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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밥 공주 ㅣ 창비아동문고 249
이은정 지음, 정문주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이은정 글, 정문주 그림의 <소나기밥 공주>는 13세 소녀의 어쩔 수 없는 홀로서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어리광도 낯설지 않고, 사춘기의 투정도 귀여울 것 같은 6학년의 아이가 겪기에는 버거운 가정환경과 그 속에서의 지독한 외로움, 배고픔을 견디며 한 발짝씩 커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와 내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주인공의 엄마는 몇 해 전 집을 나가고, 알코올중독인 아빠마저 주인공 공주에게 말도 하지 않은 채, 재활원으로 가버림으로 버려진 것과 다를 바 없는 공주는 같은 지붕을 쓰고 얇은 벽과 벽, 현관문끼리의 거리도 한 발짝도 되지 않는 다가구집의 이웃들에게 조차 소외되어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아픔과 위태위태한 공주의 상황들을 책 속에서는 강하고 당찬 모습의 주인공을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한다.
공주는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기 위해 급식을 급하게 세 번이나 먹기도 하고 이 때문에 친구들이 놀려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살림도 야무지고 꼼꼼하게 해결해 간다. 사람이 그리워서 그 외로움 때문에 배고픔을 더욱 자주 깊이 느끼는 공주는 있는 재료로 요리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겨보려 노력하기도 한다. 텅 빈 냉장고가 싫어서, 텅 빈 뱃속 같아서 쓰레기라도 넣어두려 했던 공주의 마음이 내게 깊이 와 닿는다. ‘그렇겠구나! 그들의 마음이 진정 그러하겠다!’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지치고 허기짐이 깊어 머리의 생각과 다르게 공주는 마트에서 202호 배달되는 물건들을 보고 자신이 202호에 산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얻은 음식들은 먹을수록 공주의 속을 불편하고 아프게 만들어갔으며, 그 죄책감으로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 용서를 구하는 공주에게 그 이웃은 잘못을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주에게 작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작은 관심이 공주에게는 커다란 사람의 정으로 큰 힘이 되어 ‘당참과 씩씩함’ 속에 저장되어간다.
이렇게 13세의 소녀가 온 몸으로 삶과 부딪히며 희망을 조금씩 기대하는데, 나는! 과연 나는 어떻게 나 삶을 만나고 있으며, 사회 속에서 어떤 이웃이 되어있는 것일까? 공주의 주인집 아저씨처럼 깊이 알면 귀찮아질까봐 슬쩍 피하고 있지는 않는지! 작가는 주인공 내면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외로움, 힘겨움의 심리를 절제된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행동들을 통하여 주인공의 내면을 독자가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독자의 공간을 넓혀 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 무거운 내용이기에 되레 그 시기의 친구들이 보기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해보지만, 다시 생각을 다듬어 보면, 우리가 태어나는 것도, 그렇게 만나게 되는 부모도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음을 모두가 알면서도 그 안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으며, 가장 상처받고 좌절되는 곳 또한 그 곳에서가 무엇보다 크기에 마치 공주와 같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어느 부분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로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주변을 살필 수 여유와 힘을 갖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