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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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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은 죽기 전, 아주 짧은 몇 초 동안에도 이 때 까지 자신이 살아온 삶이 파노라마 같이 생각난다고 한다. 로버트 조던이 폭파임무를 맡고 파블로의 게릴라 단에 들어가 생활한 3일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길면서 1초 1초에 신경 쓰며 살았을 것이다. 조던은 자신이 그 임무를 맡으면서 죽을 각오를 하고 계획에 착수해서 3일 내내 항상 죽음의 냄새를 맡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마리아와의 뒷날을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마지막을 맞았지만 그는 자신이 자랑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 무언가를 거리낌 없이 행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한없이 띄어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헨리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과 행복을 위해 도망쳐 나왔건만 사랑하는 캐서린은 아이를 낳다 그만 아이와 죽어버리고 만다. 마리아와 헨리는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똑같이 남겨졌지만 그 기분은 분명 다를 거라고 생각된다. 헨리에게 있어서는 그 당시 캐서린이 자신의 인생 전부였고 스위스로 도망쳐 나오는 바람에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세상에 홀로 남고 만다. 하지만 마리아는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이루었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기에 조금은 위로가 되어 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 필라르와 그녀의 부하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분명 그녀를 지켜주고 사랑과 관심을 나누어 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아픔은 적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못하겠다. 내가 그 상황에 빠지게 된다면 나도 정신을 못 차릴 테니까. 헨리는 공허하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파블로라는 인물은 내게는 무척 독특하고 항상 신경 쓰이는 인물이었다. 조던은 그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미워하고 배신을 느끼지만 마지막에는 그가 동료들을 잘 이끌어 줄 거라고 믿었다. 그와 악수를 할 때 자신감 있고 진실 된 손이라고 묘사할 때 내게 이상한 느낌이 와 닿았다. 파블로가 폭탄의 일부를 훔쳐 도망갔을 때도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그를 옹호했다. 조던도 자신의 생각만큼 그를 미워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고 싶다.

 조던과 파블로 게릴라 단, 귀머거리 영감의 게릴라 단, 그 사람들은 다음 생에는 좀 더 평화롭게,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삶을 살길 진심으로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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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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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왠지는 몰라도 나는 교회와 인연이 깊었다. 1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난 열정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과 많이 만났고, 그사람들을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종교이야기가 나오면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 좋지 않다. 진리는 하나고 종교는 진리로 이끌어주는 여러 종류의 길이라고 스스로 납득시키지만 자신의 종교가 좋다고 무안할 정도로 달라붙는 사람들을 보면 심장이 쿵쿵 거리는 건 어쩔수가 없다.

 그렇지만 내게 카톨릭은 다르게 다가왔다. 일단, 카톨릭을 종교로 가진 사람들은 믿으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녀님이나 신부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스님과 비슷한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목사님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유럽 성당의 웅장한 모습과 여행이라는 말에 냉큼 책을 빌렸다.

 유럽의 고독한 느낌이 폐쇠되어 있는 수녀원과 어우러지니 회색빛 느낌도 있었지만 수녀님들처럼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지영씨는 그리 편안한 삶을 살지 못해서 책의 초반부분은 무척이나 부정적이었다. 점차 뒤로 갈수록 수녀원이나 수도원의 사람들이 행복해보인다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멋지다고 말했다. 종교라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들도 일으키지만 그것은 인간이 근본적인 종교의 존재이유를 상실해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자신의 영혼이 점차 깨끗해진다는 느낌이 든다면 힘든 상황이 닥쳐도 그것을 이겨 내지 않을까. 불교언어로 사용한다면 해탈이란 걸까.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서 힘을 얻어내니 참 복잡한 동물인것 같다.

 카톡릭 교를 믿고 있는 사람은 이 책을 보면 종교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때로는 산사의 고요함과 초록빛의 싱그러움도 좋지만 때로는 유럽의 회색빛이나 진한 초록색의 느낌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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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14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본능적으로 한 것 이외에 3000번이라는 횟수나 시간을 채운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저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가는 도중에도 여러 과정이 있었고 3000배도 너무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성취했다는 기쁨이 컸다. 비록 1000배와 2000배 사이에 시간을 조금 가졌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흔하냐며 스스로를 위로를 하긴 했지만.

 9월 1일부터 3000배를 하기 위해 저녁마다 부모님과 함께 108배를 매일 했었다. 힘들다기 보다 매일 10분씩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귀찮았지만 내가 절을 하면서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내 미래가 좀 더 좋아질거란 생각에 마냥 귀찮기만은 않았다. 이번에는 검도 심사와 백련암에 가야하는 날짜가 겹쳐서 관장님께 부탁해서 서류로 합격을 했다. 서류심사는 다른 관원들에게 해주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두번째라 너무 죄송해서 3000배라도 성취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그리고 저번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단지 1000배만 하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3000배를 하지 못했다, 나는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라는 변명도 하고 싶었다. 온갖 기합을 다 넣고 내일 가서 해야 할 절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외삼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

고심원     관음전

 

 시간도 모자라고 절을 하기 전에 기운을 뺄까봐 해인사에서 백련암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저녁에 사람들이 모여 절을 할 관음전 옆 탈의실에서 절복으로 갈아입고 관음전에는 미리 자리를 잡아 두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고심원에 도착하여 성철스님 상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촛불과 향을 밝히고 절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절안에 들어가서 향을 밝힐때 잠깐잠깐 굉장히 짧게 정신이 휙-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0.2초 정도의 느낌이랄까? 절에와서 이런 적은 없었는데 긴장해서 그랬던 것일까?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절을 하니 컨디션이 좋았다. 100배를 하고 엄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100배를 계속하다 400배에서 10분 휴식을 하였다. 컨디션은 정말 좋았다. 고심원을 나와서 잠깐 그 주위를 걸어다니다 다시 들어와 400배를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단지 지루했던 것 같다. 지금은 지루하다는 느낌이지만 나중에는 한배 한배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지레 겁이 들기도 했다. 1000배는 수월했다. 저번에 내가 1200배 가지고 뭘 그리 힘들어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정혜륜 아줌마와 딸 민소를 고심원에서 만났다. 공양시간이 되자 같이 내려가 밥을 먹는데, 어흑, 너무 맛이 없었다. 그래도 점심도 못먹고 배가 너무 고파서 허겁지겁 먹었던 것 같다.

 6시가 되자 공양간을 나와 이를 닦고 관음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끔가다 만나는 엄마의 도반들께 인사를 드리고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앉아있었다. 엄마는 사람들과 인사하러 다닌다고 나 혼자만 앉아있었다.   6시 30분. 절을 시작했다. 아까 1000배를 해서 다리가 조금씩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저번과는 달리 이번엔 3000배를 성공시키고야 말겠다는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힘들다는 생각이 점점 머리에 차오르기 시작할때 쯤 다시 투지가 불타오르자 힘이 불끈 솟아올랐다. 500배 까지는 힘들었지만 이번에도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 기뻐하실 할머니, 내가 성공한다는 꿈을 꾼 오빠, 불명을 받고 싶은 마음들이 나를 지탱시켜주었다. 700배째를 시작하자 짜증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왜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하는거지? 이번은 포기할수 없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서 몸이 잠깐씩 부르르 떨렸다. 그런 짧은 시간동안 그토록 강한 분노를 느낀건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교 다닐땐 화가 나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별것도 아닌것에 화가 나고 혼자 참는다고 애썼구나. 사춘기라고 난 화를 정당화 시키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생각조차도 화가 나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이를 뿌득뿌득 갈며 1000배를 끝내고 돌아온 휴식. 몸에선 땀이 뻘뻘 났고 짜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직 1000배나 남았구나. 정말 끔찍해. 그토록 각오 하고 왔는데 이렇게 화가 날수가..' 그렇지만 앉아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먹으며 앉아있자 30분은 그리 빨리 지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엄마는 내가 1000배를 몰아서 했던 것에 대해 놀란 눈치였다. 처음엔 1000배를 다 할 생각은 없었지만 하다보니 지금 1000배하면 일찍 들어가서 잘 수 있겠구나 싶어서 이를 악물고 끝까지 해냈다. '저번에 했던 1000배는 도대체 뭐지? 그때는 스스로도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왜그렇게 힘들었던 거지? 역시 마음먹기 달린 일이었나?'

 또다시 절을 시작했다. '자신을 다른 사람앞에서 몸을 낮추는 행위를 3000번이나 하다니. 도대체 무슨 의미지? 자신을 뽐내기 좋아하는 인간이 아무리 대단하다지만은 지금은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을 존경해서 이런 수고를 하는건가? 뭣땜에? 난 뭣땜에 엄마가 가자고 했을때 선택권이 있는 상황에서 간다고 했을까? 엄마는 왜 할까? 다른 사람들은 뭣 땜에 하는거지? 왜 엄마한테 3000배가 좋다고 권하는거지? 뭣땜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욕심 때문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에서 헤메기 시작했다. 이번은 800배를 해야했는데 무릎에 힘이 주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400배를 하고 쉬려고 했는데 200배를 하고 주저앉아버렸다. 엄마도 같이 쉬었는데 나를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다. 어떻게 절을 끝낼까 상의하는 도중에도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보내는 엄마. 우스웠다. 그렇게도 나와 3000배가 하고싶으셨던 걸까. 진작 못해드린게 아쉬울 정도였다. 나를 휘감던 분노는 일찌감치 사라졌고 얼마남지 않은 절을 채우고 싶었다.

 다시 200배를 하면서 무릎은 너무너무 아파왔다. 이제는 무릎만의 힘으로 앉고 일어설 수가 없어서 손을 먼저 짚고 절을 했다. 손목도 아파왔다. 뻣뻣해져서 다른 방향으로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구부러졌다. 그때는 조금 무서웠다. 무릎이 어떻게 되는건 아닐까, 하고. 그렇지만 엄마는 괜찮을거라고, 하고나면 오히려 건강해질거라고, 의학적으로는 무리가 간다고 안좋다고 하지만 기도의 힘으로 괜찮을거라고. 그리고 하시는 말씀, 부처님은 아직 못믿어도 엄마는 믿지? 하하 날 꽤뚫어본 듯했다. 평소에는 부처님을 어떤 장애물하나 없이 믿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힘들어오자 난 조금씩 의식했던 것 같다. 원망도 하고. 기독교처럼 조금 쉽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꼭 이렇게 힘들게 종교생활을 해야하는 건가요? 하고. 그렇지만 난 엄마는 믿는다. 의견대립이 생기긴 했지만 엄마니까. 우리 엄마는 나에게 항상 믿음을 줬으니까.

 800배 쉬는 시간에 난 400배를 남겨두고 있었다. 엄마는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시며 자랑하셨다. 말붙여보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난 온전한 상태가 아니였다. 뭐랄까, 마약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들뜨고 정말 힘들지만 뭔가가 굉장히 기쁜 기분. 세상은 몽롱하게 보이고 내 생각에만 100%빠져드는 느낌.

 나머지 400배는 힘들었지만 빨리 끝내고 싶었던 조바심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마지막 100배를 끝내고 중간에 빼먹었던 것 같은 10배를 하고 뒤를 돌아 쉬고 있던 엄마에게로 갔다. 엄마도 활짝 웃으며 날 끌어안았다. 그런데 끝나는 그 순간부터 난 내가 뭣땜에 그렇게 힘들어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였다.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해서 내가 드디어 해냈다고 말씀드렸다. 아빠는 무척기뻐하셨다. 아빠는 월요일 공부를 빼주신다고 하셨다! 아하하하, 첫번째 보람이구나.

 방으로 들어가니 이미 한분이 누워계셨다. 저번에는 잠들지 못했는데 이번은 눕자마자 따뜻한 방바닥과 한몸이 되면서 금방 잠이 들었다. 6시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정도로 개운하게 잤다.

 7시에 불명을 나누어 주신다는 말을 듣고 혼자 이닦으로 세면대로 갔다. 드디어 불명이구나, 아하하 내 꼴이 정말 말이 아니다. 땀으로 범벅된 머리가 엉망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은 신경쓰지 않을 것 같다. 차가운 방에서 30여명 쯤 되는 사람들과 스님을 기다렸다. 저번에 엄마와 따로 들은 이야기를 1시간 정도 하시고 불명을 나누어주시는데 어라? 왜 난 없지? 몇번 뵈어서 내 얼굴을 익힌 스님께서 겸연쩍은듯 웃으셨다. "아가씨 것은 없네. 나중에 어머니하고 같이 저한테 오세요." 엄마를 이끌고 방으로 가서 스님을 기다리니 스님이 착각하셨다고 웃으셨다. 밑에 있는 내 이름을 못보셨던 가보다. 불명을 주시는데 정말 이 이름에 세상이 담겨있는 느낌이 들었다. "無有行" 없고 있음을 행하라. 와~ 엄마도 정말 멋지다고 하셨다.

 이렇게 나의 백련암 3000배는 끝났다. 하지만 내 일생에서 가장 힘든 밤이었으므로 잊기는 정말 힘들것 같다. 매일매일 108배 하시라는 스님 말씀에 그래도 일주일에 5번씩 절을 하고 있다. 나 스스로를 많이 알게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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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2006-09-21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다시 밀려오는 감동의 도가니~~^^ 엄마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니? 엄마는 그렇게도 힘들고 외롭고 두려운 마음으로 했던 3000배를 내 딸이 거뜬히 해내는걸 보았을 때....너의 인생은 좀 더 환하고 성취하고 깨달아가는 보람찬 삶, 그리고 그것을 남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졌단다. 게다가 주말 빼고 매일 엄마 아빠랑 함께 108배를 하겠다고 흔쾌히 승낙할 때도 오우~ 정말 너의 앞날에 서광이 비침을 보았단다. 사랑한다. 딸아~!

흐르는 강물 2011-08-09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좋은 부모님을 만났군요, 댁의 따님은 ^^
 

 9.11테러.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사건이었다.

 9.11 테러가 생겼던 당시, 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고 여름방학이 막 끝났던 시기였던 것 같다. . 새벽에 어수선한 소리에 깨어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와 아빠가 뉴스를 보면서 걱정스럽고 한편으로는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TV화면에서는 헐리웃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거대한 비행기가 무역센터에 부딪혀서 엄청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당시에는 건물 안에 있을 사람들이나 비행기에 타고 있을 사람들에 대해선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저런일이 실제로 벌어져도 영화와 똑같이 보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날 아침 학교로 가니 내 생활은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그 사건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일주일 쯤 뒤, 선생님이 우리들을 향해 꾸짖듣이 질문하셨다. "우리반에서도 빈라덴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 학생있니?"  난 처음듣는 이야기라 호기심이 생겨 옆 짝지 한테 물어보니 그 노래를 작게 소근거려주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습기도하고 끔찍하기도 한 것 같다. 몇몇 학생들이 나가서 선생님께 훈계받는동안 난 '그 사건이 뭐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후, 오랜만에 미국에 사는 오빠들을 만났다. 테러 사건 이후 더 엄격해진 보안검색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하다 오빠들의 친구들의 부모님도 그 9.11 테러 때문에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서야 그건 정말 끔찍한 사건이었구나 싶었다. 나라의 높은 사람들도 아니고 단지 평범한 가족들의 부모님들이 그 사건에 휘말려 들었다니, 그 사건은 나에게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이트 93은 그런 생각을 더욱 굳혀주었다.

 테러범들이 하이제킹을 하고 난 뒤 몰래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전화하는 승객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설마 이 비행이 자신이 마지막이 되었을지 누가 알았을테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을 가족들과의 이별은 나를 너무 슬프게 했다. 차라리 이 만남이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이라도 더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을텐데. 사고는 너무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 같다.

 승객들은 용감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부딪혀보겠다는 의지가 다른이들의 희생을 막았다. 테러집단들을 쓰러뜨리고 다시 조종석을 잡았을때, 그들이 살아나기를 빌었으나 고도가 너무 낮은 바람에 비행기는 추락하고 말았다..

 테러집단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증오가 자신의 생명의 소중함보다 강했던 걸까, 억지로 한 일이었을까.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 그들이 모습도 마음이 아팠다. 다른 평화적인 방법은 없었을까. 죄없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죽게 하는 것을 알라신이 허락하고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던 걸까.

 사고는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그 순간은 언제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의미 없게 보낸다는 것은 마음아픈 일이다. 평소에 충실한다면 죽는 그 순간이 조금이라도, 아주아주 조금이라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죽기 싫다는 마음은 여전하더라도 그렇게 겁에 질리지는 않고 조금이라도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한다면 살아갈 길이 열리지 않을까. 테러집단을 조금이라도 빨리 습격하였다면 그들은 살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만 그들을 매우 용감했다.

 9.11 테러 사망자들의 명복을 빌고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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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Paperback) - Puffin Novels Roald Dahl 대표작시리즈 7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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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찰리와 초콜릿 공장!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꼭 로얄드 달 책을 원서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바램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한 로얄드 달의 책은 너무나도 익살맞고 어떤 면으로는 끔찍하기도 했지만 오빠와 둘이서 키득거리며 책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했던것 같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정식으로 읽기 전에 가끔 욕심이 생겨 아무데나 펴 놓고 읽으면 제법 술술 잘 넘어갔었다. 그런데 막상 읽으려고 하니 로얄드 달이 만든 언어들이 상당히 많았고 신경이 쓰였다. 제일 처음 읽었던 로얄드 달의 책은 "The Enormous Crocdile" 이었다. 처음에는 왜 그리도 모르는 단어가 많은지. 테이프를 들으며 성우와 똑같이 따라하게 되고 어느정도 이해를 했다 싶었을 때 모르는 단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모르는 단어의 90%가 로얄드 달이 만든 합성어였다. 뜻을 알 수 없어서 너무 얄미웠다. 결국 그 비슷한 수준의 책들은 4권 정도 했을까. 중간에 하다가 다른 작가의 -그러니까 정상적인 영어를 사용하는 작가의- 책을 읽게 되버렸다.

 그토록 고대하던 로얄드 달의 책을 영어를 통달하게 됐을 때 쯤 읽게 될까봐 가슴도 많이 졸였다. 몇 달 뒤 조금 레벨 업한 "Fantastick Mr.Fox"를 읽기 사작했었다. 그 수준의 책들이 여러 권 있었지만 바로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를 읽게 되었다. 얼마나 감격했었는지. 드디어 영어 공부한 것들이 빛을 보나 싶었다. 마침 몇 달 전에 Johnny Depp이 주연, Tim Burton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영화화 하여 상영되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벼르고 별러 한국에서 개봉하는 첫날 영화관으로 뛰어가 몇 안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홈스쿨 학생의 특권이 아닌가 싶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너무 멋졌고, 그 전엔 한글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어 본 적이 없지만 아주 완벽하게 재연해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내 생각엔 팀버튼과 로얄드 달의 사고회로는 무척이나 비슷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잘 연출해내지 않았나 싶다. 그 뒤 그 영화는 극장에서 3번이나 보았다.(;;)

 영어 책은 무조건 3번 읽으라는 아빠의 말씀을 따르니 정말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2번 째 읽었을 때는 85%정도 이해한 것 같았는데 3번 째 읽을때는 100%를 이해하지 않았나 싶다. 사전을 찾아보지도, 테이프를 들은 것도 아닌데 나 혼자 두꺼운 책을 해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이 책을 읽으며 영어에 좀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고 뿌듯했다. 다음은  Charlie and the Great Glass Elevato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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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2006-08-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디어 로그인이 성공했다--;; 영어 책읽기가 재미도 있고 실력도 쌓이니 정말 좋은 일이다. 그치? 그렇게 꾸준히 열심히 해보자. 한만큼 영어 실력도 쌓이고 또다른 내공도 더불어 생기니까~ 로얄드 달은 정말 웃기는 작가지? 사람들이 로얄드 달을 잘 모를 때 엄마가 발굴해서 너희들을 즐겁게 해줬지~? 흠흠...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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