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가능성 - 나에게로 돌아오는 그림 독서 여정
조민진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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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간 기자로써 오늘을 살아온 작가는 언론계를, 현장을 떠났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여, 안녕.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 먹는다.

 

스스로 택한 선택을 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과정은,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하라 하지만, 젼혀 다른 길 앞에서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작가는 마치 현장 점검을 하듯

도구를 가지고 자신을 들여다본다. 서른 두 권의 책과 서른 일곱점의 그림이라는 도구로.

 

나라는 사람을 감싸안은 문장과 그림에 스며들며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내일의 나의 가능성을 스스로 생각한다. 나 또한 함께 생각하게 된다.

 

책과 그림 속 닮은 생각엔 ‘맞아 맞아’ 하는 추임새와 함께 다양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책과 그림 속 미쳐 발견 못한 생각엔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다시’ 하며 찾아 펼쳐보았다.

혼자 여도 괜찮은 시간, 이미 지나간 과거를 반추해보는 시간, 재미와 의미를 새롭게 건져보는 시간, ‘와라 내일이여’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시간, 읽는 행위 자체 보는 행위 자체로 시간을 잊은 시간. 그런 시간을 보냈다.

 

‘혼자여도 괜찮아’

‘혼자여서 너무 좋아’ 외칠 수 있는

고독한 독서가가 된 듯

멈추고 생각하고,

멈추고 문장을, 그림을 곱씹어 보고,

멈추고 곁의 누군가든 이야기를 나누는 산책과도 같은 독서를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추억하기 좋은 날

슬퍼도 걷는다

새로운 내일

 

노자와 히사시의 <연애 시대>와 짝은 이뤄 소개 한 그림 웨인 티보의 <두 개의 도넛>.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을 이해하게 되었다.

 

티보가 그린 <두 개의 도넛>을 보노라니 마치 두 주인공, 리이치로와 하루가 함께 있는 것 같다. 도넛으로 대변된 인간의 추상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티보의 화집에는 “티보의 디저트가 유난히 뇌리에 남는 이유는 이런 실질적인 이미지들이 근본적인 추상의 형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론이 실려있다. (중략)

1962년 뉴욕 현대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이 소장됐을 때, 티보는 ‘시대마다 그 시대만의 정물을 만들어낸다’라는 말을 남겼다. 티보는 시대를 반영하는 일상의 오브제를 그림으로써, 결국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P41

 

‘시대마다 그 시대만의 정물을 만들어낸다.’ – 웨인 티보

눈을 들었을 때, 동시에 읽고 있었던 <안나의 토성>(마스다 미리, 이봄)의 표지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에는 도넛과 교복 입은 소녀가 그려져 있다.

딸은 “엄마, 제목이 잘못되었어. 안나의 토성이 아니라 안나의 도넛 아냐?”라고 물었다.

 

웨인 티보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마스다 미리 역시 웨인 티보처럼 각자 마음 속에 담긴 사춘기 시절의 실질적인 이미지를 추상의 형태로, 도넛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동시에 나의 사춘기 시대를 반영하는 오브제를 무얼까 하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나는 ‘그네’. 밤의 모래사장처럼 펼쳐진 모래 놀이터 위의 앞 뒤로 흔들리는 두 개의 그네였다.

전진과 후진, 시계처럼, 메트로놈처럼 흔들리는 그네. 나를 싣고 친구를 싣고, 서로 주절거리며 노랫말이든, 학교 생활이든, 책 속 인물 이야기 든, 다양한 고민이든 공기 중으로 실어버릴 수 있는 그네. 과감히 발을 내리거나, 몸을 던져 버리거나, 방향을 틀어 뱅글뱅글 돌거나, 지금은 할 수 있는, 그때는 주저했던 과거와 현재의 나를 생각했다.

 

괴테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했다. 지금 올라있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뛰어내려 방황하더라도 노력해보기로 한다. 레이트 블루머가 겪는 성장통일 것이다. 이제는 나를 옮겨 심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든 더 새로운 자신을 상상할 자유가 있다. 궤도를 수정했다면 또다른 길을 그려야 한다. 뭐가 됐든, 최고의 운명을 찾아가는 길이다. P257

 

책으로 그림으로 사유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하며

삶의 정원을 가꾸는 일, 완벽한 시작이 아니여도 괜찮아,

하면서 나무심는사람처럼 해 볼만한 기대되는 내일,

내일의 가능성의 문을 여는 책이다.

 

P.S :

나의 그림은 윤석남 작가님의 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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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 친구
이자벨라 팔리아 지음, 파올로 프로이에티 그림, 김지연 옮김 / 이야기공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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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상자를
떠올린 그림책이었다.

평화로운 숲속에 상자 하나.

동물들은 호기심이 다가온다.
무엇이든 들어갈 만큼 큰
꼭꼭 숨어도 될 정도의 상자.

호기심과 의문이 가득한 동물들은
상자에 말을 건다.

"반가워"
"밖으로 나와"
"그곳에만 있기엔 날이 너무 좋아."

상자는 소리지른다.
"싫어"

나의 호의를 거부의 말.
나의 마음을 닫거나
상대의 마음을 걷어찰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숲속동물들은 달랐다.

"밖으로 나오기 싫은가 봐.
도대체 왜 그럴까?"

동물들은 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너머의 나는
동물들이 궁디팡팡 할 정도로 대견하면서도
동물들을 쓰담쓰담 해주고플 정도로
울컷했다.

아파 본 사람만이 알고 있는 증상
앓고 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상황

이 귀엽고 귀여운 동물들이
홀로 겪어 낸 그러나 남아있는 상흔이
보여서일까?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숲속 동물들
포기 말고 한 포기의 가능성을 심는
숲속 동물들

상자 속 친구를
강제로 꺼내는 것이 아닌
상자 속 친구 곁에
있어주는 마음과 행동 속에

아이와 나
나와 나
나와 사람들을 생각했다.

우린 안아주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괜찮니?"
"다행이야" 두 마디와
따스한 품만 준비하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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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두더지한테 아무도 관심 없어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남동완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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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없어보이는
인싸가 되고픈 아싸 두더지를 따라
정글을 누볐다.

하마 고릴라 홍학 뱀 말코손바닥사슴
악어와 악어새를 바라본다.

두더지의 눈은 그들을 쫓는다.
그러나 눈과 머리만 쫓고,
몸은 지금 여기에 있다.

행복의 now here가 아니라
내자리의 no where의 이유를,
결론을 스스로 정의 내린다.

답정두(답을정해놓은두더지)
"아무래도 잘 뭇 왔나 봐"
"나는 왜 되는 일이 없지?"
"나한테는 아무도 관심이 없어?"

두더지의 한 걸음을 생각한다.

두더지는
제 발로 왔다. 어디로? 정글로.

정글을 관찰한다.
함께 할 이들을 쫓아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갔더라면 어땠을까?

두더지만큼
정글 친구들도 자기 삶을 산다.
자기 할 일을 하고, 자기에 집중하고,
침묵하기도 하고, 그게 제 모습이다.

세상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실제 나만 보는 건 나 자신.

두더지를 보며
상대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나를
돌아본다. 내가 기대한 만큼
상대에게 해 줄 수 있는 나와
그 후 나와 상대의 마음을 생각한다.

보통의
우리는 아싸도 인싸도 아닌 그럴싸.

그럴싸한 인생.
더욱 그럴싸하게 빛낼 수 있는
함께하는 혼자가 되어야겠다.

한발 더 성큼.

남이 날 보아주길 바라는게 아닌
내가 당신을 보기 위해서

관심받고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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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보살펴 줄게
마리아 로레타 기랄도 지음, 니콜레타 베르텔레 그림, 이정자 옮김 / 이야기공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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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씨앗 하나

넓고 넓은 세상
갈 길을 헤매이는 작은 씨앗
외로움과 두려움에 떠는 씨앗

방황하는 씨앗에게
말 거는 이가 있었습니다.

"걱정하지마. 내가 너를 보살펴줄게."

땅이, 물이, 하늘입니다.

감싸 안아주는 모두 덕분에
씨앗은 든든합니다. 편안합니다.

맘 놓고 클 수 있습니다.
씨앗은 큰나무가 되고 탐스러운 꽃을
피웁니다.

그러던 어느날
작은 새가 찾아옵니다.

집이 없는 작은 새
방황하는 작은 새에게
한 때 씨앗이었던, 큰 나무는 말을 겁니다.

✨️아프리카 속담이 떠오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씨앗을 향한 땅, 물, 하늘의 작은 친절.
따스함의, 보호받음의 양분을
먹고 자란 나무는

경험 해 본 만큼 알게 됩니다.
갈 곳 모를 작은 새의 마음이 보입니다.
갈 곳 되어줘야하겠다고 행동을 합니다.

📙"한 사람이
자기만의 개성을 얻는 것도
그것을 발휘하는 것도
전부 유대를 통해서다."
사회와 자아는 서로 공생한다.
우리가 사회를 형성하고,
사회가 우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념> 중에서

자연이 나무에게,
나무는 또 작은 새에게,
작은 새는 곤경에 처한 누군가에게로.

내 깜냥만큼의 상냥함
내 깜냥만큼의 말 한마디
내 깜냥만큼의 움직임

크고 거창한 게 아니여도 좋습니다.

미세친절로 순환되는 '사랑'의 파도 타기
타인을 위한 친절
아니요. 나를 위한 친절이라 생각됩니다.

보살피는 마음,
사는 마음임을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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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방 - 나를 기다리는 미술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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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것이, 자발적으로 들어간 고립의 방에서는 전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에 빠져들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지구촌 곳곳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화집이든 전자기기든 펼치기만 하면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어느 골목길로, 17세기 델프트의 항구로, 19세기 파리 중산층의 거실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중략) 고전 명화에서 위로받기도 했고,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그림이 가진 힘이다. p5

 

누가 나에게 예술가는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지상으로부터 20센티미터 정도 떠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너무 높으면 자세히 볼 수 없고 현실 속에 파묻히면 좁게 볼 수 밖에 없다. - 윤석남

 

정신적이든 물리적이든 아직 자기만의 방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

생존을 위해 내가 필요한 아이와 내가 없어져버린 시간 속에서

마냥 부유하는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이 있었다.

구석으로 몰리다 소멸되지 않도록, 작은 구멍을 내어준 도구가 책이고, 그림이었다.

2015년 뛰지않는 심장을 부여잡고 찾았던 전시 '심장'전에서 인생의 그림을 만났다.

두 사람이 있었다. 각자의 줄에 매달린 둘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둘의 색도, 둘의 모습도 다르다. 하지만 내 눈에 둘은 회전하는 것 같아 보였다.

각자의 속도대로 돌고 돌다 잠시 눈이 마주치는 시점에서 둘은 마주한다. 

다시 만나는 사이, 잠시의 접점이 있는 존중을 공유하는 삶. 가능성을, 위로를 받았다.

삶이란, 관계란, 이런 것이구나. 괜찮다, 모든 것이 일치하지 않아도. 

 

당시의 그 기분을 안고,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의 수전처럼 방에 들어섰다.

<그림의 방> 이라는 호텔의 다섯가지 방 

발상의 방, 

행복의 방, 

관계의 방, 

욕망의 방, 

성찰의 방을 넘나들며 60점의 명화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현재의 삶,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산다는 베일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삶의 본질에 가까워졌다.

 

예술은 자유롭기에 예술에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없다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말에

개인의 삶 역시 자유롭기에 삶에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없는데, 반드시 그래야 하는

사회적 틀에 꼭 맞도록, 그게 아니면 틀린 삶인것 마냥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던 시절, 예술이라는 행위 안에서 누가 뭐래도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냈던미카엘리나 바우티르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를 보며 다물었던 나의 입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현실을 그리며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를 보며,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선택해 스스로 들어간 고통이 아닐지, 그렇다면 그것은 스스로 감내해야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내 안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싶다면

일상을 열심히 살다가도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야 한다.

물리적 공간도 좋고, 정신적 공간도 좋다.

가장 손쉽게 자기만의 방을 만들수 있는 마법의 도구, 책과 그림.

그림을 통해 그림 속의 상황과 대상간의 관계를 그림 너머에서 바라본다.

나를 이입시키고, 동시에 그림 속의 나와 현실의 나를 분리시킨다.

삶의 주인공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평가 후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좋은 도구.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요소 중 하나 인 그림. 

또 하나의 19호실을 발견한 것 같아 즐겁다. 

 

P.S : 따라하고 싶었던 작품.

관계의 방 : 소피 칼의 <잘 지내길바라>

남자친구로 부터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소피 칼. 

그녀는 결별과 안부를 담은 이메일의 모순 앞에 당황을 한다.

그리고 107명의 여성 지인에게 이 이메일을 보내고, 지인들은 해석과 분석을 한다.

교사는 맞춤법 교정으로, 국가정보원은 암호문으로, 댄서는 춤, 가수는 노래, 동화작가는 동화로 각자의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일화가 107명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객관화와 치유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는 전시가 된다.

 

익숙함 속 낯설게 바라보기를 취미로 습관으로 자기잡고 싶은 나.

미적 감각이나 예술적 감각이 없는 나도 '할 수 있겠다' '하고 싶다'고 마음이 동한 작품이었다.

민들레 하나가 바람이 불어 씨앗이 퍼지며 온 세상으로 나아가 아름답게 피어오르듯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여러 관계 속에서 어루만져지며 위로받을 수 있음을 발견했고,

일상에서 이런 작업을 시도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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