많은 시들이 절망에 빠진 마이너리티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소외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지금의 시대에서 시가 주는 힘은 더 클 것이고, 그 힘은 바로 시대적 상황을 보면서 침묵하지 않는 시인의 손에서 나오는 만큼 많은 시인들의 분발을 바란다. 덧붙여 서경식 시인의 이 책《시의 힘》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이정표의 역할이 되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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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 여운형 평전 - 진보적 민족주의자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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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완전히 뒤바뀔 사건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이성계와 조민수의 합작품인 ‘위화도회군’을 들 수 있다. 과연 그들이 위화도에서 개경으로 회군하지 않고 요동정벌을 위해 계속 진군했더라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남과 북으로 갈리지 않아서 6.25 전쟁도 발발하지 않았더라면? 마지막으로 몽양 여운형이 암살당하지 않아서 이승만을 밀어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떻게 됐을는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본인 생각으론 앞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발전하는 방향으로 천지개벽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강한 국격으로 동아시아를 호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몽양 여윤형 선생을 지칭할 때 진보적 민족주의자란 말을 사용한다. 다소 아리송한 표현이다. 진보면 진보고, 보수면 보수, 민족이면 민족이지 진보적 민족주의자란 표현이 생소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좌와 우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도량을 가진 분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가 살아온 행적을 보면 왜 진보적 민족주의자인지 더욱 확실해지는데 식민지 시대엔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요, 시대적 불의을 못 참는 민중의 지도자였다. 이뿐 아니라 신문사 사장을 지낸 언론인에, 해방 후에는 이승만과 김구로 서로 분열된 좌익과 우익의 합작을 위해 김규식 등과 함께 좌우합작위원회를 조직해서 좌우합작운동을 전개한 민족주의자였던 것이다. 그의 이런 이력 속에서 진보적 민족주의자란 말이 여운형 선생과 묘하게 맞아떨어짐을 느낀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의 평전을 주로 써온 김상웅 선생의《몽양 여운형 평전》은 ‘평전’이라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여운형이라는 인물의 일생과 그 업적에 대한 기록이다. 1885년 경기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 누군가에 의한 11번의 테러 시도 끝에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암살당한 여운형 선생의 비운의 흔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가 보다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서 기술된 책이기에 딱딱한 부분이 많지만, 시간적 구성에 따라 재현된 부분들을 읽어가다 보면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재미가 있다는 점도 평전이라는 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라고 본다.


3. 민족반역자, 친일파, 등 일제잔재와 독점자본가, 모리배, 간상패, 악덕지주, 불로유학의 특권계급 등 봉건잔재를 숙청하고, 그 정치적 대변기관과 모든 형태의 파시스트 반동파의 책동을 격파하는 데서만 민주통일적 임시정부의 수립이 보장된다. (본문 341쪽 中)


위의 글은 몽양 여운형 선생이 암살 직전 근로인민당(여운형이 마지막으로 만든 진보정당) 중앙위원회에서 발표한 <8대유훈>중에서 3번째의 글인데 읽고 나니 가슴 한쪽이 뻥하고 뚫린 기분이다. 비단 이 부분만 아니라 1번부터 8번까지의 <8대유훈> 모두가 주옥 같은 글이다. 이 <8대유훈> 속에서 몽양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고, 미래에 어떤 삶을 계획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때 그가 암살당하지 않고, 이승만에 맞서서 대통령이 되었다면 아직까지 친일파와 특권계급에 휘둘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보지 않았을거란 생각이다. 


올해로 여운형 선생이 암살당한 지 68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이라는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암살범의 총탄에 쓰러진 몽양 여운형 선생, 좌와 우를 넘나들며 친일파라는 오해와 함께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에서 진보적 민족주의자라는 새로운 애칭까지 얻은 그였지만, 조선의 자주 독립과 좌우합작의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그의 마지막 목표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나 그가 우리에게 남긴 진보적 민족주의는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그는 비록 우리들 곁을 떠났지만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한 그 마음 만큼은 우리들 곁에 영원히 남아 대한민국의 정치적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해줄 거라고 본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도 몽양 여운형 선생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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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창조자들
이남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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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돈 버는 일도 아니요, 밥 먹는 일도 아닌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어린왕자, 그 어린왕자는 돈을 벌고, 밥을 먹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혹자들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어린왕자에게는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게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 지구상에 자신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한 번쯤은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 다양한 대답들 속에 우리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깐...


사람의 마음을 잡는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사람의 마음은 순간순간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을 한마디의 말로 사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 《메신저》에 들어가 있다. 세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의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 아니 우리 전체의 마음을 움직인 이야기들이 이 책 《메신저》의 주된 이야기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들인 메신저들의 이력도 다양하다. 전, 현직 대통령에서부터 내로라하는 CEO, 종교인, 한 나라의 정신적 지배자와 인권운동가, 그리고 회사의 홍보 담당자들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들이 전한 메시지로 인해 여러 사람들의 꽁꽁 얼었던 마음이 눈 녹듯 풀렸고, 울분과 억울함이 용서와 화해의 장으로 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러 메신저들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메신저는 이 책의 제일 첫 장에 나오는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였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 나치들에게 가장 큰 희생양이었던 폴란드 국민들, 그들의 마음 속에 독일은 내 가족들을 죽인 원수이자 복수의 화신으로 기억될 만큼 그 한이 가슴속 깊이 응어리져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 국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바르샤바에 있는 유대인 유령탑을 찾은 빌리 브란트 총리는 유령탑에 묵념을 하고 난 후, 무릎을 꿇는 행위를 통해 폴란드 국민들에 진정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폴란드 국민들 마음 속에 남아 있던 응어리를 한순간에 없애버렸다. 한 나라의 수장이 다른 나라에 가서 무릎을 꿇는다는 의미를 상상해본다면 빌리 브란트 총리의 무릎을 꿇은 진심어린 사죄는 한 사람의 사죄가 아닌 독일 국민 전체의 사과였으며, 이 사과를 폴란드 국민들은 사심없이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빌리 브란트 총리는 1년 뒤 유럽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게 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된다.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은 그녀를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TV 토크쇼 사회자로 알고 있지만,  과거에 그녀가 사촌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그녀에게는 평생 고통과 아픔으로 기억될 과거의 상처들을 TV 토크쇼를 진행하는 중에 고백을 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은 오프라 윈프리, 이 고백을 계기로 그녀는 약자의 편에 서서 약자들을 대변하는 메신저가 되었고,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치유하는 힐러(Healer)이자 신의 말을 전하는 선지자(prophet)라 부르고 있다.


메신저는 이렇듯 ‘빤해 보이는 상황’에 뛰어들어 층격과 반동(反動)의 메시지를 전파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결말의 물줄기를 바꾼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결집하여 현실을 변화시키는 물리적인 힘으로 전환시킨다. 이처럼 메신저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상황을 후세의 사람들은 ‘변화’라고 말하고 ‘혁신’이라고 평가한다.(본문 20쪽 中)


그렇다면 메시지는 유명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도 충분히 우리만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메시지의 전달 법칙처럼만 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어 보인다. 총구에서 나오는 탄환처럼 메시지를 격발(Trigger)해서 계속헤서 그 메시지를 연상(Remind)시키고, 마지막에 가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Diffusion)시키면 된다. 이 T.R.D. 법칙을 회사나 소통이 필요한 집단에서 활용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부단한 노력과 연습을 통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그 메시지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신저로 거듭날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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