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책 표지에 씌여진 부제를 보면서 이런 책들을 떠올렸었다.
이정명 "뿌리깊은 나무", 이인화 "2061"...
훈민정음의 창제하기까지의 과정이나 반포, 전파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반대 책동, 방해 공작 등등을 다룬...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훈민정음은 이야기를 이루는 중심이자 줄기라기보다는 <다빈치코드>의 랭던이 찾아 헤메는 "성배"의 느낌이랄까...
소설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볼 때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좀 써놓아 보려고... ㅎ)
수양대군 시절 자신의 집 내에 있던 정원을 관리하던 여종 덕중을 왕이 된 후 후궁으로 궁에서 살게한다.
덕중 (소용 박씨)는 어느 날 수양대군 (세조)의 조카인 귀성군에게 편지를 보냈는 데 연서 戀書로 알려지고...
이에 편지를 전달해준 환관과 나인들은 물론이고 덕중까지 처형을 당한다.
덕중의 마지막 한마디 "백팔장"은 이후 새로운 논란과 사건들의 시작이 된다.
이 쯤에서 "백팔장"이 무엇이다라고 써야하겠지만 그거 쓰면 스포가 심해서리... 요건 나중에 다시읽기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는 것으로... ㅎ
원래 이 소설은 84통의 편지로만 구성된 500여페이지의 것이었단다. 그것을 다시 썼다고 한다.
작가의 처음 의도였을 편지로만 구성된 소설이 어쩌면 이 소설의 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남겨진 24통의 편지만으로도 긴장감, 재미를 주고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백팔장의 정체를 들려주는 대목을 읽으면서 눈에 띈 단어가 "짝패"였다.
'짝을 이룬 패, 단짝, 단짝패, 짝꿍'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짝패는 동반자이자 운명 공동체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승려 덕중과 여종 덕중은 한 쪽은 다른 쪽이 짝패임을 알고 있으나, 다른 한쪽은 알지 못했을 것같은 조금 불평등했던 관계에서 끝내 평등에 미치지 못하고 다른 한쪽이 생을 마감했다.
다른 짝패들은 좋던 나쁘던 그 운명 공동체로서 끝을 보았는 데 말이지...
큰 틀에서 소설은 역사의 한 부분을 이 운명 공동체, 짝패가 주도하고 진행했던 계획된 사건으로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수양대군과 백팔장... 정치와 종교...라는 짝패...
요즘 시대에서라면 정치와 경제 (돈)이라는 짝패로 대체되어야겠지만...
과연 세종 말경부터 드세진 불교의 위세는...
정치 사상으로서의 유교에게 부족했던 백성들의 정신적 위로와 위안의 대체제로서 부각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유교 사상에 매몰되어 외곬수로만 치달아가고 있는 조선 선비와 사대부의 아집 독단을 경계하고자 했던 왕권의 몸부림이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훈민정음에 대한 한문 풀이를 해례 解例라고 하고, 한글 풀이를 언해 諺解라고 한단다.
훈민정음 언해는 불경을 한글로 번역해놓은 <월인석보> 1권 책머리에 실려있단다.
저자의 상상력은 이와 같이 유교의 나라인 조선에서 불경을 인쇄했고, 그 불경의 책머리에 훈민정음을 설명한 글이 있을까 하는 부분에 다다라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책에 실린 "총일백/팔장"이라는 글자들이 과연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실제는 없는 것이라고 할 때 저자의 상상력을 보듬은 그의 필력에 홀딱 빠져들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정말 수양대군의 조선 임금으로의 등극은...
한명회, 권람 등을 자신의 휘하로 하여 수양의 정치적 야욕과 행동에 대한 결단력, 어린 임금이라는 조선의 약한 고리를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겠다는 보국안민의 발로였는 지 궁금해지도록 만든다.
이렇게 알려진 것 외에 이면에 감추어지고 숨겨야했을 또 어떤 세력의 후원과 지지, 선동과 책략의 결과로 수양이 임금이 된 것은 아니었을 지 의심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은 저자의 탓이자 저자로부터 기인하는 호기심의 발로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듯... ^^
역사소설은 왠지 한없이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는 듯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