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허쉬 허쉬허쉬 시리즈 1
베카 피츠패트릭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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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의 무한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학원 로멘스 판타지 소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간만에 읽어서 그런지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학원물에 로맨스, 거기다가 판타지라는 삼박자가 잘 갖춰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진도 나가기가 어려웠던 소설, 『허쉬허쉬』.

책을 다 읽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 이전에 나온 흥미위주의 소설로 인해 내 식성이 변해서인지 너무나도 재미를 추구했고, 소설의 줄거리가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나 나름대로의 해석과 더불어 허쉬허쉬를 쓴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여하튼 허쉬허쉬는 나에게 그리 만만한 소설이 아니었다.

 

책의 제일 첫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하느님께서는 죄지은 천사들을 용서 없이 깊은 구렁텅이에 던져서 심판 때까지 어둠 속에 갇혀 있게 하셨다.

(베드로서 Ⅱ 2장 4절, 본문 6쪽)

 

한마디로 하느님은 죄지은 천사들을 날마다 범죄가 끊이지 않는 지구에 보내셨고, 한 타락천사와 고등학생인 평범한 소녀가 이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중심인물인 것이다. 날개를 뜯기고 추락한 타락천사 ‘패치’와 평범한 고등학생인 ‘노라’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 『허쉬허쉬』. 과연 패치는 타락천사의 모습을 벗어 던지고 하늘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타락천사이면서 나쁜남자 콘셉트로 나오는 패치가 노라를 만나면서 추락천사가 노라의 수호천사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사건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는 소설이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강한 걸 맛보게 되면 더 강한 자극을 줘야지만 더 큰 만족을 느끼듯이 판타지 소설도 한 번 큰 재미를 느끼면 더 큰 재미를 느껴야만 “야! 이 소설 재미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허쉬허쉬』는 베일에 감춰진 패치와 그 패치에게 왠지 모를 호감을 느끼는 노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위험에 처한 노라를 수호천사가 되어 구해주는 패치의 활약상 이외에는 별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는 소설이었고, 이로 인한 평이한 소설이 되어버린 『허쉬허쉬』는 내게 큰 만족을 주지는 못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나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건 사고들, 그리고 미스터리한 주변 인물들과 마지막 결론 등은 판타지 소설이 갖는 특징적인 요소였다고 본다.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사람마다 해결하는 방식도 여러가지이다.

직접 해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허쉬허쉬』에 나오는 패치처럼 나만의 수호천사가 내게 처한 어려운 일들을 모두 해결해줄 수도 있다. 물론 마지막의 방식은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 세상에 나를 지켜주는 패치같은 존재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면서...

무수히 많은 판타지 소설 중에서 『허쉬허쉬』가 갖고 있는 매력을 여러분도 한 번 찾아 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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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calling - 빅마마 이지영 터키 소나타
이지영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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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마 이지영이 들려주는 무지개빛 터키 소나타

 

 

몇 해 전 한 여자와 헤어진 후 줄곧 들었던 노래가 빅마마의 노래였다.

분위기가 좋아서, 가슴 절절이 울려퍼지는 노랫말이 좋아서 그녀들의 음악에 흠뻑 취했었던 나.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빅마마의 노래들은 그 당시 힘들어하는 나의 이곳 저곳을 어루만져주는 처방전이었으며, 외로웠던 나의 손을 살포시 포개어준 친구같은 존재였다. 외로울때나 적적할 때 지금도 그녀들의 노래를 가끔 듣는데 들을수록 내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앨범처럼 추억의 향기들이 내 마음 여기 저기를 흔들어 놓는 걸 보면 빅마마의 노래들은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에겐 형제의 나라이자 우방의 나라로 잘 알려진 터키, 하지만 터키하면 막상 떠오르는 게 빨간색 바탕에 반달 모양의 국기 이외에는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이걸 대신하기라도 하듯 빅마마에서 중저음의 베이스같은 역할을 담당했던 이지영씨가 <EBS 세계테마기행> 팀과 함께 터키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터키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부터 터키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산케이프, 그리고 우리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빵집 아저씨 등 터키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기록들을 이지영씨의 감성으로 엮어낸 책이 빅마마 이지영의 『콜링 CALLING』이다.

 

목마른 자,

떠나라.

사랑에 뛰어들라.

 

메말라 부서지기 전에

증발돼 사라지기 전에 (본문 74쪽 中)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녀의 감성적인 기록들에 한 번 취하고, 그녀가 밟은 흔적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무지개빛 소나타에 또 한 번 취하게 된다. 터키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외로움들은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이 대신해주고, 여행하면서 느낀 기쁨과 슬픔들은 빅마마의 3집인 CALLING을 들으며 여행에 대한 여운을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된다. 또 터키의 황량한 길을 걸을 땐 양방언의 ‘이름 없는 바람’이 친구가 되어주고, 터키의 한적한 도시를 산책할 때면 루시드 폴의 노래가 내 팔짱을 끼고 같이 걷고 있다. 이처럼 터키를 여행하면서 그녀가 들려주었던 노래들은 한 곡 한 곡이 마치 사막에서 찾아낸 오아시스처럼 내 귀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터키란 나라를 여행하고 난 후의 흔적들을 감수성이 풍부한 여가수가 적어 내려간 『콜링 CALLING』

거기에 그녀가 불러주는 무지개빛 소나타와 함께 하니 미지의 세계를 여행한다한들 그 무엇이 두려울까?라는 생각과 함께 벌써부터 내 마음은 배낭속에 무엇을 넣어 떠나 볼까?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고, 며칠 전 부터 내린 비가 촉촉하게 마음을 적시는 어느 더운 여름날에 그녀의 책이 내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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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미스터리 -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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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625)의 풀리지 않는 5대 의혹을 샅샅이 파헤치다

 

 

모두가 잠든 새벽 탱크와 총, 칼로 무장한 북한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을 넘어 불법 남침한 6.25 전쟁, 그리고 6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후, 그때 일어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한민족이었던 대한민국을 일본군의 무장해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과 구소련은 대한민국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았고, 콩고물이라도 얻기 위해 그 뒤를 지원했던 중국, 과연 이들 나라의 진짜 목적이 일본이라는 나라를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한민국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것일까? 아님 다른 속셈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대한민국은 약소국이라는 멍에와 함께 강대국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이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들의 의도가 궁금해지는 건 지금의 대한민국이 더 강하고, 더 발전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6.25 전쟁이지만 역사의 심판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진리가 지금까지는 무색한 말로 들린다.

그도 그럴것이 6.25 전쟁엔 풀리지 않고 있는 미스터리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중요한 건 누구 하나 나서서 풀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을 배후조정했던 소련의 참전이나 38선을 만든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6.25 전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미국이 그 당시에 늘리면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행동했던 아이러니한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유엔군의 동참으로 남침했던 북한를 무찌르고 북진해서 저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고 남한 중심의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상황에서 아무리 중국이 개입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했기에 오히려 서울까지 내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등등 6.25 전쟁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로 가득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는 거 자체가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 투성이의 6.25 전쟁이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을 수 있었다는 거에 만족한다. 더욱이 이 책이 10년 전에 나왔다는 사실에 이 책의 저자이신 이희진 교수께 감사할 뿐이다. 의문 투성이인 6.25 전쟁의 미스터리들을 조목조목 반박해가며 누가(Who?) 보다는 왜(Why?) 그래야만 했는지를 깊이 연구한 그의 노고에 감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남긴 그의 말은 많은 것을 깨닫게 만든다.

 

역사학계에서 현대사가 긍정적인 시선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전문가들 상당수가 역사적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보다 편을 갈라 자기 쪽에 유리한 논리를 주장하는 일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학자라는 사람들이 학문분야에서까지 자기 측에 유리한 논리 개발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진실을 밝혀보고자 촉구해 가지고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는 상황이 된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려 한다.(255쪽)

 

지금 동해해서는 미국 항공모함까지 동원된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훈련에 일본 자위대 장교들도 동참해 훈련과정을 참관한다고 하니 북한, 중국, 러시아만 모이면 6.25 전쟁의 주요 국가들이 전부 모이는 셈이 되는데 정말 전부 모여서 60년 전에 일어난 6.25 전쟁의 진짜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이들 국가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묻고 싶은 심정이다. 왜! 대한민국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았는지, 지금까지 남과 북에 편에 서서 편가르기를 하는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지금의 한반도를 제2의 화약고로 만들려는 속셈이 무엇이냐고 되묻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되묻기에 앞서 잊지 말아야 할, 잊어서는 안될 6.25 전쟁이 대한민국의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 아쉬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 책이 그 아쉬움을 대신해 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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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전략 - 금융을 꿰뚫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천즈우 지음, 조경희.한수희 옮김 / 에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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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거史와 현재를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과 거대 중국 국부론의 실체를 밝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고 싶다고 말을 한다.

돈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지수의 첫째 조건이 되었고, 돈많은 사람이 배우자로 우선시되는 사회풍조가 만연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런 돈이 잘 쓰면 약이 되고 행복해지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어 나의 목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은 외환보유고의 관리 실패로 IMF라는 경제 공황을 겪었고, 얼마 전에는 OO시가 5,200억이라는 부채를 상환하기 힘들다며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 뿐이던가? 개인적으론 돈의 노예가 되어 파산과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하니 돈이란 존재는 참! ‘천사의 탈을 쓴 악마’라고 표현되도 무방할 듯 하다. 그렇다면 이런 악마의 탈을 쓴 천사같은 돈을 잘 활용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정말 돈을 잘 쓰는 레시피가 있긴 한 걸까?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계 경제학자인 천즈우가 쓴 『자본의 전략』이란 책은 개인을 넘어선 국가들이 어떻게 하면 자본을 잘 굴리고 활용해서 최악의 상태인 국가 부도사태를 막을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해 논 책이다. 국가적으로는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현실의 비교를 통해 지금의 치열한 경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개인적으론 지금의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의 불투명한 미래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천즈우 교수는 우리의 상식과 빗나간 독특한 논리를 펴고 있다.

부자 정부는 반드시 부패하고, 빚더미 정부는 민주와 법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말이 안될 거 같지만 1600년대 나라들을 예로 들면서 중국, 인도, 투르크 제국은 그 당시 많은 돈을 축적해 논 나라들이었고,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은 빚을 산더미처럼 안고 있었던 나라들이었는데 400년이 지난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1600년대 빚더미에 앉았던 나라들은 선진국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의기양양하게 세계 경제를 주름잡고 있고, 많은 돈을 축적했던 나라들은 돈에 헉헉거리며 아직도 개발도상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천지우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라에 돈이 많을수록 그 나라의 국왕과 황제들은 예외없이 강도 높은 전제정치를 펼쳤고, 그 영향으로 정부는 부정부패와 독재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빚에 찌든 나라는 어떻게 해서든지 빚을 갚기 위해 국민들에게 세금을 납부시키고 정부 권력을 체감하는 방법으로 빚을 갚아 나가야만 했기에 왕권은 약화되고 부수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와 법규들은 자연스레 발전했다는 것인데 이런 천즈우 교수의 발상이 독특하면서도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에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의 금융 경제가 휘청거린지도 3년이 넘었다.

암흑과도 같았던 세계의 경제가 지금에 와서는 약간이나마 풀렸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2, 제3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언제, 어디에서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천즈우 교수가 말하는 돈을 잘 굴려야 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이지만 그건 개인의 문제에 국한된 것일 뿐, 한 국가에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건 국가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도 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돈은 잘 사용해야 하고, 현 금융시장을 냉정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하며, 국가가 해야 할 일, 개인이 해야 할 일은 서로 간의 약속임과 동시에 한 나라를 건강하게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임을 우리 모두가 주지하길 바라면서...

지금처럼 불안정한 세계 금융시장에서 세계 제일의 인구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중국의 과거와 현재의 자본발전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대한민국도 천즈우 교수가 말하는 『자본의 전략』을 지금 세워야 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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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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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 숨겨진 ‘추억’과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가 외로움이 밀려들 때쯤 고이 펼쳐서 조근조근 곱씹어보는 그리움.

그 그리움이 요즘은 점점 메마르더니 이젠 저 바다 수평선 뒤로 꽁꽁 숨어버린 듯 하다.

키가 크다 못해 곧 쓰러질 거처럼 하늘과 맞닿아있는 빌딩들 사이로 매캐한 매연을 내뿜으며 서로에게 질세라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그리고 검은 먼지로 화장을 한 은행나무의 애처로운 모습들에서 느낄 수 있는 건 메마르다 못해 말라버린 황량함뿐이다. 다 허물어져가는 판자집이라도 참나무를 때고 있는 굴뚝엔 하얀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부엌에선 옥수수와 고구마가 익어가며, 마당 큰 평상엔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무수히 많은 별들을 보며 각자의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런 정겨움이 요즘 들어서 그리워지는 건 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테고, 세월이 흘러간다는 증표일 테지만 그래도 난 그런 정겨움과 아련함이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움이고 황량한 사막속에서 견딜 수 있는 오아시스의 물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못해본 것들을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리움의 발견』이란 책을 통해 저마다의 사람들속에 숨겨져있는 ‘그리움’이라는 추억을 찾아냈다. 4인의 문인들을 통해 그들이 저 멀리에 숨겨논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즐거움과 그 즐거움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계절의 변화를 통해 일상생활의 소소함을 기록한 오정희 소설가의 글에서는 엄마! 하고 부르면 금방 어디서 나오실 것만 같은 그런 고향의 어머니를 만난 거 같은 반가움이 엿보였고, 냄새를 좋아하고 바닷가의 짭조름한 바닷물같은 글을 쓰는 곽재구 시인의 글에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면서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인 그리움과 우리의 단조로운 생활에서 무심코 넘겼었던 그리움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머니의 왼손 넷째 손가락의 첫마디는 눈에 띄게 휘어져 있다. 다 자란 뒤 나는 그것이 열일곱 살 처녀 시절 두 살 위인 오빠가 폐결핵으로 숨을 거둘 때 마지막 회생의 방법으로 단지를 했던 흔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어머니가 얼마나 무섭고 독한 사람인가 진저리를 치며 평소의 지나치다 싶은 참을성, 단정함, 부드러움 따위가 실은 속 깊은 강함의 의미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65쪽)

 

또,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주는 기쁨을 사랑하는 고재종 시인의 글에선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는 자연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 고향이 내어주는 정겨운 향기를 사랑하는 이정록 시인의 글에서는 고향에서 살아 숨쉬고 계시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 동생 등 가족들의 살아있는 숨소리를 느낌과 동시에 그가 써놓은 글들이 마치 현실이 되어 눈앞에 보여지는 신기루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억새꽃을 볼 때마다 산신 할아버지의 흰 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흰 붓으로 써 놓은 시화(詩畵)들이 뭉게구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에 써 놓은 억새꽃의 문장이 비가 되어 바다에 내리면 흰 거품 일렁이는 파도가 될 겁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흰 눈으로 쏟아질 겁니다. (250쪽)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을 좋아하고,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좋아하지만 지금의 각박한 세상에서는 이런 호사를 누릴 수가 없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상대방을 이겨야만 내가 살 수 있는 큰 원형 경기장 안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와 야유를 들으며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전사(戰士)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각박한 생활 속에서 내 안의 그리움이나 추억을 꺼내보는 게 사치라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그 사치가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기에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건 높디높은 빌딩과 매연으로 치장한 나무뿐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겐 어머니 품과 같은 고향이 있고, 나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버지처럼 모든 걸 내어주는 자연이 있어서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우리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해보면서.....

오늘은 나도 새들이 노래하고 아름드리나무가 춤을 추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거닐며 내 안에 찌든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를 훌훌 털어버리고, 내 마음속 고이 접어둔 ‘그리움’ 이라는 추억과 함께 자연이 내어주는 품에 한번 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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