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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한국 정원 - 철학, 문화, 역사가 수놓인 우리 정원 이야기
신지선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10월
평점 :

인간적인 공간의 철학, 정원에 머무는 자연의 미
당신 곁의 한국 정원을 읽고 / 신지선 지음
수오서재 (도서협찬)
철학, 문화, 역사가 수놓인 우리 정원 이야기
서양의 정원은 인간이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었다. 외부의 진리를 찾아 나선 철학처럼, 그들은 자연을 통제하고 다듬어 절대적 조화를 이루려 했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동양의 정원, 그중에서도 한국의 정원은 달랐다고. 정원이 도달해야 할 진리는 ‘자연 그 자체’였으며, 손대지 않은 질서 속에서 오히려 완전함이 피어난다고.
이 책은 정원을 단순한 조경의 대상이 아니라 ‘사유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선조들은 세상을 하나의 시로 담았고, 그 시를 땅 위에 펼쳐 정원을 만들었다. 벤치 하나, 길 하나에도 ‘서로의 마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머무는 법’을 담았다. 걷는 이와 앉은 이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한 설계에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인간적인 공간의 철학이 숨어 있다.
나에게 정원은 그런 곳이다. 혼자 있고 싶을 때 마음 편히 혼자 있을 수 있고, 울고 싶을 때 편히 울 수 있으며,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저절로 쉼이 되는 장소.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움이 스스로 드러나는 공간. 그 안에서 나는 자연스러움의 힘을 배운다.
《당신 곁의 한국 정원》은 그저 정원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머무는 법, 그리고 ‘비움의 미학’으로 도달하는 평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작가의 문장 곳곳에 스며든 그 고요한 사유는, 우리 곁의 정원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서양에서 정원은 인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장소였다. 서양의 예술이란 절대적 아름다움이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생각은 철학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서양 철학이 외부 어딘가에 있는 진리를 찾아 나섰듯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형태를 정원에 구현했다. ~ 서양에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정원의 아름다움을 자연 소재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며 구현했다.” p169
“동양철학이 정원에서 발현되는 형식은 달랐다. 정원이 도달해야 하는 진리의 경지는 바로 자연 그 자체였다. 자연의 모습이 바로 정원이 추구해야 하는 것이었다.” p170
“도시가 발달하고 자연과 멀어져 오히려 자연을 갈망하게 되었기에, 자연처럼 보여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p171
“한국 정원을 만든 유학자들은 모두 시인이었다. 세상을 하나의 시로 담아왔던 이들에게 정원은 시이자 은유였다. 시인이자 조경가인 그가(정영선) 세상을 보는 방식은 땅에 쓰는 시가 되어 정원이 되었다. ~ 고단한 병원 생활에서 울고 싶고, 쉬고 싶어도 마땅한 자리가 없던 안타까움이 설계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 걷는이와 앉은 이의 동선은 서로 방해되거나 눈치 주지 않으면서 같은 정원을 공유한다. 벤치 배치는 일관적이면서도 약간의 변주를 주어 기분에 따라 어디에 앉을지 고를 수 있다. ~ 마주 보는 벤치가 없는 곳에서는 조용히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마다 조금씩 다른 베ᅟᅵᆫ치의 간격은 누군가는 이어주고, 누군가는 맘 편히 홀로 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p174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수오서재 @suo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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