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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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다스린다는 건, 나를 이해하고 진짜 대화를 배우는 일

프로이트의 의자를 읽고 / 정신분석가 정도언 지음

지와인 출판 (도서협찬)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분노에 대한 문장을 읽으며 오래 묵은 감정이 일었다. 화가 치밀어오를 때마다 나는 늘 상대를 탓했지만, 그 밑바닥엔 상처받은 자존감이 웅크려 있었다. 저자는 분노를 억누르거나 터뜨리는 대신, ‘우리 안의 호랑이’를 달래듯 다루라 한다. 내 안의 화를 이해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삼키지 못한다.

결국 분노의 해답은 소통에 있다. 대화를 나눈다면서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현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쉽게 내뱉는 날 선 말들. 저자는 그것이 ‘통보’일 뿐이라고 말한다. 진짜 소통은 듣는 일에서 시작되고, 고독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 책은 관계에 지친 마음들에게, 먼저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용히 권한다

 

이 책은 관계에 지친 우리에게 묻는다.

분노는 진짜로 타인을 향한 것인가, 아니면 이해받지 못한 나 자신을 향한 외침인가.

결국 소통이란 타인을 이해하려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의 언어를 해독하는 일이다.

우리가 자신과의 대화를 회복할 때, 세상과의 대화도 비로소 다시 시작된다.

분노를 다스리는 일은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다.

조용히 내면을 어루만질 때, 관계도 서서히 숨을 고른다.

 

 

“마음은 마치 순두부 같습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흔들리고 쉽게 뭉그러집니다. 그리고 그 상처가 오래 남습니다. 이렇게 여린 마음을 잘 보호하기 위해 누구나 마음의 경호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방어기제는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 불만에 직면하였을 때 스스로를 방어가히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를 말합니다. .” p55

 

“내 안의 분노가 호랑이라면 우리에서 뛰쳐나온 호랑이를 일단 달래서 그 안으로 다시 넣는다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합니다. 그 후에 우리 안에서 호랑이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이어가십시오. 그것이 안전하게 분노를 내 안으로 끌어안는 방법입니다. 분노 역시 내가 만들어낸 내 마음의 자식입니다.” p137

 

“분노는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 적대감이라고 하는 아주 성능 좋은 필터가 마음에 생겨서 좋은 뜻의 말을 걸러내거나 왜곡해서 나쁜 뜻으로 듣게 합니다. ~ 분노는 봉합되지 않은 자기애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진물입니다. 상대가 나의 가치에 상처를 주면 분노를 통해 자기애를 지켜나가려 합니다. 자기애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자 나의 가치에 대한 나의 사랑입니다.” p140

 

“마음이 아플 때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있는 애착 관계를 되짚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아이처럼 변하는 자신을 차분히 바라봐줄 수 있다면 일시적인 퇴행을 겪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헤어진 그 사람에게서 내가 얻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인가요? 사랑 아니면 애착?” p188

 

“진짜 소통은 상대의 말을 내가, 내 말을 상대가 잘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언뜻 대화를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상대방 말은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소통이 아니고 통보입니다. 대화가 없으면 외로움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 고독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고독을 통해서 자랍니다. 세상 일이 모두 즐겁고 남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면 고독은 진정으로 병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내면세계를 통합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p190

 

“가까운 사이일수록 아무렇게나 편하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가까울수록 더 크게 말의 상처를 받습니다. 가까운 사이의 거친 말은 칼이나 송곳이 되어 상대의 가슴에 당장 꽂힙니다. 그리고 잘 낫지 않습니다. 내가 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단정 짓지 마세요. 그가 나를 아주 잘 이해한다고도 믿지 마세요. 꼭 그렇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가까울수록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기보다는 감정을 개입시켜 환상 속에서 봅니다. 환상 속의 나와 너, 너와 나 사이에는 말 한마디에 이해가 아니고 서로 오해를 할 소지가 커집니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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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닝 컬러 - 사람의 욕망을 움직이는 10가지 색의 법칙
이랑주 지음 / 지와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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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통한 상호 커뮤니케이션과 신뢰

위닝 컬러를 읽고, WINNING COLOR / 이랑주 지음

지와인 출판 (도서협찬)

사람의 욕망을 움직이는 10가지 색의 법칙

 

이 책은 색을 마음을 잇는 언어,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소통의 언어로 바라본다. 색이란 예쁘고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신뢰를 움직이는 신호라는 것이다. 저자는 색이 가진 ‘원형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과 결합할 때 진짜 힘이 발휘된다고 말한다.

정수기 브랜드가 ‘물이 예쁘다’는 한 문장으로 시장을 흔들었듯, 색은 제품의 기능을 넘어 욕망을 자극하고 관계를 만든다. 따뜻한 색이 시간을 느리게, 차가운 색이 빠르게 느끼게 하는 실험처럼, 색은 우리의 감각과 사고까지 바꾼다.

『위닝컬러』는 결국 “무슨 색을 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나를 드러내는 색, 신뢰를 얻는 색, 그리고 타인과 소통하는 색. 색의 언어를 안다는 건, 세상과 통하는 새로운 문법을 배우는 일이다.

 

색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많았다.

병원에서 환자복이 흰색 계열인 이유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색에도 깊은 의미가 숨어 있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색이 가진 힘이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이 책은 색을 새롭게 이해하게 해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

색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유익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사람들이 색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색상 자체가 예쁘다, 안 예쁘다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색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되었다고 느낄 때 비로소 관심을 갖는다. 누구를 향해 어떤 내용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가, 이 과정을 가장 잘 전달하는 색을 내세울 때 사람들은 신뢰를 보내게 된다.” P104

 

“내 브랜드와 내 제품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색이 가진 힘이 강한 것은 저마다 고유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색에는 저마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고유한 원형의 성질이 있다. 그 고유한 성질을 잘 활용하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색의 원형과 내 일의 정체성이 제대로 결합할 때 색을 활용해 효과를 볼 수 있다.” P15

 

“다른 정수기 회사가 자신들의 추정밀 필터 기능이나 제품 관리 서비스를 자랑할 때, 이 회사는 ‘물이 예쁘다’라고 접근했다. ~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부족한 전문성을 메꾸고도 남을 차별화된 요소로 무엇이 가능할까. ~ 색으로 새로운 구매욕을 만들어낸 것이다. ‘색깔있는 정수기’ 사례는 컬러 마케팅의 기본 원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P26

 

“사람들은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을 찾는다. 똑같은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 하더라도 모양이 더 예쁜 것을 선호한다. 디자인이 곧 마케팅이 되고, 기획이 되고, 경영 전략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번 슈미트는 고객 만족의 의미는 ‘미학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며, 이는 소수의 사람들 혹은 특정 제품에 한정된 욕구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제품이든 미학적 요소가 주는 생동감으로 인해 고객 만족이라는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미적인 만족에서 오는 고객 만족도와 애호도는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P35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빨강의 경우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분노를 쉽게 느끼게 만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노랑의 경우 낙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과하게 사용할 경우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지성에 영향을 미치는 파랑의 경우 뉴스 스튜디오에 배경으로 사용하면 논리적이고 명료해 보일 수 있지만, 음식물에 사용하면 맛없어 보이기 쉽다. 초록은 안정감과 조화로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금방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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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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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의 품격과 기다림으로 버티는 집

포르투갈 황제를 읽고 / 셀마 라겔뢰프 소설 / 안종현 옮김

다반 (도서협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작가란 글귀가 눈에 띄어서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고 선택했던 책이다. 처음 읽을 때는 약간의 실망을 느꼈지만, 두 번째 읽을 때는 달랐다. 문장 사이에 배어 있던 슬픔과 체념, 그리고 가난한 삶의 숨결이 가슴 가까이 다가왔다. 오래된 서사가 품은 인간의 정직한 감정이, 시간이 지나고 또 책을 다시 읽으면서 비로소 와닿기 시작한 것이다.

 

얀의 삶은 늘 젖어 있었다. 허술한 헛간, 새는 지붕, 고된 품팔이의 나날 속에서도 그는 오두막 하나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그 초라한 집은 그에게 생의 전부였다. 가난한 사람에게 집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존재의 근거이며, 인간으로서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울타리였다. 시대가 달라져도 이 감각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의 세상에서도 집은 여전히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 얀의 오두막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의 심장은 딸 클라라가 태어날 때 처음으로 뛰었고, 그 아이가 떠난 뒤로는 다시 고요해졌다. 얀은 딸을 기다리며 살아 있었고, 죽어서도 그리움 속에 머물렀다. 그에게 그리움은 고통이 아니라 생의 이유였다. 오직 그 마음 하나로 세상과 이어졌고, 그 사랑이 멈추는 순간 그는 이미 세상 밖의 존재가 되었다.

 

클라라가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동안, 아버지는 세상을 등지고 남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끝없이 걸었지만, 끝내 닿지 못했다. 그 비극적인 거리감 속에서 라겔뢰프는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부모가 자식을 향한 마음과 자식이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마음은 시차를 두고 만난다. 그 공백이 바로 인간의 성장이며, 삶이 감당해야 할 고독이다.

이 작품은 결국 가난과 사랑, 그리고 기다림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다. 라겔뢰프는 고단한 생의 밑바닥에서조차 품격을 잃지 않는 인간을 그려낸다.

 

가난도 상실도 세월 속에서 모양을 바꿀 뿐 사라지지 않는다. 라겔뢰프의 세계는 낡은 이야기 같지만, 실은 지금 우리의 이야기다. 견디고 버티는 일, 그것이 인간이 가진 마지막 품격이다. 그리고 그 품격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순간, 무엇이 그의 심장을 이렇게 요란스럽게 뛰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얀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이제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슬픈 일이 일어나도, 기쁜 일이 생기는 순간에도 자신의 뛰는 심장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그건 진정한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p22

 

“숲에서 발생한 사고로 에릭이 세상을 떠난 뒤, 라스는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얀이 이젠 너무 늙어서 지나가는 하루 품삯을 온전히 쳐주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식의 지나가는 말을 툭툭 던지곤 했다.” p107

 

“가난한 사람에게서 오두막을 빼앗는 건, 모든 걸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카트리나가 탄식했다. ~ 하지만 이런 집이라도 없어진다면, 더 이상 인간처럼 살 수가 없어요.” p111

 

“얀은 갑자기 아무런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의 그는 18년 전의 자신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떠한 기쁨도 슬픔도 느낄 수 없었다. 고장 난 시계처럼 그의 심장은 멈추었다.” p120

 

“그 순간, 얀은 깨달았다. 이제 아무런 보호막도 방어력도 그에게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순식간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찾아왔고, 순식간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거세게 밀려왔다.” p124

 

“그는 멀어져 가는 배 위에 서 있는 클라라를 그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지치고 늙은 얼굴에는 지금 그가 느끼는 깊은 절망과 통환의 아픔을 모두 담아낼 수 없었다.” p312

 

“주변 어둠 속에 스며들어 그녀를 노리는 자들을? 그것은 바로 오만과 냉혹함이자, 탐욕과 욕망이야, 포르투갈 제국에서 여황이 끝없이 싸워야 할 존재들이지. ~ 클라라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언가 그녀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있었지만, 그 요동치는 감정들을 억눌러야만 했다. 소용돌이치는 이 주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조금이라도 몸 밖으로 새어 나온다면,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 것만 같았다.”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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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한국 정원 - 철학, 문화, 역사가 수놓인 우리 정원 이야기
신지선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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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공간의 철학, 정원에 머무는 자연의 미

당신 곁의 한국 정원을 읽고 / 신지선 지음

수오서재 (도서협찬)

철학, 문화, 역사가 수놓인 우리 정원 이야기

서양의 정원은 인간이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다. 외부의 진리를 찾아 나선 철학처럼, 그들은 자연을 통제하고 다듬어 절대적 조화를 이루려 했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동양의 정원, 그중에서도 한국의 정원은 달랐다고. 정원이 도달해야 할 진리는 ‘자연 그 자체’였으며, 손대지 않은 질서 속에서 오히려 완전함이 피어난다고.

 

이 책은 정원을 단순한 조경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선조들은 세상을 하나의 시로 담았고, 그 시를 땅 위에 펼쳐 정원을 만들었다. 벤치 하나, 길 하나에도 ‘서로의 마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머무는 법’을 담았다. 걷는 이와 앉은 이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한 설계에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인간적인 공간의 철학이 숨어 있다.

 

나에게 정원은 그런 곳이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마음 편히 혼자 있을 수 있고, 울고 싶을 때 편히 울 수 있으며,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저절로 쉼이 되는 장소.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스스로 드러나는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자연스러움의 힘을 배운다.

 

《당신 곁의 한국 정원》은 그저 정원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머무는 법, 그리고 ‘비움의 미학’으로 도달하는 평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작가의 문장 곳곳에 스며든 그 고요한 사유는, 우리 곁의 정원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서양에서 정원은 인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장소였다. 서양의 예술이란 절대적 아름다움이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생각은 철학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서양 철학이 외부 어딘가에 있는 진리를 찾아 나섰듯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형태를 정원에 구현했다. ~ 서양에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정원의 아름다움을 자연 소재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며 구현했다.” p169

 

“동양철학이 정원에서 발현되는 형식은 달랐다. 정원이 도달해야 하는 진리의 경지는 바로 자연 그 자체였다. 자연의 모습이 바로 정원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p170

 

“도시가 발달하고 자연과 멀어져 오히려 자연을 갈망하게 되었기에, 자연처럼 보여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p171

 

“한국 정원을 만든 유학자들은 모두 시인이었다. 세상을 하나의 시로 담아왔던 이들에게 정원은 시이자 은유였다. 시인이자 조경가인 그가(정영선) 세상을 보는 방식은 땅에 쓰는 시가 되어 정원이 되었다. ~ 고단한 병원 생활에서 울고 싶고, 쉬고 싶어도 마땅한 자리가 없던 안타까움이 설계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 걷는이와 앉은 이의 동선은 서로 방해되거나 눈치 주지 않으면서 같은 정원을 공유한다. 벤치 배치는 일관적이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주어 기분에 따라 어디에 앉을지 고를 수 있다. ~ 마주 보는 벤치가 없는 곳에서는 조용히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베ᅟᅵᆫ치의 간격은 누군가는 이어주고, 누군가는 맘 편히 홀로 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p174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수오서재 @suo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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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5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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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그림들과 함께하는 치유와 위로, 형과의 추억과 상실의 아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도서협찬)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ALL THE BEAUTY IN THE WORLD

 

그토록 인기가 많았고, 여러 번 눈에 띄었던 책이다. 볼 기회는 수도 없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게으름이라면 게으름이었다. 조금 늦게야 펼쳐 든 책이지만, 이렇게라도 읽을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책장을 넘길수록 잔잔한 동화 같은 문장들이 마음을 붙잡았다. 작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형과의 깊은 유대가 자연스레 그려졌고, 상실의 아픔 또한 고요히 전해졌다. 읽는 내내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 이유를 실감했다.

 

저자는 미술관의 경비원으로서 그림을 지키며 삶을 배운다. ‘경배’라 불리는 장면 앞에서 우리는 말문을 잃고, ‘통곡’의 그림 앞에서는 오래된 진리를 깨닫는다.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피에타를 바라보며, 그는 예술이 위로와 고통을 함께 건넨다는 사실을 느낀다. 썩어가는 나무 조각 속에서도 대가의 손길을 발견하며 경이로움을 얻고, 브뤼헐의 소박한 그림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본다.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충만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향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이 신비롭다.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정성껏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그는 조용히 일깨운다.

 

“이런 테마의 장면을 ‘경배’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아름다운 단어를 마음에 품었다. ~ 이런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말문을 잃고 말앙말랑해진다. 뒤이어 강렬하고 명백하지만 일상생활의 소란 속에서는 약하게만 느껴지던 무엇인가가 우리 안으로 침투한다. ~ 형이 두 손을 꼭 쥐고 용감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느낌 말고는 다른 감정이 거의 들지 않았다. 기쁨의 별에서 특별한 종류의 선명한 빛이 나오는 듯했다. 옛 거장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함 같은 것이었다. ~ 어머니는 내가 찾은 그림보다 더 인정사정없고, 더 아름답고, 심지어 더 진실되어 보이는 그림 앞에 서 있었다. 14세기에 활동한 피렌체 출신의 니콜로 디 피에트로 제리니라는 거장이 그린 그림이었다. ~ 매우 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 게 확실한 젊은이를 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은 ‘통곡’ 혹은 ‘피에타’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어머니는 잘 울었다. ~ 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일깨워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p72, 73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썩어가는 사과나무 조각에서 대가의 펜 자국을 발견하니 완성된 목판화에서는 얻을 수 없는 느낌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가 그린 그림은 브뤼헐답게 친근하고 인간적이다. <더러운 신부 혹은 몹수스와 니시의 결혼식>이라는 작품은 같은 명칭의 민속놀이를 재현하는 주민들을 묘사하고 있다.” p279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 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p331

 

#나는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경비원입니다 #패트릭브링리 #김희정 #조현주 #웅진지식하우스 #woongjin_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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