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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홍이
박경란 지음 / 하늘퍼블리싱 / 2026년 1월
평점 :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마음
<안녕, 홍이>를 읽고 / 박경란 장편소설
하늘퍼블리싱 출판 (도서협찬)
누군가의 삶에는 끝내 말로 다 꺼내지 못하는 시간이 있다. 이 이야기는 그 시간을 억지로 밝히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곁에 두고, 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가는지를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읽는 동안 안타까움이 크게 흔들리기보다, 오래된 기억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감정이 잔잔하게 이어졌다.
“어머니가 나라를 떠났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장면에서 드러나는 것은 과거의 고통 자체라기보다,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의 마음이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건네며 조금씩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담담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결국 사람을 향해 천천히 돌아선다.
문장들은 감정을 크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소설은,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지 조용히 남긴다.
다 읽고 나면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이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삶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럼에도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이유를 조용히 남기는 이야기.
나는 이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어머니가 나라를 떠났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사연은 몰랐다. 현자는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위안소라는 말도...,
현자는 어머니의 아픈 상처를 더 후벼 파는 것 같아서 내색하기가 두려웠다.
‘어머니 때랑 다르지. 지금 식민지도 아닌데 뭘?’
‘우리 모녀가 자의든 타의든 이국땅에서 살았다는 게 신기하고 운명처럼 느껴져. 모든 게 내 탓 같고..., 그저 가슴이 아팠어. 고향을 떠난다는 게 힘들다는 걸 아니까.’
그러자 현자는 순간순간 힘들었던 독일 생활이 생각나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어머니는 그 엄청난 비밀을 가슴에 안은 채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든든한 방패막이었던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그 외로운 시간을 어떻게 살아냈을까.
‘슬픔은 본인이 단단해져서 흘려보내야 한단다. 안 그러면 상처가 되어 누군가 말해도 놀리고 비웃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지. 나도 그랬어. 그런데 아버지를 만나고 너를 낳고 조금씩 회복이 되는 것 같았어. 사랑만이 치료약이야.’” p198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에 당첨되어 #하늘퍼블리싱 출판사에서 도서 지원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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