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학살을 넘어 -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
구정은.오애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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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과 국가들 모두의 통합체인 '인류'가 되면 보편적 인권과 평화라는 화두가 다시 고개를 들며 윤리적 판단이 '냉혹한 국제질서'의 일부이자 한계이자 규범으로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인류애'라는 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p9

가끔 난 삐딱한 시선으로 책을 볼 때가 있다.

지금 아니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출간된 책을 보면서 특히 그렇다.

빠르다... 잽싸다...

그 느낌대로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전 이라크-미국 전쟁을 다룬 책을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기재한 나라의 순서는 공격당한 측-공격한 측의 순서를 나름 기준 삼았다. ㅎ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이번 건의 원인 제공 건만으로 국한하여 생각해본다면 하마스가 큰 실수를 한 것임에 틀림없겠다.

시작했으면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야할 것인데 그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제대로 두드려 맞는 수 밖에...

하지만 이 둘간의 사연은 저 옛날로 돌아가야 하겠다.

언제까지?

아브라함 때 까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또 어떠한가...

레닌 시절의 구역 나누기부터 이야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랍의 봄과 시리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까지 사연없는 전쟁은 없겠다.

억지로 만들어내고 짜맞춘 이유와 명분부터 오랜 시간동안의 흘려들을 수 없는 억울한 사연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은 수만가지로 나올 지도 모른다.

양차대전을 지나보내고 인류는 좀 덜 잔인하고 덜 참혹한 전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사법재판소를 설립하고... 반인도적 범죄를 규정하고 그것을 서로 인정한 상태로 싸우자 했단다.

하지만...

좀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바라볼 때도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겠다 느껴지는데...

그 현장 바로 그 자리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다투는 그 정신없는 아니 정신나간 상황에서 인도적? 인간적? 뭐 이런 사치가 말이 되기는 할까 싶다.

이성적이고 인간적인 사람마저도 미쳐 날뛰게 만드는 것이 전쟁이라는 괴물인데 말이다.

보스니아를 찾아간 네덜란드 국방장관은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사를 똑바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적 인권은 가장 중요한 가치이지만 국제정치 앞에서 쉽사리 흔들린다. 역사의 진실은 책이 아닌 현실 정치 속에서 힘겹게 찾아내야만 빛을 발하는 법이며, 그 단면들이 언제나 아름답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p264~265

싸우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아주 아주 특별하고 한정된 상황에서 할 이야기다.

싸우면 다 죽는다는 것이 전쟁이다.

왜 싸울까?

남을 국가를 국민을 인류를 우리 편을 위한다는 그 모든 핑계도 다 전쟁을 주도하고 일으킨 그들의 욕심때문인 것은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참말이 아닐까???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인류는 단 하루도 분쟁과 싸움이 없이 지나가지 못했단다.

하지만 저자들도 말하듯 인류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분쟁과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다.

나 역시 그들 중 한명이고 보면 참 복받은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이런 복받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2024년에는 시작되길 간절히 간절히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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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재발명하라 - 가부장제는 어떻게 우리의 사랑을 망가뜨리나
모나 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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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라고 해야할까... 표지에 씌여진 문구가 핑크핑크한 표지와 다른 이질감을 주는 것은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가부장제는 어떻게 우리의 사랑을 망가뜨리나

왜 우리의 사랑은 번번이 실패하는가?

그 실패의 원인을 저자는 가부장제에 있다고 말한다.

가부장제가 강요하는 순응주의에 의함이라고...

그 가부장제의 영향을 소설, 드라마, 영화 및 언론 기사 등을 사례로 하여 우리에게 들려준다.

첫번째 장의 소제목은 지금 사회에서의 여성의 현실과 자각을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랑받으려면 '스스로 작아져야' 하나?

관계하고 있는 남성보다 열위적 위치에 있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여성들은 느낀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말에 딱맞는 경우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왜?

두번째 장에서는 남자, 진짜 남자에 대해 분석한다.

가부장제라는 것은 가장의 의무와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이 과정에서 의무와 희생에 걸맞는 권리를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권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그 명확하지 않은 한계를 넘어선 폭력과 일탈은 상대방을 신체적으로 인격적으로 망가뜨린다.

세상은 너무 여성의 헌신에 기대어 돌아가고, 너무 많은 사람이 그것을 남용한다. 이제는 헌신이라는 자질이 더 잘 배분되어야 한다. 어쩌면 소년에게서 다정과 친절의 가치를 부각하고, 소녀에게는 자신의 안녕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옹호하도록 독려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p177

더불어 저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들의 심리를 철학자 케이트 만의 himpathy 개념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마주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저자는 세번째 장에서 말한다.

사랑에 대해 남자들은 과소 평가하고 여자들은 과대 평가한다는 차이 말이다.

첫째, 우리가 옳기 때문이고,

둘째, 모성의 욕구이며, (이렇게들 말하지만 사실 사랑에 빠진 여자로서의 정체성이 모성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완전한 의존의 흔적이다.

이 의존이야 말로 가부장제의 영향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아닐까?

마지막 장에서 성적 욕망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지 유명 소설을 예로 들며 설명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어떻게해야 사랑을 재발명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비동거

경제적 자립

사랑한다는 것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고통과 반작용의 포용

각각의 것들에 대해 저자는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한다.

저자는 가부장제에 기반한 우리 사회의 이성 관계가 가져온 여러 나쁜 점을 들려주었다.

반박하기 힘든 부분이 거의 모두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남성으로서 여성의 생각을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간의 성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의 결실이 보다 이른 시간에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이성 간의 사랑은 곳곳에 복병이 숨어있는 길과 같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넓은 행동반경을 확보하고 뛰어드는 편이 낫다. 그 사랑을 경험하는 좋은 방법에 관해 이미 짜인 도식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혹은 성숙과 공유에 대한 우리의 고귀하고 합법적인 욕망을 치명적인 개념이 파괴하지 않도록 피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p07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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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 지우개
작가 水 지음 / 좋은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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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연극 대본집의 형태를 한 책을 본 적이 있다.

"크노크, 어쩌면 의학의 승리" (쥘 로맹)이라는...

이 책도 대본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앞서의 책보다 조금 정말 조금이지만 더 대본집같았다는... ㅎ

모두 다섯 편의 대본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피스토페레스의 유혹, 지우개"

"호상 好喪"

"새순"

"갈릴리 병원"

"수목장 樹木葬"

각각의 대본을 시작하기에 앞서 콘셉트와 작품 의도를 함께 적어놓은 것은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었을까 아니면 작가의 의도를 곡해하지 말고 잘 읽어보라는 친절이었을까 싶다.

뭐 두가지 목적 모두를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값어치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다섯편의 대본 중에서 "갈릴리 병원"은 무대에서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주님은 항상 우리 곁에 계신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이 작품은 지극히 종교적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런 면이 롱런을 하고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 아닐까...

외적 아름다움과 자신의 기억을 맞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 지우개'는 작가의 의도에서도 말하듯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기억은 영혼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

셸리 케이건의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도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다음 생이 과연 죽음을 이긴 생'인지 제기했던 것 같다.

기억을 잃어버린 나는 과연 나일까?

마침 요즘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천만 영화가 곧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1979년 12월 12일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어떤 점에서 관객의 호응과 동의를 이끌어내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여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겠다.

'새순'이라는 작품은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의 기억을 통해 현재의 우리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다음 세대가 민주주의의 불씨가 되었던 당시 사건을 회상함으로서 역사의 '새순'이 되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절절하게 느껴지는 그런 작품이라고 하겠다.

'호상'과 '수목장'은 같은 죽음이라는 것을 다르게 해석하게 한다.

한쪽은 죽음이라는 희생을 통해 지금보다 나아짐을 염원한다고 하면...

한쪽은 생명의 존엄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호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말하고 있다.

연명 치료에 대한 선택권이 본인에게 주어진 현실이라지만 인위적인 행위의 결과가 한 생명의 소멸이라면 여전히 그리고 감히 실행할 수 있는 자격과 권리가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어보인다.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적인 소설에 비해 대본은 심리 묘사나 사건 전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보인다.

읽는 사람의 상상력이 보다 필요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것이 매력인 것일까?

연출자들은 이런 대본을 연극이나 영화 등으로 만들 때 작가의 상상에 더해 자신의 무언가를 덧입혀 우리에게 들려주는 묘미를 만끽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조금 비어있는 듯한 부분에 나만의 연출 의도를 채워보는 재미를 찾아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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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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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의 습격'이라는 제목이길래 20세기 철학을 바탕으로 해서 외로움이라는 것을 분석하는 책인 줄 알았다는...

그런데 이 책은 21세기 인공 지능을 필두로 과학 기술에 의해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책인 듯 싶다.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

영어에서는 16세기까지 외로움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는 것이 좀 새롭다.

더불어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외로움'의 근원에 실업이라고 하는 경제적 부자유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된다.

'뿌리뽑힘'은 '타자들이 인정하고 보장하는 장소가 이 세계에 없다는 의미'이고, '쓸모없음'은 '이 세계에 속할 곳이 없다'는 의미라고 아렌트는 정의하고 있어요. (...) 여기에 더해 '뿌리뽑힘'과 '쓸모없음'이란 두 감정에서 비롯된 '외로움'이야말로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근래 대중들에게 저주"가 되었다고 하죠. 내가 이 세계에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절망적인 경험이니까요.

p032~033

이런 가장 절망적인 경험을 하게 된 사람들은 은둔과 고립, 혹자들은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등 끝없는 추락을 겪는다.

세상은 디지털 세상으로 나아가고 항상 손에 들고 사는 스마트 폰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얻고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런 세상인데도 우리는 외로움을 경험하고 고민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모르겠다.

자유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능력주의...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그 성과를 얻고, 그 능력 발휘의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는 세상... 우리는 이런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능력은 점점 더 세습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사람들은 끼리끼리 뭉쳐서 자신들의 부류가 아닌 사람들을 경계하고 억누르고 구별짓고 무시한다.

인공 지능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세상은 능력주의 만큼이나 사람들을 차별하고 구별한다.

인공 지능의 이러한 차별은 결국 인공 지능을 학습시킨 수많은 정보에 벌써 녹아들어 있는 차별과 왜곡의 결과다.

이런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대안을 저자는 제시한다.

기본소득, 기초 자산...

경청을 통한 소통과 이해...

디지털 시민권...

저자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디지털 능력주의가 주도하는 세상이다.

성공의 문이 점점 더 좁아지는 그런 세상인데다가 그 실패의 원인이 나의 게으름과 능력없음 (능력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묻는다.

"왜 우리는 자식들에게 타인을 먼저 배려하라고 선뜻 말해 주질 못할까?"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 세상이 '각자 도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그 각자 도생이라는 것을 걱정하고 필사적이 되어가는 만큼 외로움은 더 크게 우리 아이들을 억누를 지도 모르겠다.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세상이 되길 원하지 않을게다.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지금의 행동이 필요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문득 어느 광고에서 이야기한 "디지털 노마드"를 떠올렸다.

'노마드'가 '집시'만큼은 아니더라고 낮은 임금과 조악한 업무 환경 등에 시달리는 일부의 '긱 워커'와 동일시 된다면 이 역시 디지털 능력주의 세상에서의 승리자와 패배자로 구분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왠지 '디지털 난민'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스물거리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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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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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포와 갓을 챙겨입은 남자의 모습과 세인트 헬레나라는 지명은 무척이나 이질적이다.

왜 하필 세인트 헬레나일까?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말기 순종 시대다.

안동김씨의 세력이 조선을 말아먹고 지역에 대한 차별,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판을 치던 그때...

백성들의 눈물과 분노를 해소하고자 한 사내가 결연히 난을 일으켰으니 그 사내의 이름은 홍경래다.

시작은 대단했을 지 몰라도 끝은 안좋았다.

울분에 찬 항거는 그 기세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중심이 확고해야하고 의기를 투합할 수 있는 명분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것이 아쉬운 민란이었다.

안지경이라는 무과에 급제하였으나 차별받아 임용되지 못한 자가 홍경래를 따랐다.

쫓겨다니다 영국 선박으로 도망치고 어찌저찌 영국인의 도움을 받아 세인트 헬레나 섬까지 흘러간다.

거기서 나폴레옹을 만나고 프랑스 혁명에 대해 알게된 안지경은 다시금 조선에서 백성이 다스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혁명을 꿈꾼다.

안지경은 이전 홍경래의 민란이 성공한 혁명이 되지 못한 이유를 고민한다.

대의 명분과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여 사람들이 호응하고 함께해야 이루어질 수 있음을 깨닫고 이를 위해 애쓰지만 결과는 같았다.

'조선은 아직 진정한 혁명을 낳을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은지도 모르지'라던 지난 민란 속의 스승의 말을 안지경은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대목이다.

조선 말기의 온갖 폐단과 부정부패는 이루말할 수 없었다.

이런 불만과 분노가 쌓일만큼 쌓였을 터인데도 조선에서 혁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선이 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역사를 가졌다면 혁명의 시도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이 지속될 것이라고 안지경은 말했지만 그렇게 반복하고 반복하면 더 나은 세상이 열렸을까?

어떤 고비만을 넘으면 성공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데 그 고비를 넘지 못하게 발목을 잡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소설 속에서 안지경은 지난 날 결혼을 약속했던 차홍련과의 인연에 조금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무언가를 위해선 버리지 못할 것 같지만 버려야 하고 취하지 말아야 하지만 취해야 할 것이 있을게다.

그렇게 저울질 하다가 해야할 것을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어쩌면 우리는 알게모르게 내가 쥐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싶어졌다.

놓치고 싶지 않고 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래서 실패하고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는 말이다.

안지경은 나중을 기약하며 또 다시 조선에서 도망친다.

하지만 다시 그가 돌아온다고 해도 조선에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싸우고 이겨 내 세력을 키워나간다면 이루어낼 수 있겠다.

군사력을 독점하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어 그 추종자들과 함께라면 되겠다.

남의 힘을 빌어 기존 세력을 몰아낼 수 있어도 되겠다.

일순간에 몰아쳐 승부를 낼 수 있는 정도의 무력을 가졌다면 가능하겠다.

하지만 혼자서는 안된다.

뜻을 모으고 마음을 나누고 힘을 기른다는 것... 그것이 바탕이 되어야 할게다.

그렇게 혁명이 일어나야 할 세상이길 바라지 않지만...

그래야 할 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스스로가 깨어있고 관심갖고 지켜야하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요즘 세상의 뉴스를 보며 문득 가져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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