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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5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박물관 그림들과 함께하는 치유와 위로, 형과의 추억과 상실의 아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도서협찬)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ALL THE BEAUTY IN THE WORLD
그토록 인기가 많았고, 여러 번 눈에 띄었던 책이다. 볼 기회는 수도 없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게으름이라면 게으름이었다. 조금 늦게야 펼쳐 든 책이지만, 이렇게라도 읽을 기회를 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책장을 넘길수록 잔잔한 동화 같은 문장들이 마음을 붙잡았다. 작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형과의 깊은 유대가 자연스레 그려졌고, 상실의 아픔 또한 고요히 전해졌다. 읽는 내내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그 이유를 실감했다.
저자는 미술관의 경비원으로서 그림을 지키며 삶을 배운다. ‘경배’라 불리는 장면 앞에서 우리는 말문을 잃고, ‘통곡’의 그림 앞에서는 오래된 진리를 깨닫는다.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피에타를 바라보며, 그는 예술이 위로와 고통을 함께 건넨다는 사실을 느낀다. 썩어가는 나무 조각 속에서도 대가의 손길을 발견하며 경이로움을 얻고, 브뤼헐의 소박한 그림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본다.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충만하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향한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이 신비롭다. 예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정성껏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그는 조용히 일깨운다.
“이런 테마의 장면을 ‘경배’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 아름다운 단어를 마음에 품었다. ~ 이런 이미지 앞에서 우리는 말문을 잃고 말앙말랑해진다. 뒤이어 강렬하고 명백하지만 일상생활의 소란 속에서는 약하게만 느껴지던 무엇인가가 우리 안으로 침투한다. ~ 형이 두 손을 꼭 쥐고 용감하게 고통을 참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느낌 말고는 다른 감정이 거의 들지 않았다. 기쁨의 별에서 특별한 종류의 선명한 빛이 나오는 듯했다. 옛 거장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함 같은 것이었다. ~ 어머니는 내가 찾은 그림보다 더 인정사정없고, 더 아름답고, 심지어 더 진실되어 보이는 그림 앞에 서 있었다. 14세기에 활동한 피렌체 출신의 니콜로 디 피에트로 제리니라는 거장이 그린 그림이었다. ~ 매우 아름답지만 당돌하리만치 죽은 게 확실한 젊은이를 그의 어머니가 온몸으로 받치고 있는 장면이다. 마치 아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어머니를 그린 이 그림은 ‘통곡’ 혹은 ‘피에타’라고 부르는 장르에 속한다. 어머니는 잘 울었다. ~ 그 그림이 어머니 안의 사랑을 일깨워 위안과 고통 둘 다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p72, 73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썩어가는 사과나무 조각에서 대가의 펜 자국을 발견하니 완성된 목판화에서는 얻을 수 없는 느낌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가 그린 그림은 브뤼헐답게 친근하고 인간적이다. <더러운 신부 혹은 몹수스와 니시의 결혼식>이라는 작품은 같은 명칭의 민속놀이를 재현하는 주민들을 묘사하고 있다.” p279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 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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