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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를 위하여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30
이상권 지음, 오정택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애벌레를 위하여>
책의 마지장막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놀라움! 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 작은 세상들을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작가가 가진 세밀한 관찰의 눈이 아예 자연이 되어버린 느낌을 받는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또 조금 부족하다. 화면에 잡히지 않는 더 작은 세상과 그들 내면을 글로 풀어놓으므로, 작은 생명체들과 사람의 눈높이를 같은 위치에 두어 그들의 세상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계절의 그때그때의 숲이 된 느낌은 짜릿하다. 굉장히 객관적으로 사진을 찍듯이 숲과 생명체들의 역동이 표현된 듯, 하지만 거기에 소설만이 주는 상상력과 감성역시 전혀 놓치지 않았다.
번데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멋진 자태를 뽐내고 새 생명을 탄생시킨 후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모습과 그들이 고진 감내 끝에 세상에 남겨놓은 새 생명들이 알에서부터 다시 성충이 되는 그 끊을 수 없는 연결의 고리를 읽고 나니 가슴 한 끝이 묘해진다. 산초나무를 중심으로 그 잎사귀들 마다 놓여있는 애벌레들과 거미 무당벌레, 새, 베짱이, 벌 등, 친근한 이름에서부터 낯선 이름들의 숲속 친구들을 움직임을 작가의 눈을 빌어 볼 수 있었다.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이 바로 내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치 앞을 알 수 없어 항상 긴장하는 그들의 삶이나 우리 사람들의 삶이나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우리는 거대한 몸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밟고 헤칠 수 있다는 것뿐. 내가 걷어찬 수많은 생명의 애벌레들이 그처럼 어려운 역경을 이기고, 늘 긴장 속에서 그 정도를 버텼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조금은 주의를 기울였을까.
잎새 사이사이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은 미쳐하지 못하고 자신의 배를 채웠다는 만족감을 채 누리지도 못하고 천적에게 잡히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태어난 지점에서 죽음을 편하게 기다리는 매미, 베짱이, 사마귀 등, 숲의 친구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성장을 멈추고, 자신을 바쳐 고치벌의 알을 부화 시킨 열세 번째의 애벌레 모습에서는 자연이 주는 강한 모성본능에 또 한번 놀란다. 작가가 표현한 그 애벌레의 마음이 사실인 것처럼 다가온다. 바람이 분다고 탓 할 수도 없고, 난데없이 우박이 떨어진다고 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최대한 그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그리고 다시 자연이 주는 에너지로 지친 몸을 치유하고 그렇게 하루하루에 충실히 한다.
자연을 이야기한 책이라고 하기엔 가벼운. 마치 생각거리가 많은 철학책을 한권의 읽기를 이제야 마친 것 같다. 매미의 소리 바람의 소리 벌레들의 지지직 소리들을 옆에서 듣는 것처럼 읽기가 마쳤으니, 또 다시 정독으로 첫 장을 열고 싶다. 우리의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수많은 애벌레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