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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망고 - 제4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36
추정경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내 이름은 망고]
수아의 통과의례.
‘아- 나는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라는 글의 마지막 부분이 강하게 남는다. 지금의 내가 막 좋아지기 시작했다. 라는 말 속에는 예전의 나를, 나의 상황들을 부정하고 미워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 책은 주인공 망고, 아니 수아의 숱한 갈등들이 진하게 녹아있다. 철없고, 한심하게만 생각되는 엄마, 답답하고, 그냥 미운 캄보디아의 쩜마, 삼콜 할배, 등 그 나라의 날씨조차도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아빠와의 추억 이외에는. 그런 수아에게는 오직 트렁크에 감춰 둔 500불과 여권, 이것이 하루는 버티는 힘인 것이다. “나는 한국에 있는 아빠에게로 간다.” 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혼을 하고, 빚쟁이들을 피해 밑도 끝도 없이 엄마 손에 끌려오게 된 나라. 캄보디아! 수아에게는 이 모든 현실이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니 그 나라의 모든 것들이 다 짜증인 것이다. 그런 수아에게 막대한 임무가 주어진다. 대책 없는 엄마가 사라진 바람에 엄마를 대신해서 현지 가이드 역을 맡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겨난 5일이라는 시간이 수아에겐 이제 것 지내온 시간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일로 들어가게 되는 관문의 역할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꼭 있어야만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꼭 겪게 되는, 피하려고 발 부동을 쳐도 끝끝내 찾아오는 그런 아픔, 고통은 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릴 수도 없고, 빌려서도 안 되고, 오직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열쇠로 풀어야 하는 그런 문이다. 여기의 친구 수아 역시 그런 과정을 잘 극복하고 자신의 열쇠로 문을 열었다. 자신의 틀에서, 자신의 알에서, 어렵게 깨어나니 주변의 모습이 어제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말처럼 수아 역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자신의 주변과 자신의 모습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물론 현실을 받아들일 만큼의 시간을 무던히 기다려준. 엄마와 환경이 있었으니깐 더욱 그 고된 과정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일 거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힘들 땐,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안 든다. 아침에 해가 뜨는 방향도 그때는 짜증이 난다. 그 모든 것이 다 나 아닌 다른 어떤 것의 탓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그래야 한다. 그렇듯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기가 그토록 힘들어서,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숨쉬기가 힘들다는 것을 우린 본능적으로 아는 것인 가 보다. 타조가 모래 안으로 머리를 숨겨 현실을 외면하듯,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고통에 우리는 이 같은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그러다 서서히 그 현실을 차근히 받아들이면서 한 겹의 굳은살이 생기면서, 또 하나의 관문을 넘기는 것이다. 수아 역시 인생의 가장 큰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한 참 크고 있는 아이들을 역시 나름의 성장 통을 톡톡히 겪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이기에도 그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크게 보이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전혀 주변에서는 알 수 없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어른인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기다려 주는 것인가 보다. 수아의 엄마처럼. 그들이 스스로 그 과정을 딛고 일어서기를 말이다.
이 책은 구성이 전혀 어렵지 않고, 갈등을 표현하는 것 역시 잘 되어있다. 캄보디아의 현실의 작은 부분까지도 왜곡 없이 잘 나타내 주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캄보디아를 여행 한 것과 같은 효과와 주변의 다문화 가정에 대하여 한 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