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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ㅣ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죽기 전, 아주 짧은 몇 초 동안에도 이 때 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이 파노라마 같이 생각난다고 한다. 로버트 조던이 폭파임무를 맡고 파블로의 게릴라 단에 들어가 생활한 3일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길면서 1초 1초에 신경 쓰며 살았을 것이다. 조던은 자신이 그 임무를 맡으면서 죽을 각오를 하고 계획에 착수해서 3일 내내 항상 죽음의 냄새를 맡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마리아와의 뒷날을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마지막을 맞았지만 그는 자신이 자랑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무언가를 거리낌 없이 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한없이 띄어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헨리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과 행복을 위해 도망쳐 나왔건만 사랑하는 캐서린은 아이를 낳다 그만 아이와 죽어버리고 만다. 마리아와 헨리는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똑같이 남겨졌지만 그 기분은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된다. 헨리에게 있어서는 그 당시 캐서린이 자신의 인생 전부였고 스위스로 도망쳐 나오는 바람에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세상에 홀로 남고 만다. 하지만 마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이루었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기에 조금은 위로가 되어 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필라르와 그녀의 부하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분명 그녀를 지켜주고 사랑과 관심을 나누어 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아픔은 적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겠다. 내가 그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나도 정신을 못 차릴 테니까. 헨리는 공허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파블로라는 인물은 내게는 무척 독특하고 항상 신경 쓰이는 인물이었다. 조던은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미워하고 배신을 느끼지만 마지막에는 그가 동료들을 잘 이끌어 줄 거라고 믿었다. 그와 악수를 할 때 자신감 있고 진실 된 손이라고 묘사할 때 내게 이상한 느낌이 와 닿았다. 파블로가 폭탄의 일부를 훔쳐 도망갔을 때도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그를 옹호했다. 조던도 자신의 생각만큼 그를 미워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고 싶다.
조던과 파블로 게릴라 단, 귀머거리 영감의 게릴라 단, 그 사람들은 다음 생에는 좀 더 평화롭게,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삶을 살길 진심으로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