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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양 여운형 평전 - 진보적 민족주의자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완전히 뒤바뀔 사건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게 이성계와 조민수의 합작품인 ‘위화도회군’을 들 수 있다. 과연 그들이 위화도에서 개경으로 회군하지 않고 요동정벌을 위해 계속 진군했더라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남과 북으로 갈리지 않아서 6.25 전쟁도 발발하지 않았더라면? 마지막으로 몽양 여운형이 암살당하지 않아서 이승만을 밀어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됐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떻게 됐을는지... 결과론적인 이야기라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본인 생각으론 앞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발전하는 방향으로 천지개벽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강한 국격으로 동아시아를 호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몽양 여윤형 선생을 지칭할 때 진보적 민족주의자란 말을 사용한다. 다소 아리송한 표현이다. 진보면 진보고, 보수면 보수, 민족이면 민족이지 진보적 민족주의자란 표현이 생소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좌와 우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도량을 가진 분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가 살아온 행적을 보면 왜 진보적 민족주의자인지 더욱 확실해지는데 식민지 시대엔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요, 시대적 불의을 못 참는 민중의 지도자였다. 이뿐 아니라 신문사 사장을 지낸 언론인에, 해방 후에는 이승만과 김구로 서로 분열된 좌익과 우익의 합작을 위해 김규식 등과 함께 좌우합작위원회를 조직해서 좌우합작운동을 전개한 민족주의자였던 것이다. 그의 이런 이력 속에서 진보적 민족주의자란 말이 여운형 선생과 묘하게 맞아떨어짐을 느낀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인물의 평전을 주로 써온 김상웅 선생의《몽양 여운형 평전》은 ‘평전’이라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여운형이라는 인물의 일생과 그 업적에 대한 기록이다. 1885년 경기도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그 누군가에 의한 11번의 테러 시도 끝에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암살당한 여운형 선생의 비운의 흔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가 보다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서 기술된 책이기에 딱딱한 부분이 많지만, 시간적 구성에 따라 재현된 부분들을 읽어가다 보면 금방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재미가 있다는 점도 평전이라는 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라고 본다.
3. 민족반역자, 친일파, 등 일제잔재와 독점자본가, 모리배, 간상패, 악덕지주, 불로유학의 특권계급 등 봉건잔재를 숙청하고, 그 정치적 대변기관과 모든 형태의 파시스트 반동파의 책동을 격파하는 데서만 민주통일적 임시정부의 수립이 보장된다. (본문 341쪽 中)
위의 글은 몽양 여운형 선생이 암살 직전 근로인민당(여운형이 마지막으로 만든 진보정당) 중앙위원회에서 발표한 <8대유훈>중에서 3번째의 글인데 읽고 나니 가슴 한쪽이 뻥하고 뚫린 기분이다. 비단 이 부분만 아니라 1번부터 8번까지의 <8대유훈> 모두가 주옥 같은 글이다. 이 <8대유훈> 속에서 몽양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고, 미래에 어떤 삶을 계획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때 그가 암살당하지 않고, 이승만에 맞서서 대통령이 되었다면 아직까지 친일파와 특권계급에 휘둘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은 보지 않았을거란 생각이다.
올해로 여운형 선생이 암살당한 지 68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이라는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암살범의 총탄에 쓰러진 몽양 여운형 선생, 좌와 우를 넘나들며 친일파라는 오해와 함께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사이에서 진보적 민족주의자라는 새로운 애칭까지 얻은 그였지만, 조선의 자주 독립과 좌우합작의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그의 마지막 목표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나 그가 우리에게 남긴 진보적 민족주의는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그는 비록 우리들 곁을 떠났지만 민족을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한 그 마음 만큼은 우리들 곁에 영원히 남아 대한민국의 정치적 뿌리를 더 튼튼하게 해줄 거라고 본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들도 몽양 여운형 선생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