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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없는 동화책 ㅣ 창비아동문고 265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1년 9월
평점 :
세상이 동화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동화 책.
여섯 편의 동화 속에는 동화가 없다. 이미 제목에서 부터 느껴지듯 이야기는 일관성 있게 ‘지금’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들인 아이에게도 독자들에게도 그저 담담하게 오늘의 현실을 그려낼 뿐이다. 마치 신문에서 기사로 단면을 읽었다면, 이 책은 그 기사의 내용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바로 내 이웃이었기에, 혹은 나이었기에 마지막 책장은 떨어지는 눈물을 훔치며 읽게 된다.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 해고노동자인 아버지, 공공근로 겨우 생활을 하는 할아버지, 용산사태의 철거민, 유조선 사고 인한 재앙의 태안사태, 부모의 가출로 남겨져 채 생활하는 아이들이 글의 배경이 된다. 그 안에서 여느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사회가 된다. 바로 그 사회 속에 내가, 독자가 있는 것이다. 무관심 속에 방관했던, 적극 관여했던, 자본 지상주의에 발 벗고 나서던, 아니던, 나 하나만 평안하다면,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 대하여 눈도, 귀도 닫아버리게 만든 사회로 만들고 있기에 우리가 사건을 일으키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의 고통을 대면하기가 힘들다. 이 책에서 부끄러운 어른이 느끼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만큼의 것만 가지고 간다. 깔깔거리며 읽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읽고 있는 내 딸을 보면서, 무언가 저 아이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겠지 ‘왜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횟집아저씨는 왜 화가 났는지.......’ 어찌 알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으러 온다. 그러나 나는 대답해 주지 않는다. 당장은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삶에 더 깊이 들어갔다 나 온 후에 신문 기사를 보여줄까 한다.
어찌 동화는 결말이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긍정적인 결말로 어린 독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은 책이지만 작가의 말처럼 균형 있게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는 것도 아이들이 성장할 때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결말은 마술적 효과로 행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열린 결말로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오늘’은 닫히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즉, 동화의 결말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